집사람이랑 연애시절에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둘다 강아지를 매우 좋아해서 영화를 보러 가거나 옷을 사러 갈 때면 항상 들러서
새끼 강아지들을 구경했어요..
아~ 귀엽구나 예쁘구나 보면서 이런 마음만 가졌었는데
어느날은 별로 이쁘지도 않고 여려 보이는 하얀 푸들이 있더라고요..
집사람이랑 저랑 뭐가 이끌렸는지 그녀석에게 이끌려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죠. 정말 그때 뭐가 그리 이끌렸는지..
이상하게 그녀석이 계속 생각나는 거에요 다음날도..
그래서 얘기하다가 그래 오늘 갔는데 그녀석이 또 있으면 데리고 오자하는 마음으로 다시 갔습니다.
또 그녀석이 애처러운 표정으로 저희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집사람은 그 전부터 이미 그녀석 데려올 생각에 이름 부터 지어놓고 있었어요..
눈처럼 솜사탕 솜뭉치 처럼 하얀 털의 강아지.. 이름은 '솜'이라고...
그때는 저 혼자 자취할 시절이어서 700g밖에 되지 않는 작은 아이를 데려 와서 같이 자는데
밤에 조용할 때 숨소리 코고는 소리 쌕색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는지...
그리고 가만히 눈코입이 똑같이 생긴 녀석이 쳐다보면 참... 그냥 웃음이 나더라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자의로 강아지를 데려오니 책임감이라는 것도 생기고...
엄청 연약해 보이고 애처럽고 부들부들 떨던 녀석이었는데.. 이거 훼이크더군요 ㅎㅎ
집에서 잘먹고 잘 재우고 하니 일주일만에 600g이 찌는 거에요
3개월 몸무게가 700g이었는데
간식을 주면 어찌나 좋아하는지..
정신나간녀석 처럼 먹더라고요 ㅋㅋㅋ
까불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서 꼬리뼈가 부러져서 엑스레이 찍으러 간적도 있고
이 녀석 강아지 주제에 겨울에는 춥다고 이불속에만 들어가서 자려고 하고.. 웃기는 녀석이에요 ㅋㅋ
저 좋아하는 장난감 가지고 놀때는 정신나간 녀석 마냥 온 힘을 다 쓸때까지 놀고
또 놀아 달라고 하고..
미용을 안해줘서 털복숭이를 만들어 놓은 적도 있네요
제가 집사람 몰래 장난 쳤다가 혼나기도 하고 ㅋㅋ 귀 털을 위로 묶어서 올림머리 만들어놨어요
진짜 어디든 데려가고 그랬던 녀석이었어요 마트갈때 데려가서 강아지 의자에 앉혀 놨었네요
결혼 이후에도 집사람 임신하고 힘들어 할 때 옆에서 우울해지지 않게 해주던 녀석이었죠
아이가 태어 나서 잠깐 처가에 맡겨 놨는데.. 저희가 아기 안고 가면 어찌나 질투를 하고 자기 안아달라고 하던지..
그래도 어느샌가 아기라는 존재를 인식 한건지... 배밀기 하면서 발로 뻥 차도 가만히 있고
옆에 가만히 앉아 있더라고요
평생 우리 아기의 친구가 되어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었는데..
어제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어요
아직 4살 밖에 안되었는데...
가슴이 먹먹하고 아프고.. 답답하고... 서른 넘은 사내가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시간이 해결해줄거라고 집사람한테 얘기 하면서도 정작 저도 자신이 없네요
이녀석을 어찌 이렇게 보내줘야 하는건지..
좋은곳으로 갔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무지개 다리 건너 그곳이 강아지들의 천국인 곳이기를 바랍니다.
솜아 아빠야...
그곳은 어떤 곳인지 아빠는 알 수가 없다..
우리 솜이 심성처럼 아주 아름다운 곳이겠지??
다들.. 시간이 다 해결해줄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아빠는 잊지 않을께 항상 마음 속에서 우리 솜이 기억하고 있을께
그곳에서는 더이상 아프지말고 솜이 원하는 마음껏 뛰어 다니고 놀으려무나..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