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6047
청와대, 이해찬 독설 후 민주당 3연타... 정쟁 부르는 국정원은 방치
박근혜 대통령이 정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귀태' 발언에 이어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의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독설 및 새 정부 정통성에 대한 시비까지 불거지자 박 대통령이 직접 논쟁의 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홍익표 의원이 촉발한 귀태 논란이 그의 원내대표직 사퇴와 김한길 대표의 유감 표명으로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 했지만, 박 대통령까지 논쟁에 가세함에 따라 '막말 정국'이 한동안 계속 될 가능성도 커졌다.
15일 청와대는 이해찬 고문이 전날 세종시에서 열린 민주당 충청권 당원 보고대회에서 쏟아낸 독설에 대해 기민하게 반격을 가했다. 귀태 파문 이후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만큼 '지켜 보겠다'는 전날의 기류와는 정반대되는 행보였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에는 가장 먼저 익명을 요청한 청와대 관계자가 나섰고, 오전 10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박 대통령이, 다시 오후에는 이정현 홍보수석까지 가세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청와대의 민주당 공세 이날 오전 7시 20분경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 고문을 겨냥해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고 일자리를 만들고, 외교적으로는 국격을 높이고 고심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하고 싸우려고 하는 모습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었던 2005년 3월 13일 미니홈피에 남긴 '불씨 한 점이 온 산을 태울 수 있듯이 말 한마디가 평생 쌓은 덕을 허문다"는 문구도 인용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말은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고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언행은 나라의 국격"이라며 "잘못된 말로 국민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서로 상생하고 품격 높은 정치 시대를 열기 바란다"고 밝혔다. "각 수석과 각 부처가 이점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라는 주문을 내리는 형태였지만, 귀태 발언과 이해찬 고문의 발언을 싸잡아 비판한 모양새였다.
오후가 되자 이정현 홍보수석은 비판의 수위를 더 높였다. 이날 오후 3시께 청와대 춘추관을 찾은 이 수석은 작심한 듯 "인터넷을 검색해 보다가 할 말이 생겨서 왔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 수석은 "당 지도부가 함께 참석한 행사에서 (이 고문이) 대선 무효를 주장하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게 '당신'이라고 운운하고 있다"며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사퇴도 했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사과도 했는데 그게 오래 전 일이었나. 여론을 좀 피해보자 하는 식이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정현 수석 "민주당, 대선 불복이면 분명하게 이야기 해야"
이 수석은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사건은) 전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고, 자신은 관여한 일이 없으며,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진상을 밝히라고 말했는데 그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며 "이렇게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정통성을 부인하는 언동을 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선 불복'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는 "개별적인 모임에 가서 대선 불복 의견을 내지 말고, 불복이면 불복이라고 분명하게 대선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라"며 "공당답게 이 부분에 있어서 더 이상 국기를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은 벌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까지 포함하면 이날 청와대는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귀태 발언'과 이해찬 고문의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언급 및 새 정부의 정통성 시비에 대해 3연타를 날린 셈이다. 이 수석은 거듭 "더 이상 국정원 사건을 대통령과 연관시켜서 국기를 흔드는 일을 멈춰주길 바란다"며 자신의 발언을 실명으로 써도 좋다고도 했다.
이날 청와대의 격한 반응은 귀태 발언에 대한 민주당의 유감 표명에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대표의 유감 표명 하루만에 새 정부의 정통성에 상처를 내는 공격이 이어지고, 여권 내에서는 금기이다 시피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독설까 나온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로서는 귀태 발언 이후 민주당에 대해 대선 불복종 세력이라는 낙인찍기 공세로 정치적 이득을 챙긴 것도 사실이다.
야당은 비판하면서, 정쟁 초래하는 국정원은 방치하는 청와대
청와대가 표면상 국론 분열 우려를 앞세웠지만, 박 대통령까지 야당과의 대결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정치적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박 대통령의 언급이 나온 후 그 내용과 판박이인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당선무효' 운운하며 대선 불복을 조장하는 행위는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해찬 고문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청와대가 야당에는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정쟁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오히려 정쟁 요인들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 정치 개입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보란듯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자체 해석을 발표한 국가정보원을 청와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부른 국정원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게다가 국정원이 대변인 성명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주장을 펴자 지난 13일 밤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그 전 주말 보다 배 이상 늘어난 2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하기도 했다.
야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론 분열을 우려한다면 가장 먼저 그에 앞장 서고 있는 국정원에 고삐를 채우면 된다"며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을 비판하더라도 제 할 일을 먼저 하는 게 순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