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명약이란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것은 사슴피나, 자라탕, 한방약 같은 것보다도 우월하다.
그것은 과학이 이 사실을 입증했다는 것만으론 체감키 어렵다.
이 약의 위대함을 확실하게 알고 싶다면,
좀비로 인해 톡톡히 효과 본이들에게 물어 보는 것이 빠르다.
그들.
즉, 다양한 연령층의 좀비 복용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좀비는 신이내린 축복이다.
10대의 청소년들에게는 학습강화와 체력 강화, 집중력 향상 효과를 보이며,
20대의 아가씨들은 피부가 탱탱하고, 뽀얗게 살아나는 피부미용의 효과를,
30대의 무기력한 직장인들에게는 젊음의 혈기를 되찾아 주고,
40대의 중년들에게는 놀라울 만큼의 육체 회복력과 건강한 성생활을,
5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영원불멸, 불노장생'의 효과를 보여준다.
좀비를 먹으면 죽지 않는다.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좀비가 불로초보다 구하기 쉽다는 건 바보라도 알 일이었다.
암, 백혈병으로 대표되는 불치병이 세상에서 멸종한 큰 공을 세운 것도 좀비였다.
병원에는 외과, 내과, 좀비과가 생겼을 정도로, 좀비의학은 나날이 반전하였다.
좀비의 발현이란, 페니실린의 발견 이후 단연 최고의 의학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당신도 잘 알지 않는가?
당신도 지금 즘 냉동실에서 맛있게 굳어가는 좀비의 손모가지 한 덩이 즘은 보관중이지 않은가?
내숭 떨 것 없다.
나도 여자이지만, 좀비를 즐기는데 거리낌이 이렇게 밝히고 있지 않은가?
누구나 먹는 것을 무엇 하러 부끄러워하는가?
좀비를 자유롭게 사육할 수 있는 좀비 사육의 자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좀비를 채집하는 일에 혈안이 되었다.
요즘은 오히려 좀비의 개체수가 줄어 고민이라지만,
아직 좀비는 끝없이 생산 중이다.
좀비는 큰돈이었고,
영생의 지름길이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었다.
당신은 어디 부위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두툼한 허벅살 특히나 지방이 적당히 붙어있는 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오늘 오후에도 젊은 호주산 좀비의 오른 다리를 한 쪽 주문해 놓았다.
프로필에 의하면 24세 금발 여성으로,
나는 호주산이란 것 보다는 젊은 여자 좀비라는 것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다리를 구입했다.
나는 기왕이면 여성 쪽이 더 입맛에 맞는다.
좀비가 젊다면 금상첨화로,
아마 쫀득하면서 동시에 부드러운, 그 특유의 식감이 나를 사로잡은 것 같다.
배달원은 예정된 12시 보다 20분 앞서 도착했다.
그는 아직 젊은 친구로, 튼튼한 몸집에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반갑게 그를 맞이하자, 배달원은 자신을 박이라 소개하며,
“죄송하지만, 화장실을 좀 써도 될까요?” 하고 부탁을 해왔다.
난처해 보이는 얼굴이, 아무래도 폭발 직전만 같이 보였다.
거부감이 든 것은 사실이나, 차마 거절 할 수는 없었다.
내가 허락하자, 박은 아이스박스를 현관에 내려놓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앞에서 돌아 왼쪽이에요."
박은 허둥지둥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아이스박스를 혼자서 주방까지 옮겨 뚜껑을 열었다.
김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말끔하게 손질 되어있는 다리가 있었다.
가지런히 뻗어있는 모양이 매끄럽고, 깔끔해보였다.
먹음직스럽다.
핏기가 아직 잘 돌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금방 잘라낸 것 같았다.
박은 화장실에서 나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 마음 잘 알지……하고 속으로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박이 말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한 것이 얼굴에 쓰여 있었다.
그런 표정을 보자니, 그가 참 인상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요. 별 일도 아닌데요. 뭐."
"혼자 옮기셨네요. 무거운데."
또 웃음이 나왔다.
괜히 남자만 보면 실실거리는 푼수로 보일까, 뜨끔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웃을 수밖엔 없었다.
여자가 무거운 물건을 혼자 옮기게 내버려둬서… 라는 말투가 조금 간지러웠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혼자서 옮겨요."
후~ 하고 한숨을 내쉰 박이 가슴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그리곤 말했다.
"여기, 인증서요."
"인증서요? 괜찮아요. 그런 거."
박은 눈을 동그랗게 뜨곤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요. 인증서 꼭 체크 하셔야해요."
별일이었다.
지금껏 인증서 타령을 하는 배달원은 박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물었다.
"인증서가 왜요?"
박은 인증서를 식탁에 올려놓았다.
덕분에 식탁 위에 아직도 열려있는 아이스박스를 발견하고 얼른 뚜껑을 닫았다.
박은 나를 지켜보더니, 마치 나를 설득 시키려는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뉴스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좀비인척 사람고기를 유통시키던 업자들이 적발 되었어요. 여기 인증서 밑에 식약청 도장이 찍혀있지 않은 것들은 정말 의심스러운 물건이에요. 좀비의 인기가 높아지고, 수요가 높아지니까 동시에 가격도 높아졌잖아요. 심지어 좀비 개체는 줄고 있고, 사고로 좀비가 되는 일도 줄었으니까, 어찌 보면 이런 일이 한 번은 터질 법도 했죠. 그러니까, 앞으로도 좀비를 드실 거라면, 제 말씀을 꼭 유념해주세요. 실수로 자칫 사람을 먹게 되면, 얼마나 충격이 심하겠어요?"
박의 이마가 걱.정. 이란 글자가 박혀있는 듯 했다.
그 옆에 나.착.함. 이라고도 쓰여 있는 것 같다.
불시에 당한 기습이었다.
가슴이 뭉클해왔다.
하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감사를 표했다.
박은 꾸벅 인사를 하고, 화장실 정말 고마웠어요. 라는 말을 남기며 떠났다.
그가 떠나고, 아이스박스 속 다리를 꺼내어 잘 접었다.
접은 다리는 큰 검은 비닐에 잘 담아 냉동실에 재웠다.
냉장고를 닫고 나니 싱~하는 공기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사람이 다녀간 탓인 것 같았다.
집안이 조용했다.
식탁에 앉아 인증서를 내려다보았다.
-인증서.
한국산. 1994. 20세. 여. 이 선영 (가명).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산? 내가 주문 한 것과 달랐다.
다음 내용은 읽지 않으려야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본 식품은 지난 6월에 좀비화 된 것으로 다음과 같은 증명을 첨부함.
기록이었다.
선영(가명)이라는 아이가 정식으로 사고 좀비화 되었다는 기록.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선영은 지난 6월 11일. 또래의 친구들과 강원 인근 계곡에서 이른 피서 중이었으며,
야생에 남아있던 좀비에게 습격 좀비화 되었음. 좀비화 된 선영은
함께 야영을 떠났던 친구 두 명을 동맥파열과 과다출혈로 인해 사망시켰고,
이 후 약 2주간을 야생에서 떠돌던 중,
부모의 실종 신고로 인해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었으며,
같은 계곡 근처에서 실신한 선영을 채집하게 되었음을 알림.
강원 검찰청과 식약청의 승인으로 인해 식품으로 유효하니,
식용으로 문제가 없음을 알립니다.」
때마침 전화가 울렸다.
박이었다.
"죄송합니다. 배달 품이 잘못 간 것 같아요. 지금 곧장 다시 들리겠습니다."
나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냉장고에서 다리를 다시 꺼내어 곧게 폈다.
다시 아이스박스에 담아야했다.
다리를 말끔히 아이스박스에 담으며 머릿속에서 계속해 떠오르는 게 있었다.
스무 살.
한국산.
스무 살.
한국산.
한숨이 나왔다.
솔직히 말해, 아까웠다.
호주산 보다는 이걸 먹는 게 훨씬 이득이었는데….
"아아, 한 쪽 때어서 미리 먹어 볼 걸…."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보나마나 박이었다.
이번에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