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음원 사재기'의 실체가 드러났다.
최근 한 대형 유통사가 작성한 '음원 사재기 대응 계획'내부 문건을 일간스포츠가 단독 입수했다. 이 문건에는 '음원 사재기'의 실태와 향후 대응계획 등이 적혔다. 음원 사재기를 주도하는 국내 브로커의 실체, 사재기에 들어가는 비용, 피해 상황과 검찰 고발 등 향후 계획까지 적혀 있다. 가요계의 공정한 질서를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여겨진 음원 사재기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어뷰징이라는 사재기 징후가 포착된 곡들은 올상반기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던 가요들이라 충격은 더욱 크다. 히트곡이 팬들의 사랑이 아닌, 사재기로 조작되고 있는 셈이다.
▶신인은 5억, 기성은 3억원 사재기
그 동안 '음원 사재기'는 가요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사재기를 통한 '작업'으로 음원차트 올킬에 도달한 아이돌 가수들의 얘기도 파다했다. 소문의 실태를 조사한 이 문건에 따르면 국내에 활동 중인 브로커는 3~5개 정도다. 국내 매출 1위 음원사이트를 기준으로 신인 가수의 경우 4~5일간 차트 20위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약 5억원을 챙긴다. 인지도 있는 가수의 경우에는 약 3억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는 주로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등재를 위해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대행해 오던 업체들이다. '음원 사재기'가 가능해 지면서 업무영역을 확대한 형태다.
▶사재기 방법은
'음원 사재기'의 실제 패턴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먼저 도서상품권, 신용카드 등의 결재수단으로 다수의 ID를 확보한다. 이 ID로 음원 스트리밍 등의 이용권을 대량 매입한다. 이후 이용자가 적은 새벽시간 등에 다수의 ID로 특정곡을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패턴으로 밀집된 트래픽을 발생시킨다. 고의로 음원 스트리밍을 수천번 재생하는 일명 '어뷰징' 방법이 사재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한 곡당 길이가 평균 3분이라고 가정했을 때, 일 최대 스트리밍 횟수는 약 480회 밖에 안된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어뷰징을 통해 하루 평균 약 1만여건을 스트리밍 회수를 발생하는 아이디도 발견됐다. 일간 최대 횟수의 40배를 초과하는 수치. 사재기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자동 마르코 프로그램, 스트리밍 동시접속 차단 기능의 틈새를 공격한 디바이스 이뮬레이터 등 음원재생 프로그램이 동원한다.
▶사재기로 뜬 가수는 누구
부정이 의심되는 A팀의 경우, 사재기를 통해 차트 실시간 순위 160위에서 28위까지 순위가 급상승했고, B팀의 경우는 260위에서 30위로 급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 문건에 따르면 올 여름 컴백해 히트곡을 낸 가수의 곡도 '음원 사재기' 결과물이었다. 이 가수의 경우 인지도에 비해 음원 차트에서 힘을 못써왔다. 회사 차원에서 '음원 밀어주기'에 나선 것. 한 계정에서만 하루 3000회 이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 포착됐고 해당일 일간 차트 순위는 1위였다. 음원 차트에서의 실적을 바탕으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상위권에 장기간 포진하는 등 '사재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 문건을 작성한 유통사는 '음원 사재기'에 대한 대응 계획도 밝혔다. 1차적으로 '음원 사재기'로 피해를 본 가요 기획사와 음원유통사업자가 공동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후 브로커를 고발한 뒤 브로커에게 사재기를 의뢰한 기획사 및 음원 사재기를 조장/방관한 음원 유통 사업자에 대한 수사까지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