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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711345
    작성자 : 평창수680m
    추천 : 131
    조회수 : 7935
    IP : 42.82.***.152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7/12 11:12:59
    원글작성시간 : 2013/07/12 10:31:48
    http://todayhumor.com/?humorbest_711345 모바일
    내가 고양이를 증오하는 이유

    중학교때 서울변두리의 작은동네, 앞에 자그마한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봄날 아버지가 작은 새끼강아지 한마리를 얻어오셨다. 

    쫄랑이라는 이름을 내가 붙여주었다. 강아지를 길러본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학교를 마치면 그 귀여운녀석이 보고 싶어서 만사제치고 집으로 달려왔다.

    밥주고, 목줄달아서 동네한바퀴 돌고, 목욕시키기고.. 

    여름에 친척들과 피서갈때도 데려가서 사진도 찍고..

    어떤 대상에 그런 애착을 가지게 된 첫경험이었다.

    녀석은 무럭무럭 자라고, 몸집이 어느정도 되자 아버지가 마당한켠에 개집을 지어주셨다.



    중2때의 어느 여름밤이었다.

    마당에서 녀석이 몹시 짖어댔다. 좀 지나면 말겠거니 했는데

    계속 짖어대는 것이였다. 현관문을 나가니 녀석이 현관문앞에 올라와서 나를 쳐다보며 짖는다.

    야 이놈! 조용히해 하면서 발로 땅을 한번 찼다. 녀석이 깨갱거리며 짖는것을 멈추자 나는 집안으로 들어갔고

    잠시후 또 짖기 시작, 그러면 나는 또 나가서 시끄럽다. 짖지말라고 혼을 내기를 여러번 반복

    어느새 짖는 소리는 잦아들고, 나도 이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등교길 현관문을 나서는데,

    계단을 따라서 이어진 선명한 핏자국이 보였다.

    그 핏자국 끝에, 헐떡거리고 있는 쫄랑이가 보였다.

    너는 놀란 나는 엄마, 아빠를 정신없이 불렀고

    달려나온 엄마 아빠도 얘가 왜이러냐 하며 놀라셨다.

    문 여는대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갈테니까 너는 일단 학교에 가라고 하셔서

    학교에 갔지만 수업시간 내내  머릿속은  쫄랑이에 대한 걱정으로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수업을 마치자 마자 날듯이 집에 갔다. 



    쫄랑이 죽었다.

    아버지가 저 뒷산에 묻어주고 오셨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만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내막은 이랬다.

    근처에 살찐 도둑고양이가 살고있었는데,

    나도 몇번인가 마주친적이 있다. 

    이놈이 평소에 등치가 장난이 아닌데, 그즈음 새끼를 밴것이다.

    새끼를 밴 동물은 평소보다 무척 예민해진다. 이놈이 우리집 마당가를 어슬렁거리다가

    그날밤 우리 쫄랑이를 공격한것이다. 공격은 몇번에 걸쳐 일어났다.

    새끼때보다는 컷지만 그 고양이에 비해 한참 작은 쫄랑이는 겁에 질려서 현관까지 뛰어 올라와 짖어댄것이었다.

    살려달라고,

    그런 쫄랑이에게 나는 문을 열고 나가, 이놈 시끄럽다, 짖지마라, 맴메한다. 매몰차게 내몬것이고.

    결국 도둑고양이놈의 날카로운 발톱은 우리 쫄랑이의 배를 가르고 말았다..

    그후에도 쫄랑이는 현관문에 찾아와서 짖다가 이내 기력이 떨어지자 다시 핏자국을 남기며 현관밑으로 내려가

    밤새 헐떡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수건으로 배를 싸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봤지만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린터라, 

    도착한지 얼마후 그렇게 싸늘하게 죽어간것이다.

    그래서 나는 쫄랑이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


    내탓이다. 내가 죽인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주의를 귀울였다면, 이전처럼 잠시 집으로 안아서 데리고 왔다면

    그 무서움에 떨던 아이를, 나는 사지로 내몰았구나.

    쫄랑이를 읽은 슬픔에 스스로의 죄책감까지 더해져 내 가슴은 무너져내렸다.


    태어나서 처음 겪게된 경험이었다.

    내가 절실히 사랑하던 그 누군가를 이제 영원히 볼수 없게된다는 현실. 

    내가 아무리 부인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수 없다는 것. 그 공포가 어떤것인지를.

    거의 일주일동안 식음을 전폐하며 매일 울다가 잠든 기억이 난다..

    이후에도 쫄랑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자동적으로 눈물이 고였다.

    다혈질인 아버지는 공기총을 구해와 쫄랑이를 죽인 그 고양이놈을 꼭 쏴죽이겠다고 벼렀지만,

    놈은 그날 아침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본 부모님은 이후 절대 집에 애완견을 들이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셨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의 '고양이라는 종'에 대한 증오는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그렇다고 이후 고양이를 잡아서 괴롭히거나 그런적은 없다. 

    그냥 가까이 가기도 몸서리처지게 싫었던 놈들이었으므로..

    벌써 20년전 이야기이다..



    요새 오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고양이 이야기, 사진, 동영상을 보면서

    고양이에 대한 적개심, 증오, 혐오감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진중권의 고양이 스토리는 그중에서도 압권이었는데

    심지어 요즘에는 나도 유기견보호소가서 한마리 분양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래도 못내 망설여지는 이유는.

    언젠가 그녀석도 내곁을 떠날것이고, 그때 다시 한번 느끼게될 

    거대한 상실감. 그 공포가 두렵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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