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자레드 레토가 출연하고
드니 빌뇌브가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고 왔습니다.
30년전 나왔던 '블레이드 러너'는
SF 대중영화의 걸작이면서 새로운 기준점이
되기도 했었던 작품이지요.
원작자 리들리 스콧과 '블레이드 러너'를 좋아할 팬들이라면,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 역시 좋아하며 감탄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작의 분위기와 세계관을 잘 계승하면서
새로운 시각 비주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듯 보입니다.
사실,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는
야심을 새롭게 펼쳐보이며 자신만의 해석으로 만든 작품이 아닙니다.
저에겐 마치, J.J. 에이브럼스가 만든
'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느낌이 더 듭니다.
(아마, 심적인 부담도 굉장히 컸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 반증으로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원작 리들리 스콧의 표현을 작품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오마주하며 가져옵니다.
첫 오프닝에 나오는 눈동자가
익스트림 클로즈업 되며 시작하는 프롤로그나
LA의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가
거의 바뀌거나 훼손되지 않고
세월의 흐름에 맞게 자연스레 바뀐것 처럼
보여지는 점은 드니 빌뇌브의 섬세한 연출 덕분일 것입니다.
('눈'이라는 모티브는 원작에서도 굉장히 중요했었는데,
드니 빌뇌브 역시 중요하게 가져오며 시작합니다.)
리들리 스콧의 원작 '블레이드 러너'는
견문이 넓고 철학적인 깊이까지 두루 갖추며
SF 장을 새롭게 연 작품이기도 합니다.
당시 제작자의 무지막지한 가위질과
훼손으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다
마니아층이 생기면서 10년뒤 리들리 스콧이
원래 보여주려고 했던 내용을 다시 재편집 하여
재평가를 받게 되었지요.
논란과 화제의 중심이기도 했는데
원작이 탁월했던 부분은 단순히 내용만 모호해서가 아닙니다.
시각적인 스토리텔링, 인간과 리플리컨트의 모호한 경계 등
이 모든 것이 서로 맞물리며 펼쳐졌기 때문에 탁월했던 것이지요.
(시각적 비주얼이 당시의 대단함도 있지만
보여주는 것만이 놀라운게 아니라 그것이 영화의 내용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는
원작 보다 조금 더 명확하고 구조는 단순해졌습니다.
저에겐 이 이야기가 '부계(父系)'혈통에 관한
여정처럼 보여집니다.
(스포일러라 상세하게 말할 순 없지만)
'조'와 '데커드'는 드니 빌뇌브의 연출에서
상대의 뒷모습을 바로 교차편집 하는 장면이나,
'조'와 '조이'와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점 등을 보면
'K'가 가지는 이 영화의 의미는 데커드의 계승과 더불어
원작의 계승처럼도 보여집니다.
(리들리 스콧이 세운 훌륭한 업적을 곁눈질 하며
모범적으로 잘 만든 아들의 작품 같다는 생각이 속속 듭니다.)
이것이 실제적인 계통인지 의미론적인 계통인지는
드니 빌뇌브 역시 모호하게 표현하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해 보이진 않습니다.
또한, '데커드'와 '스텔리네'
'조'와 '스텔리네'의 관계 등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흥미롭고 풍부하게 다가옵니다.
리들리 스콧의 원작에서도 당시 데커드 형사의
존재에 대해 많은 논란과 이야기가 있었는데,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리들리 스콧은(일부러?)
묵묵부답하고 있지만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드니 빌뇌브의 생각은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역시 드니 빌뇌브는 '데커드'의 존재에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진 않지만 '데커드'와 '조'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의 의견은 어떠한지 보여주는 듯 합니다.
초반에 나오는 '리플리컨트'를 생각해도 그의 생각이 보이지요.)
업그레이드라고도 했지만 시각적인 면만 훌륭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사운드와 촬영, 긴장감을 유지한 채
어디서 터트려야 에너지가 큰 지를 아는
드니 빌뇌브의 재능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 보입니다.
'한스 짐머'와 '로저 디킨스'의 놀라운
음악과 촬영이 보이지만 이 또한 드니 빌뇌브가
펼치는 세계 중에 하나이니까요.
새롭게 보이는 배우들과 원작에서 봤던 배우들이
한데 모여 선사하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철학적 사유가(원작보다) 깊진 않지만 충분히 건재 되어 있으며,
리들리 스콧이 쌓은 토양과 씨앗으로
드니 빌뇌브가 열매를 맺는 듯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기존에 때리고 부수는 말초적인 쾌감에 몰두되어온
관객들에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일수도 있구요.
말미에 가서 감상적으로 끝나긴 하지만,
30년 전 걸작을 스크린을 통해 새롭게 다시 선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현 시대 살아가는 관객들에겐 크나큰 축복과도 같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