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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710073
    작성자 : 상상력제로
    추천 : 4
    조회수 : 880
    IP : 112.186.***.212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3/05/27 01:28:38
    http://todayhumor.com/?gomin_710073 모바일
    그냥 그런 이야기(스압 주의)

    이승환의 그냥 그런 이야기를 BGM으로 깔아야 하는데

    저작권이 무서워 BGM이 없음으로 음슴체.

     

    나는 환경 단체에서 일하는 돈 못버는 남자 사람임.

    그리고 별로 웃기지도 않는 개드립을 일상 대화처럼 막 던지는 사람이기도 함.

    보기에 따라서는 열라 껄떡쇠처럼 보일 수도 있음.

    예를 들자면 치킨집에서 여자알바가 주문한 치킨을 들고 오면

    "치느님과 함께 나타나는 당신은 치킨의 여신인가요?"

    같은 개드립을 아주 당연한듯이 자연스레 날림.

     

    어제 그제는 내가 일하는 단체가 있는 동네 마을축제가 있었음.

    우리 단체+주민 센터+주민(이라지만 쉽게 얘기하자면 주민 대표 단체임) 공동 주최라지만,

    상당수의 실무는 우리 단체에서 했음..

     

    환경 단체라는 게 기본적으로 예산이나 인력이 마치 내 애인처럼 음슴으로

    알바는 쓸 수 없고 자원봉사자를 쓸 수 밖에 없었음.

     

    자원봉사자들에게도 내 개드립은 일상이라 항상 발동됨.

    "어서와,자원봉사는 처음이지?"

    "봉사신청할 때는 마음대로였지만,확인서 받을 때는 아니란다"

    막 그럼.

    물론 1절해서 안통한다 싶으면 더는 안하는 눈치는 있음.

    뭐,1절을 던진다는 자체가 넌씨눈이나 눈새에 속하긴 하겠지만.

     

    암튼 25일이 축제 본편,24일은 전야제 격으로 조촐하게나마 3편의 동극을 공연하고 동극제라 명명했음.

    동극은 아이들을 위한 노래가 동요,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동화인 것처럼

    아이들을 위한 연극을 동극이라 하는 거임.

    평소에 개드립을 남발한 탓인지 여차저차 내가 동극제 사회를 보게 됐음.

     

    앞서 이야기 한것처럼 인력이 모자라서 다른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다음 날 있을 축제 본편 준비로 다른 곳에서 일을 하느라

    동극제는 나랑 자원봉사자 한명이 맡아야 했음.

     

    근데 이 자원봉사자분이 미모의 여성이었음.

    솔직하게 얘기해서 나도 남자 사람이라 

    봉사자분이 예쁘니까 한번 볼 거 두번보고 말 한번 걸을 거 두번 걸고

    봉사자가 해야할 일도 내가 좀 거들었음......

     

    동극제는 마무리가 됐는데,

    동극제 자체가 오후 7시~9시에 진행됐던 터라 다들 밥을 못먹었음.

    그래서 직원들 밥먹으러 가는 김에 그 봉사자 분도 같이 가자고 했음.

    흔쾌히 바로 수락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같이 밥을 먹게 됐음.

     

    삼겹살을 먹었는데 그 봉사자 분이랑 같은 상에서 먹게 됨.

    "봉사 열심히 하셨으니까 이제 봉사 받으세요"하고

    내가 고기를 구움.

     

    고기 구우면서도 영양가 없는 개드립을 열라 날렸음.

    "돼지깡 좋아하세요?"

    "돼지강이 뭐에요?"

    "오래 구워 기름을 쏙 빼고 살짝 태워 바삭하게 먹는 삼겹살이요"

     

    그리고 그 고기집은 얇게 썬 감자를 같이 딸려 줬음.

    구운 감자를 주면서

    "돼지맛 포테토칩 드세요"

    감자 구우면서 숟가락으로 눌러 살짝 동그랗게 말고는

    "요건 돼지맛 프링글스"

     

    근데 그 봉사자분이 이런 개드립을 다 받아줌.

    나도 내가 지껄이면서 무리수다 싶었는데도

    다 받아줌.

     

    여기서 내가 그 봉사자 분한테 반한듯 함.

    일단은 예쁘고(아!내가 속물이라니!! ㅠㅠ)

    내 개드립을 받아줄 만큼 성격도 좋고.

     

    밥먹고 나와서는 봉사시간 끝났는데 밥 먹고 가라고 잡아서 늦게 보내는 거 죄송하다고 했음.

    근데 이 봉사자 분이 안가는 거임.

    마음 같아서는 이 봉사자 분과 커피를 한잔 먹든 맥주를 한잔 하든 함께 하고팠지만,

    당장 내일 축제 준비로 할 일이 산더미라

    아쉬움을 삼키고 여차저차해서 봉사자 분을 집으로 보냈음.

    그 봉사자 분은 축제 당일 오전도 봉사 신청을 했었음.

     

    봉사자 분 가고 나니 마음이 묘하게 허전하며 두근거림.

    축제 준비는 대충 새벽 3시쯤 마무리됨.그렇지만 아침 7시에 다시 모여야 했음.....

    잠깐이라도 눈 붙이고자 집에가서 씻고 누웠는데

    그 봉사자분 얼굴이 자꾸 아른 거림.

     

    그러면서 이승환 1집에 있던 "그냥 그런 이야기"란 곡이 자체 음성 지원돼서 드림.

    그 노래 가사가 이렇슴.

     

    두근두근 뛰는 가슴 어쩔 줄을 몰라 그대 고운 미솔 보면

    웬일인지 그댄 정말 동화 속 요정같아 신비로운 눈을 보면

    친구들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나봐

    하긴 그대 이름조차 알지 못하잖아

     하지만 그런 이름 따윈 모름 어땨

    이렇게 바라만 봐도 좋아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라이브 버젼만 있음)

     

    짧게 눈부치고 출근하니 원래 내 담당이 아닌 자원 봉사자 배치가 여건상 내가 하게 됨.

    그녀에게 반해있기에 그렇겠지만,

    뭔가 운명이 아닐까하는 설렘이 옴 ㅋ

     

    그리고 그 봉사자 분이 왔음.

    자원봉사자 출석 체크 땜애 자원봉사자는 신청 후 참가하게 되면

    서류에 간단한 기본 인적 사항을 작성하게 돼 있음.

    이름,전화번호,주소 정도 기입함.

    서류 작성할 때 뭣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그 서류에 올려 놓았음.

    그리고 이렇게 말함.

     

    "전화번호는 여기에 적어 주세요"

     

    말하면서 나 스스로 "이거 괜찮다?" 하며 자뻑했음.

    어디서 생긴 근자감인지 몰라도 번호를 받을 거 같았음.

     

    그 봉사자분은 그런 나를 보며

    아주 해맑게 생긋 웃고는

    핸드폰을 내쪽으로 쭈~~~~~~~욱 밀었음.

     

    자뻑과 근자감에 도취했던 나는 아직 상황을 이해못하고

    이렇게 말했음.

     

    "아,나 거절당한 거에요?"

     

    그 봉사자 분은 다시 한번 해맑게 생긋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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