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친한 친구인 A의 여자친구가 유학을 가게 되며 둘이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여름 밤, A를 위로하기 위해 친구들과 내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모두 6명이 모여서 오후 9시쯤부터 술을 들이키기 시작했습니다.
12시가 조금 지났을 때, 친구 B가 [TV나 좀 보자.] 라고 말을 꺼내 다같이 TV를 보기 시작했죠.
TV에서는 평범하게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냥 별 생각 없이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런데 갑자기 화면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야, 텔레비전 고장 났냐?]
[무슨 고장이야, 그냥 전파 불량이겠지.]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왁자지껄 웃고 있는데, 그 순간 화면이 완전히 지지직거리며 바뀌어 버렸습니다.
[전파 불량치고는 좀 심한데.]
누가 투덜대자마자 TV 화면에는 [sinitai.com] 이라는 글자가 나타났습니다.
[뭐야, 이건?]
잠시 뒤 글자는 곧 사라지고 원래 보던 프로그램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금방 그거 뭐지?]
[죽고 싶어 닷컴... 이라고 써져 있었지?]
[응. 진짜 기분 나쁘다.]
우리는 어수선한 가운데에도 기분이 대단히 나빴습니다.
[우선 TV부터 끄자. 엄청 오싹하네.]
TV를 껐는데, 갑자기 A가 [야, 네 컴퓨터로 한 번 들어가볼래? 아까 거기.] 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우리는 모두 컴퓨터에 달라붙어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조사한다고 해도... 기분 나쁘네. 술 취해서 잘못 본 거 아닐까?]
[그럴리가. 다들 봤잖아? 무슨 프로그램 광고일지도 모르니까 찾아보자. 재미있을 거 같은데.]
우리는 여러가지 검색 엔진에 [sinitai.com] 을 검색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잘못 본 것 같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지만, 문득 [주소창에 직접 sinitai.com 이라고 쳐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주소를 쳤습니다.
그러자 [함께 죽어 줄께.] 라는 제목의 홈페이지가 나타났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여자의 사진이 모니터 가득한 크기로 띄워져 있었습니다.
[야, 이거 진짜 위험한 거 아니냐?]
[빨리 꺼버려.]
너무 무서운 사진에 놀란 우리는 바로 창을 닫고 컴퓨터를 껐습니다.
[뭐랄까... 진짜로 위험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저런 걸 광고로 써먹을리가 없잖아...]
[그럼 아까 그건 도대체 뭐였지?]
서로 정신 없이 떠드는 사이, 갑자기 TV의 전원이 켜졌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소리로 [함께 죽어 줄께!] 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TV에 나타난 것은 아까 홈페이지에서 봤던 피투성이의 여자였습니다.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새벽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옆에서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아까 그 여자, 뭐였지?]
[뭐?]
[아까 그 여자라니, 그게 뭐야?]
[아직 잠에서 덜 깼냐?]
나는 당황해서 아까 전까지 내가 봤던 것들을 말했습니다.
[꿈이라도 꾼 거야? 우리 계속 마시고 있었는데.]
[넌 아까 필름 끊겨서 잠들었잖아.]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나는 꿈인가 싶어졌습니다.
컴퓨터에도 [sinitai.com] 에 들어간 기록은 없었습니다.
그 날 오후, 술자리가 파하고 모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내가 필름이 끊겨 있던 사이 집에 먼저 돌아갔던 A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너 어젯밤에...]
[응?]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미안.]
A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어쩐지 마음에 걸려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배터리가 다 되었다는 안내 음성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A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나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나는 몇번이고 [sinitai.com] 에 들어가보려고 했지만, 다시 그 홈페이지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밤에 TV를 보아도 그런 화면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 때 같이 있던 친구들은 모두 [너 혼자 본 망상이다.] 라고 말할 뿐 상대해 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A가 사라지고 1년 정도 되었을 때, 나는 우연히 A의 옛 여자친구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A와 헤어진지 며칠이 지났을 무렵, A에게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캐나다의 기숙사에 전화를 해서, "나랑 같이 죽어 주지 않을래?" 라고 말하더라구.]
[뭐라고?]
[뭐랄까, 술에 취한 것 같았어. 일단 받아 넘겨버렸지만 걱정 돼. 그러니까 네가 A를 좀 찾아봐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아직도 A의 행방은 알 수가 없습니다.
나는 A가 그녀에게 한 말과 A가 사라진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A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출처 : VK's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vkepitaph.tistory.com/m/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