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사람의 몸과 매우 흡사한 기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 시피유...
창조주가 인간을 만들 때 자기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다죠?
인간도 모든 기계를 만들 때 사람과 비슷하게 설계를 하곤 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이야기는 사람과 비슷한 이 컴퓨터의 이상증상에 관한 것입니다.
*이 글을 컴퓨터를 아주 모르시는 분들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람이 배가 아프면 병원에 갑니다. 아픈 이유도 가지가지겠죠.
배가 아프기도 하고요. 눈이 침침하거나 피곤하기도 합니다. 코가 막히거나 머리가 아플 때도 가죠.
아니면 크게 다쳤을 때도요. 컴퓨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략적으로 '컴퓨터가 이상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증상에는 몇가지 대표적인 경우로 나뉘게 되는데
1. 모니터가 갑자기 안켜진다.
2. 본체 불은 들어왔는데 모니터 불만 깜빡인다.
3. 컴퓨터가 시끄럽게 삑삑댄다.
4. 컴퓨터에서 이상한 진동이 느껴진다.
5. 계속 재부팅된다.
6. 아몰라그런거없고걍느려
이 외에도 많은 증상이 있지만 제 주변사람들이 문의하는 증상은 저 정도로 나뉘어지네요.
하지만 증상은 저리 간단해도, 사실은 저 위에 열거된 정도로만 '이렇게 해서 이게 안돼요!' 라고
말을 한 들 직접 보고 진단하기 전 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제가 신체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증상을 묻는 사람이 닥터K급 의사라고 칩시다.
"제가 머리가 아파요. 왜이러죠?"
"음! 머리가 아프고 황달이 끼었군! 이건 확실해! 이수술은 내가 집도한다!"
... 뭐 현실에는 그런 의사도 없고 망토입은 의사가 매스를 들이대면 전 브라질 싸커킥부터 날릴겁니다.
아무튼, 이런겁니다. 머리가 아프다고 말을 한 들, 청진기를 대 보고 입속을 보고 열을 재 보기전까지는
이사람의 증상이 뇌종양인지 단순감기인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 전원이 안들어와요 ㅠㅠ'
라고 하는 말 뜻을 풀이하기 위해서는, 직접 가서 컴퓨터를 켜 봐야 아는 것입니다.
전원이 안들어온다는 말은, 때로는 모니터에 화면이 안들어오는 것을 전원이 안들어온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거니와
실제로 진짜 컴퓨터가 안켜진다면 파워 스위치를 꺼 둔 것인지 코드를 뽑아놓은 것인지 아니면 파워에 진짜 이상이
있는건지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파워 교체도 해 보고 소리도 들어봐야 하겠죠. 메인보드 이상도 의심해야겠고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너는 컴퓨터 잘 한다면서 왜 내가 딱 말하면 모르냐?'
라고 묻습니다. 당연히 모릅니다. 내가 컴퓨터를 못 해서 모르는게 아니라,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겁니다.
물론 증상이 당연한 경우가 있죠. '콧물나고 열이나요' 그럼 그건 감기입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로
'모니터에 줄이가요' 그러면 그래픽카드 아니면 모니터 문제인 겁니다.
그런 이유로 컴퓨터의 이상증상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컴퓨터가 안되기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때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라고 운을 띄워주셔야 합니다.
무조건 '아몰라몰라 ㅠㅠㅠ' 한다면 질문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픈마음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해결방법을 찾을
실마리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간단하게 끝낼 일을 멀게 돌아가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경우 선의로 도와주려고 했던 사람도 마음급했던 의뢰자도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기겠지요?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친구가 갑자기 컴퓨터가 안켜진다며 저에게 밥을 한 끼 사줄테니 컴퓨터를 고쳐달라고 하더군요.
전원이 아주 들어오지 않는 컴퓨터였습니다. 한참을 고민하고 뜯어봤지만 문제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수 시간뒤에 알고보니 그냥 컴퓨터 파워 전원버튼이 꺼져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그 친구의 문제점은 정확히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문지식을 들먹이면서 이야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어제 이런 걸 했는데 이렇게 되더라고' 정도만 이야기해 주더라도
'응 그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컴퓨터가 느려지는 증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오래 쓰면 느려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드디스크가 노후화 된다는 뭐 그런 말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년 이상은 써야 노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이야기는 논외로 칩니다만,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거나, 어떤 프로그램이 컴퓨터가 필수로 작동되어야 할 자원을 의도적으로 갉아먹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오래 썼다' 라는 표현은 '설치된 프로그램이 많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도로에 비유하면 이런 것입니다. 자동차들이 무조건 성수대교를 통과해야만 자기가 원하는 목적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당연히 도로가 밀릴 것입니다. 그런데 그와중에 자동차끼리 추돌사고가 나거나, 공사를 한다고 차선 하나를 통제하는 경우에는
어떨까요? 지옥이나 다름없겠죠. (토요일 오후 세시 양재역 시밤바...아...그게 아니고요...) 하드디스크도 이와 같습니다.
프로그램이 많이 설치되지 않은 하드디스크는 차량끼리의 추돌사고나 도로 하나정도가 통제되더라도 별 문제 없는 새벽 도로와 같습니다.
속도를 방해하는 요소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차들이 제 속도를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물론 그 속을 들여다본다면, 하드 자체의 즉 도로 자체의 문제가 있어서 느릴 수도 있고 또 외부적 요인(보드나 카드 등)에 의해
느려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포맷을 한번 해보는 것이고 테스트라는 과정을 거쳐 진짜 느려지는 문제점이 뭔지 찾는,
그런 시간때문에 수리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늦는다. 라는 표현은 수리해주는 사람 입장이 아닌 의뢰인의 입장이기도 하고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컴퓨터를 고쳐주는 사람에게, 무언가 부탁을 하기 위해서는 밥도 술도 돈도 필요없습니다.(업자에게는 당연히 돈을 줘야겠지만요)
그냥 '이랬다 저랬다 내가 이걸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었다 혹은 서서히 증상이 나타났다' 정도만 이야기 해 주시면 됩니다.
1.컴퓨터를 그자리에서 바로 고쳐주지 못했다고 나무라지 맙시다.
사람도 머리가 아프면 약국에서 어떤 약을 처방해줘야 해야 하고, 주사를 놔 줘야 할 때도 있고 확인된 증상에 따라서는
수술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간단한 증상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부탁하는 사람 부탁받는 사람 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요하는 수술이 있는 법이고, 증상에 맞는 처방이 필요한 것이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2.컴퓨터 견적을 내 줄 때 적은 금액으로 많은 것을 바래서는 안됩니다.
컴퓨터 수리와는 어쩌면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여기서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사실은 어렵지 않습니다.
50만원짜리 컴퓨터를 원하셨다면, 컴퓨터는 어쨌든 50만원 정도의 값어치를 하는 성능 이상을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자신이 원하는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고 고장증상 혹은 조립해 준 사람의 능력부족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자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천만원으로 살 수 있는 차는 제로백 3초대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당연한 겁니다. 제로백 3초대의 차를 원하면
10억은 넘는 혹은 그와 비슷한 차를 찾아야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긴 합니다. 컴퓨터를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성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구성해서
알차게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사실 그것도 어느정도 컴퓨터 지식이 해박한 수준에 다다르지 않으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길게 글을 썼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한번 쯤 컴퓨터의 수리를 해 주는 사람의 입장에 대해 또 그것을 부탁하는 방법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