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을 살짝 넘어선 남자입니다.
군대에서 m60보직으로 복무하였으며 청각 손상도 입었으며, 가장이고, 외벌이입니다.
그냥 솔직하게 말씀 드리자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아오면서 제가 남자라서 특혜를 받았다거나 우대를 받았다거나 하는 경험은 없습니다.
배우자를 위해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라와서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고, 외벌이인 지금도 저는 제 등에 짊어진 책임감에 대해서,
버겁다고 느낀 적은 있을지언정 내려놓자, 아내와 나눴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걸 못느낄 정도로 특혜나 우대 받는 걸 당연시 했다고 하신다면 솔직히 할 말이 없구요.
저는 딸이 있습니다. 올해 네 살이 되어, 퇴근하면 도어락 누르는 소리에 아빠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를 외치면서 고양이 두 마리
와 함께 저를 맞이하는 어여쁜 딸입니다.
저는 제 딸이 의무에도 충실하고 권리를 누리며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 끝에 승리를 쟁취하는, 땀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로 할당제다 뭐다 하는 권리 같지도 않은, 정말 말도 안되는 권리를 누리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냥 사회제도를 이용해서 딸이 좀 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고 더 높은 사람도 될 수 있다면야 좋겠지요. 하지만 아들 가진 부모들은요?
부모 마음은 부모가 아는 것인데, 저라고 아내라고 마음이 편할까요?
저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 이전에는 달님 달님 우리 달님 우리 달님이라면 적폐청산도 하고 좋은 세상을 위한 초석을 다져주실 거야라고
생각해왔지만, 솔직히, 정말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최선의 후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차악을 위한 투표가 될 것 같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믿었던 당신이 내건 공약이기에 제가 받는 충격은 좀 더 큰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저는 제 딸이 의무에도 충실하고 권리를 누리며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 끝에 승리를 쟁취하는, 땀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문재인 후보님이 이 글을 보실 리는 없겠지만, 만약, 만약에 보신다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나라 여성들은 약하지 않습니다. 남자들과 비교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약자로 포장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밤에도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고 친구들과 음주가무를 즐겨도 험한 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묻지마 범죄에서도 안전할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먼저 만들어 주십시오.
제 딸을 눈 먼 권리의 수혜자로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제가 잘 가르칠 것이나, 성인이 된 이후까지는 제 품에 안고있지 못할 것입니다. 그 때에도 정정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부탁합니다, 문재인 후보님.
ps. 안철수 후보님, 학제개편안 잘 봤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제 딸아이가 딱 거기 걸리더군요? 참 할 말은 많습니다만 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