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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706896
    작성자 : 문빠아닌안까
    추천 : 6
    조회수 : 1268
    IP : 222.109.***.168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6/04/06 21:06:05
    http://todayhumor.com/?sisa_706896 모바일
    [시사인 천관율 기자 페이스북] '견고한 남부’와 ‘위대한 호남’
    ★ 글이 길어서 올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문대표 호남 가는 일로 시끄러워 가져와 봅니다. 단순히 호남의 반노/반문 정서를 노무현/문재인/친노라는 사람들의 행동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이 많아서 좀 달리 보셨으면 해서.. 이 문제는 유시민도 전부터 계속 지적했지만, 김대중으로부터 시작된 민주화/자유주의/리버럴/친노 세력과 호남이라는 지역주의 세력의 갈등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야권에 정권 교체와 새누리 과반 저지를 위한 호남의 위대한 선택을 계속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 비판적인 천관율 기자의 의견도 새겨들을 만하고요. 결국 야권은 리더쉽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에도 공감합니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 페이스북 글] ‘견고한 남부’와 ‘위대한 호남’

    천관율.png


    ★ 텍스트 버전

    ‘견고한 남부’와 ‘위대한 호남’

    1. ‘견고한 남부’의 붕괴는 2차대전 이후 미국 정치에서 벌어진 가장 중요한 일로 손꼽힌다. 1860년대 미국 내전 이후, 패전한 남부는 자신들의 대변자였던 민주당과 강력한 정당일체감, 그러니까 콘크리트 투표를 보여준다. 이게 ‘견고한 남부’다. 대권은 북부와 서부를 장악한 공화당이 먹지만, 민주당은 연방권력을 내어주는 대가로 남부를 장악하는 하위 파트너 자리를 받아들였다. 이 구도는 1896년에 뚜렷이 정립되어 30년 넘게 이어졌다(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 주권).

    이걸 뒤흔든 게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그가 만들어낸 뉴딜연합은 전통적 지지층인 남부와 가톨릭에 더해 백인 노동계급과 소수인종을 묶어내면서 다수파연합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이게 또 30년쯤 간다. 그러니까 뉴딜연합은 인종부심 자영농부심 쩌는 보수파 남부 백인의 정당에다가 백인 노동계급과 흑인을 대뜸 끼얹어놓고도 한 세대를 유지하는데 성공한 놀라운 외줄타기였다(전형적인 역사가의 글이라 좀 지루하지만. 맥짐시, 위대한 정치의 조건).

    이게 해체되는 게 대충 1960년대다. 공화당이 남부를 꾸준히 파고들기도 했고 민주당의 인종평등 정책에 남부가 학을 떼기도 했고 뭐 그렇지만, 사실 점점더 리버럴과 지식인과 조직노동의 정당으로 흘러가던 민주당을 이때까지 남부가 참고 지지했다는 게 더 놀랍다. 역시 전쟁을 겪은 동네의 투표 충성도란(...)

    1952년에 남부는 65% 대 19%로 민주당에 그야말로 몰표를 준다. 이게 2004년이 되면 32% 대 38%로 뒤집힌다. 뉴딜연합에서 남부가 이탈한 것은 30년 민주당 시대를 끝내는 결정적 사건이었고, 이후 민주당은 히스패닉을 지지블록으로 포섭할 때까지 소수파의 설움을 견뎌야 했다.

    남부의 이탈 이유를 뭐라고 설명하든, 그건 차라리 ‘정상화’ 과정에 가깝다. 래리 바텔스는 문화적 보수주의(“낙태 반대!” 블라블라)가 공화당 시대를 열었다는 분석을 거의 조롱하면서, 중상층 남부 백인의 비정상적인 민주당 쏠림이 그저 제자리로 돌아간 것만으로 뉴딜연합 붕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바텔스, 불평등 민주주의).


    2. 나는 호남 특유의 정서라는 걸 전혀 모른다. 그저 미국 정치와 한국 정치를 두고 맥락을 무시한 몇가지 유비를 할 수 있을 뿐인데, 이를테면 나는 반 새누리 연합의 핵심축 두 개가 호남과 도시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중산층의 투표성향도 나눠지기 때문에, 어느 시점 이후로는 반 새누리 젊은 도시 중산층을 리버럴이라고 바꿔 불러야 할 것 같다. 꽤 무리지만 여기선 리버럴을 최대한 넓고 벙벙한 의미로 그냥 쓸 생각이다. 이 둘이 하나의 연합이어야 할 논리적 이유는 없고, 역사적인 우연에 가까워 보인다. 뉴딜연합이 그렇듯이.

    반 새누리 연합 내에서 김대중 시대까지는 호남이 우세한 가운데 거목 DJ가 둘을 포괄하는 게 가능했던 모양이다. 노무현 정부는 반 새누리 연합이라는 소수파 정권이었던 동시에, 연합 내에서도 리버럴이라는 소수파, 그러니까 이중 소수파 정권이었다. 이 구도를 무리하게 깨 보려 했던 시도(나는 문제 많은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가 열린우리당 창당이었던 것 같다.

    열린우리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했다. 쪼그라들었던 민주당은 호남을 싹쓸이하며 부활한다. 열린우리당 핵분열 이후 무슨 당이 몇 개나 생겼다 합쳤는지 자기들도 헷갈려하는 2007년의 난리법석은 결국 호남 - 리버럴 연합의 (호남의 주도권을 불확실하게 암시한) 부활과 불복한 리버럴 일파의 이탈로 결론났다. 이게 2008년 총선에서 팔십몇석인가 얻은 그 민주당이다. 리버럴의 이탈은 2007년 대선 투표율 폭락의 이유 중 하나다. 덕분에 MB는 5년 전 이회창보다 겨우 5만표를 더 얻고도 500만표를 이겼다.

    이명박 시대에 민주당 밖의 리버럴은 ‘혁신과 통합’을 띄운다. 호남 - 리버럴의 불완전 연합이었던 민주당과 혁통의 통합으로 리버럴 우위가 공고해졌다. 그게 야바위의 승리든 지지블록 크기의 반영이든 간에, 반 새누리 연합에서 호남이 하위 파트너로 밀려나는 추세가 점점 더 분명해졌다. 그냥 직관으로만 말하면, 도시화 수준과 교육 수준의 가파른 상승 때문에 도시 리버럴의 충원 속도가 호남 정체성 투표자(호남 출신 수도권 가정 자녀 중엔 여기 해당하지 않는 표도 많다)의 재생산보다 빠르며, 이 추세는 당분간 역전되기 힘든 것 같다.

    “호남이 친노의 표셔틀이냐”라는 논평을 이 맥락으로 번역하자면 리버럴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나는 이해한다. 이건 납득할 만한 반응인데, 단순다수제 선거제도 하에서 반 다수파 연합은 일상적인 인질극의 공연장이다. 호남은 2012년 대선에서 리버럴의 하위 파트너 자리를 받아들였다. 리버럴은 2007년 대선에서 호남의 하위 파트너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리고 2008년 봄에 거한 살풀이를(...)

    반 새누리 연합에서 호남이 리버럴의 상위 파트너로 복귀하는 세상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리버럴 다수가 이탈한, 기껏해야 2007 버전의 불완전 연합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호남이 하위 파트너 역할을 계속 감당할까? 2006년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거부할 것이라는 사인을 계속 보내는 중이다. 대선이 올해라면 또 달랐을지 모른다. 그게 2012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0개월이나 남았다.

    역사적 궤적의 강한 구속 때문에 호남이 새누리를 지지하는 일은 꽤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견고한 남부’의 붕괴는 100년 넘게 걸렸다. 하지만 반 새누리 연합의 하위 파트너를 받아들이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하위 파트너 자리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고, 리버럴도 그 자리를 못 견디는 모습을 몇 번 보여줬으니, 왜 역사적 책무에 헌신하지 않는가라고 호남더러 말할 권리는 누구도 없다. 아니 애초에, 유권자 블록에 어떤 책무를 준다는 발상 자체가 기괴하다.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불러올 책무를 정치세력과 지도자가 진다.

    그러니 호남의 남은 선택지로, 독자적인 대변자를 내세워 독자행보와 조건부 연합을 교차하며 당분간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전략, 이건 그럴듯하다. 적어도 호남 엘리트의 선택지로는 꽤 그럴듯하다. 나는 호남 정서에 대한 이해도가 꽝이라서 지금 호남의 여론이 엘리트 주도인지 바닥부터 끓어오르는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 때문에 호남의 특수성 변수를 생략하고 그저 합리적으로 보이는 전략적 조합을 고려하는 데서 멈추겠다. 어쨌든 반 새누리 연합에 대한 호남의 헌신을 절대화하는 논평(“호남의 위대한 전략투표가 작동할 것”)은 여러 사정을, 특히 호남이 연합내 하위 파트너로 몰렸다는 사정을 무시하는 것 같다.


    3. 지금 벌어지는 일이 ‘견고한 남부’의 붕괴 한국판일까. 아니다. 둘은 꽤 다르다. 견고한 남부는 결국 공화당으로의 월경을 통해 붕괴했다. 2016년 호남의 풍경은 일단 반 새누리 연합 내부의 주도권 투쟁에 더 가까워 보이며, 월경의 징후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탈의 가능성까지 포함해 연합이 헐거워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를테면 수도권의 호남표 중 일부는 새누리당 승리를 감수할 태세다. 역사적 맥락도 궤적도 다른 미국의 사례에서 우리가 적용 가능한 교훈은 이렇다. 정의상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다수파연합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세력과 지도자의 중요한 능력이다. 미국 민주당은 루스벨트 사후에도 얼추 20년간 뉴딜연합을 유지해 냈다. 한국은 DJ의 임기 종료로부터 올해가 14년째다. 소수파연합이라는 중요한 차이도 있다.

    호남과 리버럴은 연합의 두 축이지만, 이탈 전략이라는 옵션은 호남이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다. 호남은 지리적 인접성이라는 ‘주권의 단위’를 충족한다. 하지만 리버럴은 도시를 중심으로 묽게 퍼져 있다. 대도시로 갈수록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수는 있지만 독자 세력화는 더 어렵다. 리버럴 단독 정당이라는 이탈 전략도 몇 차례 시도되었으나 결과는 다들 아시는 대로. 연합 내의 상호 인질극에서 지리적 인접성은 호남이 가진 중요한 무기다.

    어떤 정치인은 여기서 기회를 포착한다. 그릇이 작은 정치인은 연합을 쪼개어 제가 감당할 만한 단위로 지지블록을 조각내려 한다. 그게 성공하면 연합은 구멍이 뚫리지만 제 정치적 이익은 극대화된다. 이건 민주적 경쟁이 작동하는 시스템에서는 거의 어떤 경우에나 등장 가능한 전략으로, 사실상 상수다. 때문에 이런 그릇 작은 정치인을 비난할 수는 있어도, 그런 일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연합의 정치 지도자가 변명할 수는 없다.

    지금 시험대에 선 것은 반 새누리 연합에 대한 호남의 헌신이 아니다. 어떤 유권자 블록이든 그렇게 초월적인 임무를 지우는 전략은 인질극이다. 한두 번은 모를까 결국 작동하지 않는다. 시험받아야 할 것은 반 새누리 연합 지도자들의 능력이다. 호남 - 리버럴 연합을 유지해내거나, 혹은 그를 대체할 대안 연합(나는 상상이 잘 안 된다)을 찾아내거나, 혹은 그야말로 창조적인 균열을 발명해 내거나. 총선이 너무 임박한 정치일정이라면 대선까지라도 찾아내는 것이 정치 지도자가 지지층에 지는 책무다. 뭐하나 쉬운 게 없네.


    4. 쓰고 보니 헐거운 대목이 곳곳에 보인다. 리버럴의 개념은 너무 확장해 놔서 제 무게를 못버틸 지경(...) 어쨌든 나는 요즘 국면을 이와 같이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마도 내 관점에 맞는 정보를 편향적으로 수집한 결과일 것이며, 특히 2번에서 묘사한 정치궤적이 그럴 것 같다.
    그냥 미국 얘기나 하고 있어보이게 끝낼 걸 그랬다.
    출처 [시사인 천관율 기자 페이스북 글] ‘견고한 남부’와 ‘위대한 호남’ :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978161342260995&id=100002014156359
    문빠아닌안까의 꼬릿말입니다
    20대 국회에는 문재인, 정청래, 최재성, 김광진, 장하나, 김용익, 홍종학, 김현이 없다. 너무 허전하고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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