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규탄 촛불집회가 지난 6월 21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대를 중심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촛불집회가 10여 일을 넘어서고 있지만, 촛불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생각외로 많지는 않습니다. 보통 4~5백 명이었고, 주말에야 3천 명가량(경찰추산 1,500여명) 되었습니다.
현재 국정원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2008년 촛불시위처럼 대규모로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는 연일 수백~수십만 명이 참여)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이 본다면, 현저히 적은 참여율입니다. 국정원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진 이유와 배경, 그리고 앞으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살펴 보겠습니다.
'검찰수사, 국정조사, 해봐야 뭐 바뀌겠나?'
국정원 사건의 핵심은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와 권력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분노와 관심이 높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시민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정치적 해결 방법이 없다고 미리 결론을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 수사나,특검 등을 통한 수사 결과는 언제나 시민들의 의혹을 해소해주지 못했고, 시민들은 여야가 합의해서 시작한 국정조사도 결국 파행 내지는 아무런 성과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역대 국정조사 결과를 놓고 봐도, 시민들의 예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987년부터 총 21건의 국정조사가 시행됐지만, 이중 겨우 8건만 결과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5.18광주민주화 운동 진상조사,12.12 군사쿠데타도 신통치 않았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협상, 직불금,저축은행 국정조사도 파행을 맞기도 했었습니다. 국정원 사건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다기보다는 국정원 사건이 실제로 해결될 방법이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 또한 저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TV에는 나오지 않는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언론 때문입니다. 2008년 촛불집회 때는 왜곡이 있을망정, 대부분의 TV와 언론이 촛불집회를 다뤘습니다. 그러나 2013년에 벌어지는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관련 보도는 TV와 신문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6월 22일~7월1일까지의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 및 촛불집회 관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아예 촛불집회를 보도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입니다. KBS와 MBC는 계속 촛불집회가 열렸음에도, 겨우 단신 1건만 보도했습니다. SBS도 일반 1건, 단신 보도 1건에 불과했습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조사 기간 단 한 건도 촛불집회 보도를 하지 않았고, 조선일보만 2건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왜곡된 보도로 '촛불집회'를 왜곡하기 바빴습니다. TV에서 촛불집회 소식이 아예 나오지 않으니, 시민들은 지금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가 열리는지도 모르고 있으며, 겨우 그나마 SNS와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만 참여하고 있습니다.
'2008년보다 더 심상치 않은 국정원 사건'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지만, 2013년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오히려 박근혜 정부를 더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촛불집회 참가자는 적지만, 일찌감치 사회 각 계층에서 '시국선언'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6월 5일 시민단체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6월 20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21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부터 7월 1일 한신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까지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당시와 비교해보면 전국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현저히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현재 국정원 사건을 대한민국 정치와 법을 뒤흔드는 중대 사건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6월 28일 대구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출처:트위터
비록 규모는 적지만 꾸준히 전국 각지에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는 처음 5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 참석인원이 60명에서 600명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소규모로 열리고 있는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가 어떤 계기만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을 충분히 해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선택은 무대응,그에 대한 시민의 반격은?'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사건과 관련하여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서한에 그저 '국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사안은 '침묵이 금이다'를 실천하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언론도 그녀의 입장에 맞춰 아예 국정원 규탄보다는 NLL 대화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것이 현재까지는 더 잘 이루어지는 듯합니다. 그러나 국정원 국정조사가 시작되면서 관련된 범죄 증거가 언론에 속속 공개되는데도 박근혜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오히려 시민들의 반감과 의혹은 더 가중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강조하며 국정원의 정치 공작은 없었으며, 이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흑색선전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이 부분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없는 무대응에 점점 높아질 것이며, 18대 대선 부정선거는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까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7월2일자 사회면. 출처:동아일보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요구가 있기 전에 대한민국 언론은 철저히 제2의 촛불집회가 되지 않도록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폄훼하는 요지의 기사를 내보낼 것입니다. 7월2일자 동아일보는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때문에 시민은 열불이 난다고 했습니다. 마치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청계천 상인들이 '촛불 시위 때문에 장사가 안돼 죽겠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동아일보의 기사처럼 대부분의 시민들은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무심히 지나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묘한 타오름이 있어, 불이 붙기는 어려워도 한번 불이 붙으면 꺼질 줄 모르는 활화산 같은 뜨거움이 있음을 박근혜 정부와 조중동과 언론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국정원 사건은 진보와 보수, 새누리당과 민주당만의 정치,사상의 대결구도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와 법을 위반한 불법적인 사건에 불과합니다. 불법은 법에 따라 관계자를 체포, 구속하고 법에 따라 처벌하면 그뿐입니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은 2012년 대명천지에 불법으로 선거에 당선된 대통령이 하야하는 엄청난 사건을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국가가 무너지는 것은 대통령이 물러나서가 아니라 범법자가 여전히 최고 권력자로 남아 있을 때입니다. 국민이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국정원 사태에 '명판관 포청천의 작두'가 등장할 것입니다.
사실 저도 쓰고 싶었던 글인데, 이렇게 피터님이 먼저 올려주셨네요.
물론 제가 썼으면 이 글보다 퀄리티는 한참 떨어졌을것입니다ㅎㅎ
하지만 지금 시국에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것이 당연한 것이구나..
하는것을 느끼게 되었네요. 참 읽어볼만한 글인것 같습니다.
소통을 통해 생각을 모으고, 신뢰의 투쟁을 하고, 그리고 쟁취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