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공부도 열심히 안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중학교 3학년 때는 정말 지금의 나로서는 믿어지지 않는 인내심과 노력으로 공부에 매진했었습니다. 그 당시 외고, 과고 등 등 특목고 열풍이 불었고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특목고에 가고 싶어서 입시 학원을 다녔습니다. 그 당시 과열되는 학원가의 분위기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에서 법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밤11시 이후로 학원은 영업을 하면 안된다고. 그래서 선생님들이 창문에 불투명한 종이나 테이프들을 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 학원도 그런 학원이었고, 특히 목동에서 심하기로 유명했습니다.저 만해도 새벽2시쯤 수업과 자습이 모두 끝나고 새벽 3시쯤에 집에 돌아오는 날이 다반사였으니까요. 그 날도 새벽3시쯤에 학원선생님의 차를 타고 집 주변까지 왔습니다. 항상 대로변에서 집까지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를 혼자 걸어왔습니다. 매번 어두운 길과 가로수, 그리고 희미하게 밝아서 더 무서운 가로등의 빛을 보며 집으로 왔습니다. 저희 집은 낮은 산 중턱에 있는데, 그 산엔 등산로도 있고 낮에는 동네사람도 많이 올라갑니다. 저는 조금 감성적인 면이 있어서 새벽에 집에 오다가 가끔씩, 정말 아주 가끔씩 어두운 밤이 무섭지 않고 하늘의 달과 별이 아름다울때면 산 정상까지 걸어올라갔다가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낮은 산이라 십분에서 십오분이면 다녀올 수 있었거든요. 그 날도 그랬습니다. 어제만 해도 무서웠는데 그 날은 사람이 한명도 없는 길을 내가 독차지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mp3에 흐르는 음악도 잔잔했고 달빛은 맑았습니다. 점점 분위기를 타서, 집을 지나쳐서 산으로 향하려고 했는데, 순간 아기 울음소리같은 걸 들었습니다. 잘못들은게 아닌가 이어폰을 빼고 귀를 기울였는데, 저희 집 앞 덤불속에서 계속해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놀라움보다는 공포심이 먼저 들었지만, 호기심에 못 이겨 덤불을 파헤쳐보았고, 두려움과는 달리 안에 있던것은 작고 검은 아기고양이 였습니다. 꼬질꼬질하고 물에 흠뻑 젖어있었지만 제 연민을 끌었던 이유는 꼬리가 잘려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길고양이들의 꼬리를 자르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인터넷으로 봤지만 설마 우리동네에도 있었을 줄이야. 결국 그 날은 산에 올라가는걸 포기하고 고양이를 들고와 집에서 먹을것을 주고 씻겨준뒤 다시 풀어줬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키울수는 없었으니까요. 다음날 평소와 같이 일어나 학교에 가며 고양이가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고양이가 벌레를 잡아다 보은이라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학교가 끝난후 학원에 가기전 집에 돌아오던 중 집앞 산 입구에 경찰차들이 서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서 집에 들어가 부모님에게 물어보니 산 입구에 누가 시체를 버리고 갔다고 하시더라고요. 피가 흥건하니 흐르고 있는 시체였다고. 경찰도 왔다갔는데, 어제 새벽쯤 버리고 갔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지금도 모르지만 만약 제가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못 들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볼륨이 조금만 더 컸다면. 울음을 못듣고 산에 올라가려했다면. 전 지금도 가끔 여름 새벽에 집에올 일이 있다면 그 새끼고양이 생각이 나서 산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집에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