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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70642
    작성자 : WJN
    추천 : 15
    조회수 : 463
    IP : 116.38.***.57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09/06/07 01:28:48
    http://todayhumor.com/?sisa_70642 모바일
    의경 출신으로써 부끄럽습니다.
    98년 의경(전투의무경찰)을 전역하였으니.. 횟수로 11년이 됩니다.

     

    96년 입대당시 부대로 갓전입와 쌔빙(신병)으로 발령받은지 채 며칠이 되지 않아 연대 시위진압이 있었습니다 직접 투입되지는 않았지만,  뭣도 모르는 긴장감에 휘둘려 참 많이도 속앓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연대사태가 아니더라도 IMF로 구조조정이 한참 진행중이었기에 상황(시위진압)으로 출동하게 된건 거의 매주 한두번이상, 더욱이 피의 4월이라 불리는 노동자 임단협시기부터 6.10항쟁까지는 일주일이상을 경찰버스(닭장차)에 갇혀 지낸 적도 수태였습니다.

     

    작금의 상황은 당시 연대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한총련'에서 대학생을 포괄하는 '국민'으로 바뀌었지만, 이념을 떠나 양상과 방법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96년 연대사태로 대법원에서는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판시하여 대다수의 국민으로 부터 외면받게 되었죠

    그리고 2009년 현재 경찰청에서는 촛불에 참가한 대부분의 시민단체를 '불법폭력단체'로 규정하였습니다.

     

    연대사태때 집결한 대학생이 2만명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물론 나중에 도망못가고 갇혀있던, 5천여명이 검거되기는 했지만, 천명에 가까운 경찰이 부상당했을 정도로 서로간에 팽팽한 접전이 있었습니다.

    최후방이라는 3선에 위치해 있던 우리 중대까지 기습에 당했을 정도니까요..

     

    2008년 100만이 모였다는 촛불집회를 보자면, 이 건을 가지고 배후를 캐내라고 하는 높으신 분들의 말이 우습기까지 합니다. 

     

    전의경들 고생하는걸 경험했으니, 의경출신으로 웬만하면, 여러명이 모여 무언가를 외치는 자리는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우연한 기회에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민주주의가 어떤것인지, 한번쯤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듯합니다.(물론 미쇠고기에 대해 과장된 부분은 믿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독단적인 결정과 사대부주의에 쩔어 고개숙인 외교에 화가 났을 뿐입니다.)

     

    당장, 노대통령 시절 이름을 알고 있던 고위관료 정치인을 포함해 열손가락안에 들지만, 지금은 초선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과 각종 공기업 사장, 정부의 장관은 물론 1차관2차관3차관까지.. 거기에 보태어 꾀 많은수의 국장들 이름까지 저절로 외우고 있으니 제가 알 정도면 대부분의 국민들도 그러 할 것입니다. 

    먹고살기 편할땐 누가 정치에 신경쓰나요.. 이런것을 알고 있다는 자체가 뭔가 잘 못 되가고 있다는것을 반증하고 있는 듯합니다.

    점점 삼천포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2008년 경찰이 촛불집회에 대해 강제 해산을 종용하고, 대대적으로 집회자들을 검거하기 시작한날 우연히도 제가 촛불집회에 처음으로 참가한 날이었습니다.

    경찰들이 우루르 몰려와 방패로 찍고 장봉으로 내리치며 잡아들이기 시작하더군요!

    전 타의반에 의한 참석도 있었기에 멀찌기 지켜보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고도 어의없는 광경을 바라보았습니다. 

    토끼몰이 진압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방이 막힌 곳으로 유인해 검거를 쉽게 하거나 사방팔방 나뉜곳으로 유인해 뿔뿔히 흩어져 자동해산 시키는 방법)

    처음에는 광화문부터 거치게 몰기 시작하더군요, 이 때 대부분이 뿔뿔이 흩어져 도망다니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도로에 도착했을때쯤, 경찰이 도로의 한쪽을 막고 조금 있다 반대쪽 도로를 막아 시위대를 막고 있게 되었습니다.(여기까지도 저는 어쩌다가 인파에 밀려 같이 도망다니다 도로에 갇이게 된 재수없는 방관자일 뿐이었습니다.)

     

    앞뒤로 막은 경찰병력의 수는 기껏해여 200여명 정도로 2개중대였고, 막혀있는 시위대는 천여명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앞쪽에 막고있던 경찰들이 들이밀기 시작하자 천여명이나 되는 시위대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서서 지켜 보자니 웃음이 절로 터졌습니다. 겨우 1/5밖에 안되는 경찰들이 달려든다고 도망갈정도로 자신감도 없이 뭐하러 나왔나? 라면서요.. 하지만 여기까지 내달리는 동안을 가만히 생각하니, 경찰들이 달려들때 누구하나 맞서는 것을 본적이 없다는것을 깨달으면서......

     

    정말로 주동자가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의경시절 배운 시위대란, 주동자가 있고 조직이 있고, 조직에 의해 결성된 무장한 선봉대, 사수대, 풍악대등 경찰과 대치하는 행동대원들이 있어야 반드시 잡아들여야 할 과격폭력단체에 해당되었으니까요!

     

    이런 조직이 무너진 후 단순가담한 시위대들이 흩어지며 도망다닐 수는 있어도, 아예 처음부터 도망만 다니는 시위대는 처음봤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복무시절봐왔던, 지역이기주의를 위해 나선 님비들도 아니요, 북한을 찬양키 위해 나선 친북좌파빨갱이도 아니요, 임금협상을 위해 나선 노조도 아니요, 이념투쟁을 위해 뛰어든 대학생 사상가조차도 아님을 확신 할 수 있었습니다.

     

    한총련사태에서는 님비와는 거리가 먼 이데올로기 투쟁이었지만, 그들 역시 자기가 가진 이념만을 위해 투쟁하였다고, 조그마한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촛불부터 시작해 현재 노무현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행렬까지는 개인의 영달이나, 이기주의 , 이념논쟁을 떠나 순수하게 내딛은 발걸음들 이란것 너무도 분명하게 보입니다.

     

    마치 거리에 나온 국민을 소문과 감성에 쩔어 단순한 슬픔을 표출하기위해 그리고 자기주권만을 지키기위해 나온 국가파탄을 위한 이기주의자로 여기는 보수주의자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이 들은 국민주권보다 국가주권을 위해 나온 사람들이란걸, 나라를 거덜내기위해서 나온게 아니라,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를 이룩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진정한 국민들이란걸,

     

     2009년 노대통령의서거와 같이한 추모열기를 보며, 서울광장을 열어달라 문두드리는 국민들을 보니, 지난날 재개발로 집을 잃은 재개발 현장에서의 시위, 노점상 철거를 보조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일, 정신대할머님들의 대사관시위,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등등의 상황을 접하던때를 기억하면,


    대학생들 머리만 골라 때렸다고 자랑하던 고참의 말, 앞에 있던 욕하던 노점상 상인 방패로 찍어 다른 중대처럼 방패뺏기는 일 없었다고 칭찬받으려던 동료, 터전을 지키게 해달라며 울며 매달리는 세입자들 밀어붙여 그나마 서있던 땅마져 빼앗았던 일, IMF의 구조조정 한파에 일자리 잃은 공장 노동자와 정문출입막으며 서로 삿대질하고 욕하던 것등....

     

    아마도 그 때는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 란 생각만 가지고 그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 '왜' 자기가 살던곳 일하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사는지, 알 필요도 알 수도 없었던 탓인지 않나 싶습니다.

     

    여론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은 점호청소시간 3~40분 정도 그것도 쫄병들 대부분은 청소하고 고참들 몇사람만이 TV를 시청할 수 있었기에, 대부분이 '왜'를 알길이 없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노라고, 한 발자국 밀리면 밥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까이고 수시간동안의 얼차례와 닭장차 구타를 감내하기가 너무 힘들었노라고..

     매일 매일  순찰근무하고, 딱지끊고, 겨우 2시간씩 나눠 자는 토막잠인데 그 마져도 못자고 허구헌날 시위진압에 나가 너무나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짜증났기에 그런 돌발적인 행동을 했었노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지금의 이 변명은 2009년의 저한테조차 먹히질 않네요.

     

    적어도 이들은 무엇처럼 북핵을 등에 업고 자주국방과 국가정체성을 얘기하면서, 시장을 위해 군활주로를 옮기고, 해병대를 감축하고, 미군만 바라보는 이중적인 잣대는 내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적어도 이들은 무엇처럼 21세기 모두 잘살자고 얘기 하면서 IT가 빈익빈을 부추긴다는 이야기 하지는 않으니까요!

    적어도 이들은 무엇처럼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야기하면서 만약에 하나 잘 못될 경우 복구될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경제를 살린다고 자연을 삽질로 퍼내면서 대한민국 전도를 바꾸려 하지는 않으니까요!

    적어도 이들은 감세를 원칙으로 세우고 복지예산을 감축하는 일은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적어도 이들은 남의 죽음에 마음으로 슬퍼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밑에서 군불을 피우고, 장작을 피우며 불을 붙이면서, 물이 끌지 않기를 바라는 정부의 마음을 이해 하기가 힘듭니다. 어느 신문의 논설위원의 글처럼 비등점이 되면 물은 끌어오르고 뛰쳐나가 넘칠 수 밖에 없는게 세상의 이치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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