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가 한국인 민간인을 납치, 참수하여 살해하였다.
무장 테러리스트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파병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생각인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파병을 철회하자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로 가야한다.
미국의 유라시아 석유밴드정책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면 지구상에서 사용가능한 석유의 대부분이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에서 시작해서 중동을 걸쳐 아프가니스탄으로 끝나는 밴드에 매장되어 있고 이 밴드를 유라시아 석유밴드라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을 배후에서 방조하는 방법으로 걸프전을 일으켜 중동에서 구 소련의 영향력을 배제하였다. 과거 구 소련의 군사고문단이 배치되어있던 시리아와 이집트는 이제 친미국가로 변신하였고 자신의 다섯살짜리 딸이 미국의 폭격으로 복부파열로 사망하는 것을 지켜본 리비아의 가다피조차 미국을 향해 돌아섰다. 미국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하여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시켜 나가는 이유는 사용할 수 있는 석유의 매장량이 지금으로부터 30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를 "낭비"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미국이 신세기의 가상적국으로 지목하고 있는 중국의 에너지소비는 현재 중국의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향후 개발될 대체에너지인 연료전지발전과 핵융합이 개발될 때 까지 어떤 방법으로든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해 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에 이런 무리한 국제정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 원자력은 절대로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연료의 절대가격이 싸다고 하지만 사용한 연료의 뒷처리와 보관에 들어가는 비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에너지수급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석기시대로 돌아가버릴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근에 와서 많이 관계가 미묘해지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의 준식민지였고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한국이 에너지를 도입하는 수입선의 99%는 현재 미국의 정계와 재계를 주무르고 있는 군산복합체와 정치집단의 야합으로 만들어진 네오콘의 소유다. 그 네오콘이 미국의 석유야욕을 희석시키기 위해 벌이는 외교전에 이른바 동맹인 한국을 끌어들여 자신을 정당화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향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받기 위해서는 네오콘에 협력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도의나 인간애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시다바리 역할을 해서 돈벌이에 한몪 끼어들자는 것이 아니라 안가면 미국의 석유배급망에서 쫒겨날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가야한다. 일부 사람들은 차기 미국 대선에서 케리가 당선되면 미국이 이라크에서 손을 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의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더 원리주의적이고 국수적인 집단이다. 경제적인 이득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과의 동맹을 파기하려고 시도한 정권이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고 미국의 국제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평양을 폭격하는 계획을 집행하려 한 정권도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나마 융통성을 가지고 있는 정권이 공화당 정권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52번째 주가 아니고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준식민지"일 뿐이다. 이것은 냉혹한 현실이다.
이라크 국민과 이라크의 무장단체
이라크 내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계파의 무장단체들을 이라크 국민과 동일시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과 주사파를 동일시 하는 것 만큼 빗나간 판단이다. 현재 이라크 내에서 준동하고 있는 무장단체들은 어떻게 해서든 국제사회가 이라크에서 손을 떼게 하고 그 이후 이라크에서 집권하기 위해 테러를 벌이고 있다. 우리가 인도적인 목적에서 이라크를 도우려 한다면 현재 이라크 내부에서 준동하는 무장단체의 소요를 진압하고 치안을 복구시키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다. 그러나 알려진 바로만 700개가 넘는 무장정치집단을 제압하는 것은 현재 미국도 못하고 있는 일이다. 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국히 제한되어 있다. 벌써 국내에서는 특전사와 해병대를 파견하여 이번 인질살해를 주도한 세력을 토벌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인의 "홧김에..." 특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이번에는 참아야 한다. 그 대신 한국군이 가기로 한 아르빌을 돈을 퍼부어서 이라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라크의 내전상황이 종식된 이후 한국이 한다리 걸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아르빌을 중심으로 한 쿠르드 자치령이 독립국가로 탄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으니 잘 하면 동티모르만큼 한국에게 우호적인 산유국을 하나 확보할 수도 있는 길이다.
지금 물러서면...
누가 한 이야기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테러는 고도로 세련된 외교정책 중의 하나다. 그러나 외교는 주먹과 곤봉으로 겨루어 힘이 센 쪽이 모든것을 가져가는 원시적인 게임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국가는 증오를 받으면 살아남을 수 있지만 멸시를 받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 한국이 민간인에 대한 테러에 굴복하여 철군을 결정하면 앞으로 한국인은 지구상 어느 곳에도 갈 수 없게된다. 아마도 우간다의 무장단체가 자기네 마을에 우물을 파달라고 한국인을 납치해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한국이 파병을 보류하거나 포기하는 선택은 민간인 인질이 살해당한 시점에서 끝나버렸다.
슬프고 괴로워도 옳지 않은 길이라는것을 알면서도 이제는 이라크에 정말로 가야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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