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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0570
    작성자 : 건전만화
    추천 : 27
    조회수 : 3701
    IP : 112.218.***.252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4/07/20 23:06:50
    http://todayhumor.com/?panic_70570 모바일
    수호령
    제가 초딩이었던 20년전 할머니께서는 기이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장독 근처에서 큰 구렁이를 보고 놀라서 나뭇가지로 쉬쉬 쫒아 버렸는데

    그 다음날 같은 자리에서 또 그 구렁이가 있더랍니다.

    또 작대기로 구렁이를 훠이 훠이 쫒아버렸지만 

    다시 다음날에 같은 자리에서 구렁이를 발견하셨죠.

    이번에는 구렁이를 패버리고 축늘어진 몸을 나뭇가지끝에 걸어 밖에 내다버리셨대요.

    그리고 며칠 뒤 꿈을 꾸셨습니다.


    늦은 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마당으로 나가보니 왠 꽃상여 하나가 집을 향해 오더랍니다.

    그 주변으로 얼굴에 회칠을 한 사람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오는데 

    왠지 저 상여를 집에 들이면 안될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셨답니다.

    할머니는 급히 마당문에 빗장을 걸어 잠궜고 다행히 그 사람들은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다만 집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1m 정도 되는 돌담위로 집안을 훔쳐보며 깔깔거리기만 할 뿐이었죠.

    그 행열은 동이 틀때까지 계속되었고 할머니는 꿈에서 그 사람들이 갈 때까지 숨어서 덜덜 떨어야만 하셨습니다.


    다음날 할머니는 장독근처에서 또아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는 구렁이를 발견하십니다.

    어제 꿈이 마음에 걸려 괜히 기분이 언짢으셨던 할머니는 구렁이를 쓸어담아 저 멀리 내다버리고 오셨답니다.

    왠지 그 구렁이가 불길하다고 느끼신거죠.


    그리고

    꿈에서 다시 꽃상여 행열이 찾아왔습니다.

    급하게 마당으로 나가 빗장을 걸어잠그고는 숨어있는데 잠궜던 대문이 스르르 열려버린겁니다.

    화들짝 놀라 대문으로 가보니 나무 빗장이 어느새 구렁이로 변해 집 밖으로 기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상여는 마당까지 들어와버렸죠.


    위 내용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며칠 전 저에게 해주신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일 년 정도 투병생활을 하셨습니다.

    뇌에 손상이 커서 서서히 총기를 잃으시고 정신을 놓으시는 때가 많아지셨는데

    그 날 이야기를 해주실때만큼은 정신이 맑으셔서 정정하실때 모습을 보는것 같았죠.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왜 저에게 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머지않아 돌아가실것을 아셨던게 아닐까합니다.

    아마도 구렁이를 쫒아낸게 계속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구렁이를 쫒아내고 기분나쁜 꿈을 꾸신 후. 

    유치원생이었던 사촌동생은 버스에 치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 후 작은 아버지는 숙모님과 이혼하셨죠.

    얼마 후 고모님이 위암으로 요절하셨고

    할아버지께서 집에 돌아오시던중 실족으로 사고로 머리를 다치셨고 끝내 돌아가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암진단을 받으셨고 비슷한 시기에 아버지께서 실직을 하셨습니다.

    그 후에 할머니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죠.

    건강과 관련된 일 외에도 불화나 경제적인 어려움등으로 친가쪽은 초토화가 되다시피 했는데 이게 불과 십 여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고모부는 재혼하시고 작은아버지와는 거의 의절하다시피 살고있으니

    조부모님 제사를 모시는 저희 집 외에는 친가에 사람이 없네요.


    묘하게도 할머니께서 돌아가신뒤 집안에 우환도 사라졌습니다.

    어머니는 다행히 수술을 잘 받으시고 건강을 회복하셨고 아버지나 형 역시 직장생활 잘 하고 있는거 보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 제가 문제일수도...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이제는 걱정말라고 하시던게 생각이납니다.

    할머니께서 지켜주고 계신걸까요??

    사실 잊고 지내던 이야기였는데 얼마전 할머니 제사를 모시던 중 생각이나 끄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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