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 모두들 지겨워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글인거 같아서 퍼왔습니다.(출처:비타넷)
프로들의 승부를 논하며 제일 나쁜건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보는 것이다.
금요일 3:0의 승부에 관한 실망감에도 너를 쉽게 욕할 수 없었던것은, 그 승부를
위해 너가 흘렸을 수백시간의 노력과 의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건 상대의 실수
때문에 생겨난 승리가 아니라, 임요환 니가 수백시간을 연습하고 연구한 땀의
결과물인것을 알기에 쉽게 욕할 수 없는거다. 진정한 프로라면 어떤 여건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최고의 결과를 위해 뛰어야하는것이고 난 니가 지난 5년동안 그
자리에서 외길로 안새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땀을 꾸준히 땀을 흘려왔다는걸
아니깐말이다.
스포츠에서 아무리 수퍼스타라 해도 늘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정점일수는 없다.
이바닥의 팬들이 얼마나 극성인 냄비들인지는 짬빱이 얼만데 임요환 네가 더 잘
알거아닌가. 매스컴이 더 조장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적이 좋을 때는 아무 말
없다가 여론이 나쁠 때는 유난히 환경 탓, 종족 탓, 맵 탓을 하는건 옳지 않다.
그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을 프로에 대한 모욕인거다.
그런건 승부와는 아무 상관없는 얘기들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모두 알고
했던거 아닌가? 프로 선수들에 필요한 건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순응의
미덕이다. 그게 없기 때문에 갖가지 이유를 대는 거다. 그건 비겁한거다. 세상사
모두 뜻대로 항상 50:50의 승부가 될 수가 없는것이다. 임요환 니가 40이 될 수도
있고 60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코 핑계는 대지말자. 전성기때의 넌 결코 핑계에
의존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왜 인터넷 사이트에 글 올리는것 조차 팬들을 의식하나. 네가 젊고 최고였고
강할때 그랬나? 그건 마음이 약해졌다는 걸 반증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기
시작했을때 이미 승부는 끝난 거다.
언제부터 소소한 게시판 여론에 휩쓸리는 임요환이 된건가. 언제부터 니 승부나
현재 위치에 있어 외부 시선들을 그리도 의식하게 된건가. 언제부터 너 글들에
'우승하겠다, 지켜보라'가 아닌 '미안하다, 죄송하다'소리만 난무하게 된것인가?
똑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선수 인격에 따라서 스타리거냐 마이너리거냐가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래리버드와 매직존슨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을때 처음에 백인들은 노골적으로 버드의 편을 들었다. 하지만 매직은
거기에 한마디의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게 프로로서의 자세이다. 매직은 모든걸 감수한거다. 그게 감수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결국 매직은 최고의 스타로 올라서지
않았는가.
반면 늘 그자리에 정체되는 선수들을 봐라. 누가 어떻고, 상황이 어쩧고 하지
않나, 한창 슬럼프일때 임요환 니놈의 코멘트들은 개인적으로 참 불만 스러웠다.
실수 했다, 맵이 암울했다, 스케쥴때문에 연습이 적었다 등등의 말을 했다.
경기는 졌는데도 말이다. 그냥 담담하게 나 졌다고 하면 된다.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프로인것이다. 너가 정상에 있을때 결코 넌 핑계대는 놈이 아니었다.
개인카페에 올린 글에서도 그랬지만, 언제부턴가 너놈에겐 좋은게 좋은 거라는,
주변 상황과 사이좋게 마무리 하려는 모습 같은게 보인다. 예전 임요환은
또박또박했다. 동료 프로게이머들과 그리 연락도 없었다. 일종의 고립상태였는데,
그건 좋은거다. 자기 갈 갈이 있는데 글 올릴 시간이 어디 있나? 술한잔
당구한게임 칠 여유가 어디있나? 그건 약해졌다는 증거다. 마음이 흐트러졌는데
어떻게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겠나.
올시즌 성적을 못낼때도, 게임을 보며 느낀 임요환은 기술적으론 분명
올라왔었다. 한창 바닥일때의 슬럼프도 어느정도는 회복했고. 하지만 문제는
'멘털'적인 면이 아니었나 싶다. 잡념이 너무 많았다. '무조건 이긴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길까','이길 수 있을까'였다. 이러면 프로세계에선 절대 이길 수
없는거다.
다행히 이번 온게임 스타리그에서 보여주는 임요환 너의 모습은 안좋을때의
잡념들을 상당부분 떨쳐버린것 같았다. 특히나 요번 4강전엔 오로지 '승리'에만
굶주리고 '이기기 위해' 목숨을 거는 너의 과거 전성기때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임요환 너란놈의 매력이 사실 예전의 이 모습이었다. 하지만 슬럼프때는 이게
사라지고 없었다. 수많은 프로게이머들 중에서 너를 차별화 시켜주었던건 실력이
아니라 바로 이 '멘털'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요몇일간 들리는 소식들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고작 게시판 여론에 맘이
흔들리고 집중하지 못할거면 네가 쏟았던 땀과 시간과 투지는 어디로 가는건가.
다시 정상에 서기위해 니가 포기해야만했을 수만가지 것들이 아깝지도 않나.
그런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 한번 정상에서 멀어진 챔피온이 다시 그곳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잘 안다. 근데 니가 지금 그 문턱 코앞까지
와있는거다. 그까짓 여론몰이에 흔들릴 녀석이라면 애초에 챔피온의 자질이
없는거다.
임요환 너는 지금 어쩌면 지난 5년간의 프로생활 중 가장 강한 놈을 상대로
만났을지도 모른다. 너가 첼린저라는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너의 경기, 너를
위한 경기, 너만의 경기를 고독하게 피나게 준비해야 한다.
최연성은 목표가 분명하다. 이놈이 집중하는 게임엔 잡념이 안보인다. 이런
녀석들이 진짜 무서운거다. 한곳만 정복하면 이제 패왕의 자리가 눈앞인 이녀석은
분명 필사적으로 부딪혀올거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니가 이윤열과의 프리미어리그 패배 이후로 얼마나
절치부심했고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테란전을 연습해왔는지를 잘 안다. 프로는
결과보다 과정으로 말하는거다. 니가 최선을 다해 너의 모든걸 걸고 준비했다면
0:3의 스코어가 나온다해도 아쉬움이 없어야 하는거다. 최선을 다해도 안되는건
어쩔수 없는거니깐.
프로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물론 자신만의 모습에 집중할 경우 적이 많아질
확률이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극복해야 한다. 프로는 고독해야 하는거다. 너가
목표로 하는 그곳은 결코 누가 올려줄수 있는곳이 아니라, 너 혼자 정복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래를 내려다보는건 그 후다. 언젠간 니
열정과 의지를 팬들이 알아줄 때도 오겠지.
스스로를 믿어라. 그건 너 혼자만이 할 수 있는거다.
- 마흔다섯을 바라보는 임씨 팬이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