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보집사 카프카1입니다.
초등학교 때 슈퍼를 하던 부모님이 쥐 잡으려고 데려온 삼색믹스 코숏을 키웠었는데 그때는 시골이라 밖에다 목줄 묶어 놓고 키웠었거든요
어찌나 저를 좋아했는지 저만 지나가면 골골 노래를 부르고 손만주면 핥고 부비적부비적 다른 가족들한테 모르겠는데 유난히 저는 잘 따르곤 했죠 .
그렇게 약 7~8년을 지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며 어쩔 수 없이 냥이는 못 데려가고 옆집에 맡기고 왔는데 저희 가족이 이사간지 이주일
만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얘기를 옆집살던 친구에게 듣고 꺼이꺼이 울었던게 벌써 15년도 훌쩍 넘었네요.
10년 전에 대학을 들어가며 항상 기회만 된다면 다시 한 번
반려묘를 들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다가 어제 어제 4살 된 뭉치라는 코숏 성묘(4살)를 입양받아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분양해준분이 젊은(미모의) 여성분이셨는데 태어날 때부터 기른 녀석들이라고 생일까지 알려주시더라구요 ..
사랑으로 키워달라는 부탁을 받고 집에 데려왔는데 시작부터 곤혹스럽더라구요
나름 몇 년간 고양이 행동에 관한 책도 많이 보고 지식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생활하는
공간에 냥이가 와서 극심하게 불안하고 경계하는 낮은 소리로 그와아옹하며 우는 소리를 들으니 저까지 덩달아 긴장되고 무섭더라구요.
구석에 이동장을 두고 문만 조심스럽게 열어주고 제 할일을 하고 있으니 2시간 정도 지났을까 ...
조심스럽게 나오더니 현관문 쪽으로가 엄마(전 주인분)를 찾듯이 구슬프게 울다가 화장실 문이 열린 걸 발견 하고는 잽싸게 들어가더라구요
멘붕이였습니다. 화장실 바닥에 제법 물기도 있고 춥고 습하고 지저분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요 저 화장실 청소 잘 안해요 ㅠㅠㅠㅠ
무튼 이건 아니다 싶어 꺼내주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니 울부짖고 하악거리고 ㅠㅠㅠㅠㅠㅠㅠ 도망나왔다 다시 들어가기를 몇 번 반복하다
포기하고 밥이나 줘야겠단 마음으로 밥그릇(사기)을 들고 들어가다가 갑작스런 하악질에 깜짝 놀래 밥그릇 떨구고 엄청 큰소리 내고 뭉치도
소리에 자지러지게 놀라고 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밤이 되니 슬슬 걱정이 되더라구요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뭣보다
저도 화장실을 못가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 싱크대에서 씻고 화장실은 집 근처 역에서 해결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얼마나 지속이 될까 저러다 뭉치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온갖 고양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먹거리는 다 주문해봤지만
일단 아무것도 먹질 않으니 이게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여튼 전 주인 분하고는 연락을 해봤지만 워낙 예민한 아이라 몇 주간은 그냥
지켜만 봐달라고 하시고 온갖 웹서핑을 해봐도 시간이 약이라는 결론을 내릴 때 쯤 엄청스럽게 울기 시작하더군요. 그 냥이 특유의
그와아옹 하는 애기 울음소리 같은 소리로요. 이틀 만에 2차 멘붕을 겪고 급하게 인터넷에서 고양이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소리를 다운받아
틀어주고 밖에 나와 2시간 정도 어정어정 걸어다니니 비까지 오더라구요 ㅠㅠㅠ 제길 ㅠㅠㅠ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두근두근 집에 들어가니
뭉치가 혼자서 밖에 나와 있더라구요. ㅠㅠㅠ 침대 뒤에 숨어서 그와옹 하고 나직히 우는데 조심스럽게 침대옆에서 옷을 갈이 입고 살곰살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앉아 책을 보고 있으니 요녀석이 슬금슬금 밖으로 나와 저를 관찰하더라구요 .. 뭉치의 불안한 마음이 저한테까지 전해진 탓인지
엄청 두근두근해 하며 애써 눈 안마주치고 제 할일을 하고 있자니 살곰살곰 저한테 다가오는데......... 고양이 특유의 경계하는 자세 아시죠 ??
등을 말아서 몸을 크게 보이게 하고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털까지 바짝 일어나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돌이다 나는 돌이다 나는 바위다
나는 바위다 하면서 주문을 외우고 눈길 한번 안주고 앉아있으니 옆에서와 부비적 부비적 하다가 제가 따놓은 간식 캔을 한입 먹는데
아 나이 서른 먹고 이런적이 없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더라구요 ㅠㅠㅠ 아 그래 ㅠㅠ 이제 됐다 ㅠㅠㅠㅠ 이틀만에 뭐라도 먹었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제 곁은 맴돌다 지금 다시 침대 뒤에 숨어서 나즈막하니 울고 있는데 .. 뭉치 입양받기 전에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계속 떠오르더라구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쉽게 들여서도 남에게 줘서도 안된다고 ㅠㅠㅠㅠ 그냥 문득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일이 얼마나 긴장되고 무겁고
감동적인 일인가라는게 어렴풋이 짐작이 가네요 ... 저는 사실 감정의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라 이렇게 하루만에 기분이 오락가락 한적이 없어
온 몸의 힘이 다 빠지네요.. 그래도 아까 뭉치가 제가 조심스럽게 내민 캔을 먹던 모습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걸리네요
아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따뜻한 오유 동물게분들 저와 뭉치를 응원해주세요 ㅠㅠㅠ 지금 제 옆에 와서 저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네요 ㅠㅠㅠㅠ
질문. 1
낮고 길게 그와와아옹 하고 우는 소리는 경계하는 소리가 맞나요 ??
질문. 2
화장실(사람용)에서 나온 걸 보고 언릉 화장실 문을 닫았는데 화장실 앞에서 냄새를 킁킁 맡으며 아옹아옹 엄청 우네요 거기가 마음 편해서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도 너무 불편하고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는데 화장실을 완전히 자기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저와 생활 패턴이 붕괴
될까봐 열어주지 않고 있어요 어떡하는게 좋을까요 ?? 억지로라도 한 공간에 있는게 나을까요 ?
- 옆에 하얀 녀석은 뭉치 형제라고 하는데 여건 상 같이 데려오지는 못하고 뭉치만 데려왔어요 ㅠㅠ -
- 사진에서 느껴지실 지 모르겠지만 꽤 큽니다. 이동장 들 때 좀 놀랐어요 뭐지 이 무게는 ?? 아직 데면데면 해서 잘 모르겠지만
족히 5~6kg는 나갈 것 같아요.. 털도 부드럽고 냄새도 안나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게 전 주인분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키웠는지 느껴지더라구요 -
- 나한테는 하악질 말고 언제 이런 귀여운 표정 보여줄꺼니 ?? 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