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증거를 담은 검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가 6월 26일 일부 공개됐습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다음 아고라와 오늘의 유머,네이버,네이트판,일간베스트(일베),디시인사이드,뽐뿌,보배드림,82쿡 등에 올린 글을 검찰이 찾아내 정리한 이 증거자료는 A4용지 2120페이지 분량으로 어마어마합니다.
국정원이 인터넷 여러 사이트에 올린 글은 대부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홍보하는 글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폄하하거나 야권 정치인을 비난하는 글들이었습니다. 검찰이 밝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에는 각종 사이트에 올린 글이 다 있지만, 다음 아고라의 경우는 2012년 7월 이후 글이 모두 삭제되어 진짜 중요한 대선 당시의 조직적인 불법 행동은 시간이 걸려야 더 밝혀질 듯합니다.
여기에 SNS 관련 계정 글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국정원이 얼마나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국내 정치를 조작했는지, 그 규모를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국정원, SNS계정뿐만 아니라 블로그도 운영하다'
'아이엠피터'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를 조사하면서 예전에 아이엠피터 블로그를 공격하던 사람들이 주로 인용하던 블로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범죄 일람표에 나오는 블로그는 닉네임 '삐노끼오'가 http://blog.daum.net/leeseh311 운영하던 블로그 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때문인지, 그동안 올려졌던 블로그의 모든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라서 국정원 범죄 일람표와 대조는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엠피터를 공격했던 사람들이 썼던 블로그 중에는 다음 블로그가 아닌 네이버 블로그도 있었음을 기억하고, 네이버 블로그를 찾아냈습니다.
▲검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 일람표에 나오는 블로그와 동일한 주소를 쓰는 네이버 블로그.
'국정원 대선 개입 범죄 일람표'에 나왔던 닉네임 '삐노끼오'의 아이디는 이었습니다. 이와 똑같은 네이버 블로그를 찾아서 범죄일람표에 나왔던 글과 대조해보니 글이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이것은 국정원 운영 의심 블로그가 다음뿐만 아니라 네이버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아주 중요한 증거였습니다.
'조직적인 국정원 의심 블로그 운영방법'
단순히 같은 글이 포스팅되어 있고, 아이디가 같다고 국정원 의심 계정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이 블로그의 운영자가 국정원 직원이거나 심리전단 소속 정보원이 아닌가 의심되는 증거가 계속 발견됐습니다.
국정원 여직원과 함께 제3의 댓글남으로 추가 입건됐던 이모씨가 이 블로그를 운영했던 사람이 아닌가 추측이 됩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국정원과 연계해 작업을 하다, 국정원 직원으로 채용됐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국정원 범죄 일람표에 나온 다음 블로그와 네이버 블로그는 거의 동일 시간대에 같은 글을 올렸다.
범죄일람표에 나온 다음 블로그 게시글의 제목은 '부자증세 고집하는 원시인 될라'입니다. 그런데 네이버 블로그의 제목은 '부자증세 고집하는 원시인.. 심리,증세의 역설' 이었습니다. 전혀 다른 글 같지만, 제목의 뒷부분만 다를뿐 글의 내용은 거의 같았습니다.
검찰이 낸 증거 자료의 다음 블로그 작성시간 내지는 발행시간은 2012년 2월 19일 13시55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내용의 글이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간 시간은 2월 19일 14시4분이었습니다. 불과 9분 차이로 제목만 약간 다르고 내용은 똑같은 글이 다음과 네이버에 거의 동시에 올라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두 개의 블로그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짜 정치블로거가 두 개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마케팅 차원에서 블로그를 두 개씩 운영하는 기업은 있지만, 대부분의 정치블로거는 네이버와 다음,티스토리 등 하나의 사이트에만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정치블로거 대부분은 네이버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네이버에서는 정치 얘기가 노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에는 아예 '시사'메뉴 자체가 없기 때문) 결국 정치적인 글을 쓰는 블로거가 두 개의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사실 자체가 국정원이 개입한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블로그와 네이버 블로그는 매일경제 사설을 짜깁기 한 동일한 글을 올렸다.
국정원 의심 블로그로 추정하는 이유는, 정치블로거의 글치고는 대부분의 글들이 짜깁기와 표절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FTA 폐기하고, 대한민국 뭘로 먹여살릴텐가?'라는 글은 2012년 2월 10일 매일경제 신문의 사설과 거의 흡사합니다. 블로그에 올려진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한 원동력은 개방과 무역이다 ' 부분은 매일경제 사설의 '한국이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한 원동력은 개방과 무역이다.'와 일치합니다.
2012년 2월 10일자 매일경제 신문에서는 '이 악마의 맷돌을 어떻게 중단시킬지'로 되어 있고, 블로그에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바뀌어 있었습니다. 어떤 정치블로거도 앞부분 서너 줄은 자신이, 나머지는 신문 사설을 복잡하게 짜깁기해서 채우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 생각대로 쓰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무현 정부'를 '이전 정부'로 바꾸고 글을 썼던 사실은 오히려 특정 집단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글을 올리고 블로그를 운영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네이버 블로그와 조선일보 블로그의 글들을 보면 거의 수분 이내로 동시에 올라온 증거가 포착됐다.
아이엠피터가 찾아낸 블로그가 국정원이 운영한 블로그라고 의심되는 정황은 또 있습니다. 앞서 다음블로그와 네이버 블로그의 글이 똑같다고 했지만, 조선일보 블로그에도 똑같은 글이 올라간 블로그를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점은 네이버 블로그에 글이 올라간 시간과 조선일보 블로그에 올라간 글의 시간이 불과 몇 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던 점입니다.
<김국방장관 "나꼼수 종북앱 자진삭제 지침 지치"전적으로 동의한다>라는 글은 완전히 동아일보의 기사를 복사한 글입니다. 그런데 이 글을 네이버에 2012년 2월 19일 13시24분에 올리고 조선일보 블로그에 13시25분에 올립니다. 전혀 다른 사람이 우연히 동아일보 기사를 1분 간격으로 올렸을까요?
<서울 핵안보회의,,죽자고 반대만 할 때인가?>라는 글은 2012년 2월15일 21시4분에 올렸는데, 제목만 바뀐 똑같은 글이 2012년 2월15일 21시6분에 조선일보 블로그에 올라갔습니다. 전혀 다른 사람이 텔레파시가 통해서 똑같은 기사를 짜깁기해서 거의 몇 분 차이로 동시에 올렸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조선일보 블로거가 네이버 블로그의 아주 열렬한 독자라서 글을 올리자마자 복사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고 보십니까?
'블로그를 원본글로 게시판과 SNS까지'
아이엠피터가 추측하기에 국정원은 다음블로그를 개설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정치공작에 맞는 글을 작성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네이버와 조선일보 블로그 등에 똑같이 복사해서 올렸습니다. 그 후 이 글과 똑같은 글을 정치 게시판에 올렸고, SNS까지 송고했습니다.
▲네이버,조선일보와 똑같은 글이 인터넷 정치 사이트에 10분만에 올라온 증거.
조중동 기사나 정부에 우호적이거나 야당비판적인 기사만 모아 짜깁기한 글들은 마치 어떤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둔갑했고, 국정원 정치공작의 베이스가 됐습니다.국정원 운영 블로그로 의심되는 다음,네이버,조선일보 블로그는 약속이나 한 듯이 2012년 2월 19일 이후에는 글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글을 삭제했는지, 아니면 다른 블로그로 옮겼는지, 그것까지는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더 많은 블로그들이 이렇게 운영됐으리라 추측됩니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왔던 국정원 관련글들은 정치적 이슈 때에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러나 2012년 상반기 이후의 글들은 대부분 삭제됐다. 출처:오마이뉴스.
국정원 의심 블로그에 있던 글들이 얼마나 '다음 아고라'에 올라갔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2012년 7월 이후의 글이 모두 삭제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서거'나 '세종시 현안', '한명숙 전 총리 판결', '천안함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정원 글들은 대거 다음 아고라에 올라왔었습니다.
정치적 이슈 때마다 글을 올렸던 국정원이 대선 기간에 얼마나 많은 글을'다음 아고라'와 블로그 등에 올렸는지는 국정원만이 알 것입니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전혀 예상치 않은 글들이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블라인드 처리가 됩니다. 어떤 논리나 이유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엠피터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를 블로그에 쓰지 않습니다. 그래도 블라인드 처리가 됩니다. 여러 개의 블로그를 개설하고 상업적으로 악용하면 제재나 폐쇄조치를 당합니다. 그런데 국정원은 그들의 권력을 이용해 아무런 제재도 없이 블로그를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정치블로거로 국정원이 블로그까지 손을 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한숨도 못 잤습니다. 국정원이 국민이 낸 세금 1조원을 가지고 대한민국 국민을 위협하고 우롱했다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칼과 붓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을 죽이기도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도 합니다. 도망가는 것이 상책일까요? 최소한 블로그를 가지고 정치공작을 하는 행위는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가 끝까지 찾아내 밝혀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