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내용은 플래닛미디어의 "전투기의 이해"와 DK의 "FLIGHT"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제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던 1914년에는 아직 전투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비행기는 언제 멈출지 모르는 불안한 엔진을 탑재한 채 지금의 승용차보다도 훨씬 느린 100km/h 정도의 속도로 하늘을 겨우 날기에도
힘겨웠습니다. 당시 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자 비행기는 하늘을 날아 적진을 살펴보고 돌아와서 보고하는 순수한 정찰기로서의
임무 밖에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1차세계대전의 정찰기
Caudron Type G.IV
엔진: 80마력 Le Rhone 9-cylinder rotary 2발
날개 길이: 17.2m
길이: 7.2m
최고 속도: 132km/h
승무원: 2명
무장: 7mm 기관총 2정
Caudron G.4는 프랑스의 Rene와 Gaston Caudron이 디자인한 쌍발 엔진을 탑재한 정찰기입니다.
1915년에 생산되기 시작하였고 프랑스, 영국,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벨기에, 핀란드 등 여러나라에 널리 쓰였습니다.
또한 야간 폭격기, 훈련기, 함상 폭격기 등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Farman H.F.20
엔진: Gnome 7A 7-cylinder rotary
날개 길이: 15.5m
길이: 8.8m
최고 속도: 100km/h
승무원: 2명
무장: 없음
프랑스의 Henri Farman이 디자인한 정찰기입니다. 초기형에는 엔진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최종형에 가서야 문제가 해결되었다는군요.
이 정찰기 또한 여러 나라들이 사용했습니다.
RAF B.E.2c
엔진: 90마력 Royal Aircraft Factory 1a V-8 공랭식 엔진
날개 길이: 11.29m
길이: 8.3m
최고 속도: 120km/h
승무원: 2명
무장: .303 Lewis 기관총 1정(후방) + 104kg 폭탄
영국의 유멍한 항공기 디자이너였던 '드 하빌랜드'가 디자인하고 Royal Aircraft Factory, Vickers, Bristol이 생산한 정찰기입니다.
1912년에 첫 비행하여 1919년에 퇴역하고 정찰기 뿐만 아니라 야간 전투기, 폭격기, 훈련기, 해상 초계기 등으로 널리 사랑받은 항공기입니다.
3,500대가 생산되어 9개국에서 쓰였습니다.
RAF R.E.8
엔진: 140마력 Royal Aircraft Factory 4a V-12 공랭식 엔진
날개 길이: 13m
길이: 8.5m
최고 속도: 164km/h
승무원: 2명
무장: .303 Vickers 기관총 1정 + .303 Lewis 기관총 1정(후방) + 101kg 폭탄
영국의 John Kenworthy가 설계하고 Royal Aircraft Factory에서 생산한 정찰기 겸 폭격기입니다.
1916년에 첫 비행, 1918년에 퇴역하고 이탈리아, 러시아 등에서도 쓰였지만 불안정한 항공기였기에 전투기로는 좋은 활약을 못했다고 합니다.
Rumpler Taube
엔진: 100마력 Mercedes D1 6-cylinder 수랭식 엔진
날개 길이: 14.5m
길이: 10m
최고 속도: 97km/h
승무원: 2명
무장: 없음
흡사 새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는 이 정찰기는 별명도 '비둘기'였습니다.
독일의 첫번째 실용 군용기로서 1910년에 첫 비행을 했고 전투기, 폭격기, 훈련기로도 쓰였습니다.
Igo Etrich가 설계했고 중국을 포함한 독일의 여러 동맹국에게도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조종사들은 오늘날과는 다른 그들만의 특별한 정신(airmanship)을 지니고 있어서, 비행 중에 적국 비행기를 만나면 하늘을 나는 동료로
여기고 손을 흔들어주기까지 했습니다. 전투기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를 보면 당시 전투기 타는 사람들의 이러한 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투기가 탄생한 것은 정찰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쟁에서 정찰기의 역할이 커지자, 상대국 정찰기의 임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전투기'였습니다. 초기 전투기는 조종사가 조종을 하면서 직접 권총을 적 정찰기에 조준하여 발사했지만 효과가 미미하여 곧 기관총을 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기관총을 탑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적기를 조준해 격추시키기 위해서는 기관총을 조종사 바로 앞에 탑재하는 것이
가장 좋았지만, 총구 앞에 프로펠러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사격 시에 총탄이 운 좋게 프로펠러 사이를 뚫고 지나가면 다행이지만
총탄이 프로펠러에 맞게 되면 그대로 추락할 위험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프로펠러에 맞지 않도록 기관총을 좌우로 멀리 떨어지게 장착하거나,
총알을 튕겨낼 수 있는 장갑을 프로펠러에 씌우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조준이 부정확하고 프로펠러가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이었기에, 전투기는 아직 전장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최초의 전투기 Morane-Saulnier L
엔진: 80마력 Le Rhone 9C 9-cylinder rotary
날개 길이: 11.2m
길이: 6.88m
최고 속도: 125km/h
승무원: 2명
무장: .303 Lewis 기관총 1정 혹은 Hotchkiss 8mm 기관총
공중전을 목적으로 탄생한 최초의 전투기는 프랑스의 "모레인-솔니에르(Morane-Saulnier) L" 단엽 전투기였습니다.
호치키스 8mm 기관총을 프로펠러 뒤에 고정식으로 장비한 모레인-솔니에르 L 전투기가 등장하자 유럽의 제공권은 순식간에 프랑스로 넘어갔습니다.
이 전투기는 기관총을 엔진 덮개(cowling)에 설치하고 총알을 튕겨낼 수 있는 장갑을 프로펠러에 설치하여 프로펠러가 회전하는 동안에도 기관총을
발사할 수 있었습니다. 설령 프로펠러에 총알이 명중되어도 잠시 비행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었을 뿐 전투기 자체에는 전혀 손상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관총을 기수 전방으로 고정 장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록 기초적이었지만 이 시스템 덕분에 전쟁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항공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전투기는 점차 전쟁에서 결정적인 무기가 되어갔습니다. 전투기는 공중의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었고,
공대지 공격은 물론 정찰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적보다 더 강력하고 빠른 전투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공중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1915년 이후에는 강력한 전투기를 확보하는 것이 참전국 모두의 목표였습니다.
다음편에서는 1차세계대전의 초기 전투기들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