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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0020
    작성자 : 이야기보따리
    추천 : 18
    조회수 : 4853
    IP : 59.22.***.197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4/07/10 04:27:00
    http://todayhumor.com/?panic_70020 모바일
    텅 빈 강의실
     
     
     
    그때는 대학교 시험 전 날이었습니다. 매번 학기마다 이번에는 평소에 공부해서 학점관리를 할거야! 라고 결심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더군요... 결국 이번에도 시험 전 날이 되서야 급한마음에 동기보고 오늘 학교 도서관에서 밤샘 공부하고 오전에 바로 시험치고 집가서 푹자는게 어떻겠냐고 꼬셔댔죠.. 근데 그 녀석이나 저나 학교와 집이 너무 멀었기에 꽤나 설득력있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때만해도... 해맑던 저와 그 친구는 그 날 강의실에서.. 공포의 하룻밤을 지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죠...
     
    처음에는 인문대 건물의 지하도서관에 자리를 맡아놓으려고 강의가 모두 끝나자마자 갔지만.. 역시나 시험기간이라 한 자리도 없더라구요.. 저희는 할 수 없이 캠퍼스의 꼭대기쯤인 중앙도서관까지 땀을 뻘뻘흘리며 걸어가야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그 곳은 아예 사람들이 번호표까지 뽑고 기다리고있더군요.. 제가 평소 워낙 도서관에대해 문외한이라서 뭔 번호표까지 뽑고 기다리냐.. 싶었습니다..
     
    저와 동기 녀석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어디서 공부하지? '
    참나 .. 공부를 하겠다는데도 할 장소가 없다니.. 그런데 문뜩 떠오른 것이.. 시험기간에만 적용되는 저희 학과 전용강의실이었습니다. 10층의 1002호 강의실이었는데, 보통은 저희 전공 강의실이고.. 도서관이 자리가 없는 학생을 위해 학과마다 정해놓은 임시방편의 대체독서실이 되는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강의가 끝나는 시간부터는 해당 조교나 강의실 관리인이 모두 문을 걸어잠그는 걸로 알고있었기에.. 고민을 하다가, 혹시나 몰라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10층에 올라가보았습니다

    '오!! 열려있다 열려있어 '

    처음에는 반쯤 불이 꺼져있는 텅빈 복도에 굳게 닫혀있는 1002호 강의실 문을 보고 역시나 잠겨있겠구나 했지만.. 문이 열리는 겁니다

    저희는 깜빡한 조교님에게 속으로 감사를 드리며 남눈치도 안보이는 이 강의실에 무한만족을 느꼈습니다

    물론... 나중에 벌어질 일은 ..몰랐으니까,

    ...
    ...
    그렇게 두시간쯤 흘렀나요?
    저녁 9시경 출출해서 노래를 듣던 이어폰을 빼니 창문에 굵은빗물이 후두둑- 부딪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 사이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더군요...

    그때,
    강의실 뒷문이 스르르 열리고있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순간 소름이 돋아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죠...
    아,

    1층 로비의 관리인 아저씨였고.. 그 분은 깜짝 놀라하며 여기서 뭐하냐고 하셨습니다..
    각층 마다 순찰도 하고 차단기도 내릴겸 돌고있는데 1002호에 왠 전등이 켜져있어서 왔더니 저희가 있더랍니다..
     
    저는 관리인보고 정중하게 부탁하기 시작했죠... 도서관에는 자리도 없고..내일은 시험이고.. 공부는 너~무 하고싶고.. 그래서 혹시나 열린강의실이 있나왔는데 여기가 열려있었다고.. 그러니까 제발 한번만 있게해주시면 안되겠냐고..
    부탁, 또 부탁을 드리니 아저씨께서 감사하게도 그럼 10층에만 차단기를 안내릴테니 나중에 도서관에 자리있는지 보고 있으면 불끄고 1층에와서 아저씨한테 말하고 나가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오늘은 그래도 어떻게 일이 잘풀리는거 같았죠
     
    그렇게 관리인이 간 직후, 저희는 쫒길뻔한 긴장감이 해소가 됬는지... 출출함을 느꼈습니다
     
    '아..어쩌지.. 우산도 없는데..'
     
    그때 친구는 짜장면 시켜먹으면 된다며 저희 전공 강의실 앞의 컴퓨터 서랍쪽을 뒤적거려 배달책자를 꺼내오더군요 .. 놀라운 녀석,
     
    그런데 그때는 몰랐습니다.. 중국집이 그렇게 빨리 닫을 줄은... 10시가 가까워지니 뭐..
     
    '어 ? '

    소책자를 뒤적거리던 친구가 학교 근처에 이런 중국집이 있었나? 싶어서 보여주는데..

    보통.. 보면 한바닥에 음식사진과 여러가지메뉴.. 전화번호.. 뭐이런식으로 광고지를 꾸며 놓잖아요

    그런데, 한바닥 끝 모서리에 조그마하게
    < 짜장면/짬뽕 tel. 010-xxxx-xxxx >
    이렇게 한줄로... 다른 글씨체로 프린팅 되있더군요
    희한하게 전화번호가 휴대폰이었습니다
    뭐지..? 아무튼 저희는 곧바로 전화 해보았습니다.. 제발... 제발 열려있어라..
     
    '여보세요? 지금 짜장면 배달되나요?'
     
    ' 예... '
     
    엇! 전화가 되더군요..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힘없는 그런 여자분이 받으셨습니다.. 저는 개의치않고
     
    '여기 xx대학교 10층 1002호 강의실인데 짜장면 두 그릇 배달될까요~?'
    하니까..
     
    '훗..예.. '
    하고는

    먼저 끊어버리는 겁니다...
     

    저희는 서로를 보며 멍때렸습니다.. 뭐 이런곳이 다 있지? 단답은 물론이고 먼저 끊어버리다니..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이 폭풍후를 뚫고 이곳까지 배달해주시겠다는데.. 저희는 굶주림을 참으며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아... 30분이 흘렀는데....
     
    이미 시간은 밤 10시를 훌쩍넘겼고..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 아까 전화했던 사람인데요.. 배달 출발했나요?? 30분이 지났는데.. '
    제가 말도 안끝났는데
    굵직한 목소리의 남자가

    '갔어요 '
    하고는 또 툭- 끊어버리더군요..
     
    하..참나.. 어이가없어서.. 다시는 이곳에 시켜먹지않을것으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죠

    그렇게 저와 친구는 10층의 빈 화장실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며 엄청 욕을 해댔습니다.
     
    그렇게...
    또 30분이 흘러 기다린지 무려 1시간이 지났어요, 1시간이..... 저희는 배고픔이 극에 달했기때문에 그냥 취소하고 비를 맞든 밖에나가서 밥을 먹으려고 또 전화를 하게되었죠..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전화자체를 받지않더라구요

    저희는 화가 끝까지 치밀어올라서 이거완전 낚였다고.. 누군가 휴대폰번호를 써놓고 우리를 농락한거라고, 나가자나가자! 하며
     
    엘레베이터 앞에서서 버튼을 눌렀습니다.
     
    응?
     
    반응을 안하더군요.. 아차!
    갑자기 관리인아저씨께서 하시던말씀이..떠올랐습니다..

    각 층의 차단기를 내린다고...

    그렇다면 현재 저희가 있는 10층말고는 전부 소등상태인겁니다... 엘레베이터가 될리가 없었죠...
     
    그렇다면.. 불꺼진 계단을 10층이나 내려가야해..?

    라고 생각이 들때즈음... 그날 밤, 악몽의 협주곡은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 찌걱... 찌걱... '
     
     
    저희는 텅빈 복도의 중앙에 있는 엘레베이터 앞에서
    물에젖은 장화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고요하고...천천..히.. 올라오는 소리더군요...

    '찌..걱... 찌걱..... '

    그 발소리는 이미 7층까지 온듯한 울림이었습니다..

    텅빈 복도, 텅빈 학교, 쏟아지는 빗줄기... 친구와 단둘이 이곳에서... 갑자기 저희는 벙어리가 된것처럼, 그 발소리에 집중하게 시작했습니다
     
    '배..배달인가..?'
     
    그런데 급속도로 휩싸이는 공포는 평범한 생각을 할수없게 만들었죠.. 대신 여러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허접했던 광고지하며..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전화에서의 태도.. 늦은 시간에도 배달이된다는 이상함 그리고.. 너무나도 여유로운 저 발소리까지..
    마치 모든 퍼즐이 수상한쪽으로 하나하나..완성되기 시작하자.. 저희는 본능적으로 지금 올라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안될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
     
    아아.. 발소리가 이미 9층까지 온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도 여유롭고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저 장화소리에 저희는 소름이 돋아버렸습니다

    ' 화장실에 불끄고 숨어있자 '

    1002호 바로 맞은 편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친구의 말에 저도 얼떨결에 남자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물에 젖은 장화소리는 저희와 같은 층까지 올라왔고.. 잠깐 멈칫하더니
    복도 끝에서부터 유일하게 전등이 켜져있는 1002호까지...
     
     
    갑자기 무작정 달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다ㅏ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ㅏ다ㅏ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
     
     
     
    저희는 너무 깜짝놀라 헉!하는 소리를 꾸역꾸역 집어넣고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입구로 가서 상황을 한번보려고 걸음을 옮기는데 친구가 내 팔을 잡으며 겁에 잔뜩질린 표정으로 막더군요... 저는 안보면 도저히 못참는 성격이라.. 조심조심걸어가서 눈만 빼꼼히 내어 맞은편의 저희가 있었던 강의실을 보았...습..니..
     

    아...
    키가 끔찍히도 컸습니다...
     
    허리까지 오는 부스스한 머리의 .. 빨간 우비에, 빨간 장화를 신은 여자의 뒷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머리카락만 빼고 비에 흠뻑젖었는지 시뻘건 우비에서는 빗물이 그대로 뚝뚝 흐르고 있었어요..
     
    그 여자는 문앞에 가만히서서 텅빈 강의실을 응시하고있더군요...
     
    더욱 충격인것은 확실하게.. 배달은 아니였습니다,
    철가방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그여자의 어깨가 서서히 뒤로.. 저희가 있는 화장실쪽으로 돌기시작했습니다. 저는 다시 흠짓하며 고개를 뒤로빼 화장실 친구가있는쪽으로 들어와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친구에게 조용히하라는 제스쳐를 취했죠... 들키는 순간.. 죽을 것 같았습니다
     
    '찌걱....찌..걱...'
     
    다시 비에 젖은 장화소리가 여유롭게 화장실쪽으로 오기시작했어요.. 저희는 식은 땀으로 이미 범벅이 되있었고... 머릿속은 이미 새하얗게되었습니다..
     
    들어오면 어쩌지..? 어쩌지..어쩌지..
     
    하지만 다행히도... 남자화장실 바로 옆의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세면대의 물을 트는 소리가 곧이어 들렸습니다..
     
    저희는 그 타이밍을 놓칠수 없었기때문에, 있는 힘껏 복도끝 계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남자화장실을 나올때 세면대를 향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를 슬쩍 보게되었는데....

    아아...

    얼굴이 화상으로인해 녹아버린것처럼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세면대 앞에서 허리숙인 그 상태로 고개만 돌려 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달려.. 달려! 더빨리! 더빨리! 씨발! 빨리빨리빨리
     
    저희가 복도끝 계단쪽으로 다다랐을때 곧이어 뒤의 화장실 쪽에서 들려오는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여자의 괴성과 함께 달려오는 비에젖은 장화소리에, 저희는 어두컴컴한 복도계단을 미친듯이 달려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내려가면서 몇번이고 엎어지고 난리였지만 아픈줄도 모르고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그 여자의 발소리는 6층쯤에서 멈추었고
     
    순간 1층 로비의 관리인아저씨가 떠올라 그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는 아저씨를 다급하게 깨우자
     
    아저씨가 부스스 눈을 뜨는데.. 저희를 보자마자 눈이 땡그래지면서
     
     
     
     
     
     
     
     
     
     
     
     
     
     

    " 엘레베이터도 안됐을텐데 잘도 빠져 나왔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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