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혼령, 귀신을 나안으로 목격한 적은 없습니다.
근데 그와 비슷한 존재랄지 느낌이랄지 현상이랄지;
하여간 그런 건 체험한 적 있어요.
1. 껄쩍찌근한 지하 노래방에서...
몇 해 전 자정 무렵 식구들과 즉흥적으로 어떤 노래방엘 간 적이 있습니다.
비좁은 계단을 내려가 지하에 위치한 낡은 홀로 들어선 순간-_-
엄습하던 지하 특유의 스멜;;; 먼지? 곰팡이? 물비린내? 킁킁-.,-
애니웨이 이 때부터 느낌이 쌔~했지만 뭐...
기왕 들어왔는데...도로 나가기 귀찮아(이 죽일 놈의 귀차니즘-_-^)생각하며
안내받은 가장 구석 룸으로 가서 씐나게 노래 부르며 흥취를 북돋았습니다..
(저와 동생이 주로 돼지 멱을 따가며 열창했고 어머니는 묵묵히 방청객 리액션만)
근데 있죠; 분명 열악한 노래방이라 구식 가요 뿐이고,
심지어 음악 리스트가 담긴 책 커버에도 곰팡이 비스무리한 게 피기도 했고,
기기도 낡아서 화면이 지직거리기도 했고...
네 뭐 그건 다 참을 수 있는데;
근데, 분명 에어컨도 켜지 않은 실내가 무지 서늘하다 못해
드러난 팔뚝으로 소름까지 우드드 돋는 것만은 참기 힘들더라구요.
정체불명의 한기가 비롯하는 지점이 분명 존재했어요.
역ㄱ자 소파가 끝나는 지점의, 아무 것도 놓여있지 않은 유난히 그늘 진 구석...
기분 탓인지 뭔가가 그 지점에서 무진장~~~맹렬한~~~시선을 쏘아보내는 듯한 느낌이
파지지지직~~~!
어머니가 열창하시는 동안에 저는 왜일까, 곁에 앉은 동생에게 귓속말로 이랬습니다.
'야 여기 진짜 기분 나쁘지 않냐 특히 저 구석 누가 쳐다보는 거 같애서 무서워'
'니도 그렇나(누님에 대한 존경심은 일찌감치 밥 말아 자신...무개념 동생)
나도 아까부터 자꾸 기분이 이상하고 닭살 돋고...사실 집에 가고 싶다'
'어쩐지 손님이 없더라니 ㅅㅂ 글구 보니 간판도 다 떨어졌더라;'
이렇게 우리 남매는 꼭 구석에 위치한,
강한 존재감을 어필하는 뭔가의 눈치라도 보듯 속살거리며 의견을 주고받았고,
들어온지 3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어머니를 설득해
결국 그 노래방에서 탈출하듯 빠져나오고 말았습니다.
'헉헉 엄마 웬일로 군말없이 우리 말 따라서 걍 나왔대?'
어머니는 항상 우리 남매의 충동적인 뻘짓을 한심하게 여기사, 툭하면 힐난조로 성토하시기 일쑵니다.
(돈 아깝구로 왜 벌써 텨나오노? 20분 연장은 못할 망정
----->이런 사자후가 터져나와야 마땅합니다, 평소대로라면)
버뜨, 이날만큼은...
'살다 살다 저래 기분 나쁜 데는 처음이다. 내가 무섬증 이길라고 괜스레 목이 터져라 노래했다 아이가.
너그가 언능 나가자케서 내사 마 살았다~싶은 기분이었구마.'
그 노래방에서 어찌나 떨었던지 셋 다
열대야의 귀가 길이 실로 포근하고 따뜻하다고까지 여길 정도였습니다;
눼; 뭐 실질적으로 영을 목격했다거나 습격 당했다거나 저주받았다거나 그런 스펙타클한 경험은 아닙니다만;
그 날 우리 세 식구가 이구동성으로 내린 결론 한 가지는...
그 장소의 특정 지점이 "죽을것 처럼"무섭게 느껴졌다는 겁니다.
그리고 모두 뭔가를 의식하듯 애써 밝은 척 오버하면서 노래 불렀고
심지어 나갈 때조차 넘 무서운 나머지 뛰어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애써 여유로운 척 걸어나갔다는 점;
-_-시시하죠, 네. 별 거 없습니다.
근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장소, 상황, 분위기를 더듬어보면 새삼 오싹해져서 소름이 우드드 돋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비슷한 체험이 딱 두 번 더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이성이 혼란스러워져서 일으킨 착각이었을까요, 아니면
정말로 그 장소 그 지점에 뭔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존재가 실재했던 걸까요?
뜬금포없이 터져나왔던 패닉과도 같았던 공포증.
여러분은 혹 이런 경험 없으신지요...?
* 3줄 요약 *
1. 몇년전 가족과 문 닫기 일보직전인 노래방엘 갔다.
2. 거기서 노는 내내 가족 모두 구석에서 뭔가가 쳐다보는 느낌을 받았다.
3. 죽을 것 같이 무서워진 나머지 결국 참지 못하고 셋 다 노래방을 탈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