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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995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941
    IP : 221.155.***.18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11/04 19:29:05
    http://todayhumor.com/?lovestory_69958 모바일
    [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예순 일곱 번째 이야기



    1.gif

    천상병,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한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2.gif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읍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읍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이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읍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이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읍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읍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읍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읍니다

    살아 있는 것이 하나의 최후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가슴에 안겨야 했읍니다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3.gif

    김종원, 오늘 하루도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오늘 하루도 내 눈이 떠지는 이유는
    아침 햇살이 따사롭기 때문만이 아니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함도 아닌
    오직, 내 두 눈으로
    너를
    그리워하기 위함이다

    오늘 하루도 내가 새가 되고 싶은 이유는
    걷는 게 지겨워져 날고 싶기 때문만이 아니요
    어지러운 세상을
    내려다 보기 위함도 아닌
    너에게 나의 존재를 들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오늘 하루도
    내가 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이유는
    세상을 하얗게 표백 시키고 싶은
    마음 때문만은 아니요
    너에게 나의 존재를 들키고 싶은 마음도 아닌
    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너의 사랑을 받지 못할 이 못난 몸이
    눈 송이라도 되어 너의 가슴에 내려앉아
    너의 입김에도 살며시 녹아버리고 싶은
    그리움 때문이요
    또한
    눈이 되어 내린 나의 사랑으로
    너의 지나가는 발자국을
    살며시 남겨두고 싶은
    내 사랑스런 감정 때문이라

    사랑을 다한
    사랑 때문인지라






    4.gif

    이근대, 비가 오면 그대가 보고싶다



    한 잔 술을 마시는 가운데 비가 왔습니다
    문득 그대 생각이 나서
    고개를 수그려 보니
    내 가슴에 그대가 박혀 있었습니다

    숨 멎을 것만 같은 그리움이
    그리움이 나를 뭉개고 있었지만
    눈물을 감추고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입술을 깨문다는 것
    깨물어서 피멍이 들었다는 것
    밖에 내리는 비도
    모르고 나도 모릅니다

    그대인 들 알겠습니까
    그대가 보고 싶은 가운데
    빗방울은 굵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도망갈 곳도 없이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그대가 보고 싶어
    내 일기장이 뭉개지고
    흐트러져 갈 곳을 잃습니다

    빗물 숨어서
    나 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을 그대 참
    꽃잎입니다






    5.gif

    이생진, 섬묘지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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