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동생아.
잘 지내니? 이제 곧 퇴원하는 이 오빠는 니가 회사 연수간동안 집에서 컴퓨터 고치고 있단다.
넌 참 좋은 아이야. 활기차고 남자친구 멋지고... 친구들한테 인기많고... 돈잘벌고...
근데 이 쌍간나 아니 사랑하는 내 동생아.
인터넷 쇼핑 즐거웠니? 영화 다운받으면서, 해품달 시크릿가든 다운받으면서 재미있게 봤을
네 생각을 하니 절로 흐뭇해지....ㄹ 뻔했지만 사실 그렇게 흐뭇하지 못하단다.
왜냐하면 네가 여기저기서 줏어온 다운로드 쿠폰이 컴퓨터를 무아지경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란다.
오빠는 유료 프로그램을 쓴단다. 12년넘게 한 프로그램만 쓴단다. 이거 비싼거다. 일년결재
꼬박꼬박해가면서 쓰는 프로그램이란다. 알약같은 쓰레기는 마치 지구-안드로메다간 거리만큼 멀단다.
이게 참 신박해서, 이 프로그램으로 살린 컴퓨터만 4열종대로 연병장 서른세바퀴쯤 될거란다.
마음먹으면 악성코드가 어느폴더에 왜 뭐때문에 어떤 쌍간나 아니 여동생이 뭐해가지고 이렇게
됐는지까지 열어볼 수 있단다. 그런데, 행적을 보니 너의 드라마욕심이, 옷쇼핑 욕심이 전세계의
모든 악성코드를 강제정모시킨 것 같구나. 매일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불가 판정이 뜬 악성코드만 스무개가 넘더구나.
덕분에 오빠는 로그파일 찾아다가 화면캡쳐뜨고 프로그램 회사에 피드백까지 보냈단다.
스파이웨어 악성코드 바이러스 포함해 총 삼천개가 넘더구나. 이게 다 어디 숨어있었는지 지금도
모르겠구나. 넌 항상 내가 이런말을 하면 어쩌라고 하면서 무시했었지. 하지만 내 동생아.
이게 만약, 네돈으로 샀다거나 부모님이 샀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엄연히 이건 내 컴퓨터란다.
전문용어로 개인자산이라고 하는거고, 그 말은 곧 내가 어떠한 금전적 위기에 봉착하거나 신용상
문제가 생겼을 때 내 명의로 차압이 들어간다는 말이란다.
남의 물건을 쓸 때, 곱게 쳐 써야 한다는 말 잘 배우지 않았니. 너는 정상교육과정을 밟고
유치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니? 훌륭하다. 그런데 네가 가진 마인드는 그렇지
못한 것 같구나. 오늘 나는 열두시간동안 계속 이어지는 검사에 치가 떨렸단다. 외출하고 오면
치료 및 재부팅이 이루어져 나는 다른 작업을 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이젠 안된단다.
난 그냥 모든것을 포기하고, 하드를 새로 사기로 했단다. 너도 나름 선생님이니 태국홍수로
인해 많은사람들이 피해본것을 잘 알고 있을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피해를 내가 입었단다
이 썅간나 아니 동생아. 잠을자려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어제의 오만원짜리 하드가 오늘은
십만원이 넘는 그런 상황이란다. 컴퓨터 새로 맞추려고 했는데 좀 더 견적을 현실감있게
알게해줘서 고맙다.
그러고보니 너 내가 트리플구성해서 쓰던 모니터 중 한대 가져갔더구나.
그걸 가져가면 안되는거였는데, 집안식구끼리 절도를 범하다니 안될말이란다.
그래 그건 너 가지렴. 근데 이 썅간나 아니 사랑하는 동생아.
네가 오유를 하니 말하는데, 혹시나 이 글을 컴게가 아닌 베스트에서 본다면 사과 한마디정도는
부탁한다. 너보고 하드 사오라고 이야기 안한단다. 이제까지처럼,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하지말고
그냥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그걸로 족할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매우 깊은 빡침의 향연에
손이 부들부들 떨리지만 네 사과 한마디면 그마저도 가라앉을 것 같다. 그러니까 썅간나 아니 내
사랑하는 동생아. 너도 잘 알지만 오빠는 야동이나 야짤은 전용 usb에 전송시킬만큼 관리해왔단다.
그런데 그걸 내가입원한 단 몇개월동안 무너뜨리다니 너란 녀석 장난꾸러기구나.
그러니까 이제 사과하렴. 그리고 웃으면서 넘기자꾸나. 네가 만약 어떻게든 이 글을 보고서라도
내게 사과한마디 없다면 오빠는 그때 아주 조금 화를 낼지도 모른단다. 네가 앞전 컴퓨터 두대도
군대가있는동안 고철을 만들어놓는바람에 오빠가 많이 참았었는데....^^
이번엔 안되겠구나. 사과한마디만 하렴. 그럼 하드 교체해서 윈도우 깔고 너에게 줄게.
난 아이비로 넘어가려고 한단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번엔 네 융털하나 키보드 마우스에 손
얹게 하지 않을거란다. 만약 그래도 사용한다면 오빠는 그때 아주 조금 많이 화가 날지도 모른단다.
정말 사랑하는 동생아.
연수 잘 받으렴. 너 연수 다녀와서 이 글 볼때까지 사과할때까지 일주일만 기다릴게.
2012년 4월 2일 어느봄날 널 존나게 사랑하는 오빠새끼가 썅간나 아니 사랑하는 동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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