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과 경찰의 수사은폐 및 허위발표라는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는데도 국정조사 실시를 거부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10만 명의 온라인 서명을 받아 국정조사 실시 청원서를 새누리당 당직자에 19일 전달했다.
표 전 교수는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비롯해 책임자처벌, 대통령 책임표명 등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대로 사건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만 명의 시민과 길거리에 나와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표 전 교수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뒤 새누리당 민원국장에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몇가지 이유가 담긴 글과 청원서를 담았으니 외면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아달라"며 국정조사 청원서와 아고라 서명내역 등을 전달했다. 이에 정익훈 새누리당 민원국장은 "새누리당의 민원국장으로서 당 지도부에 전달하겠다"고 한 뒤 청원서를 받아들고 들어갔다.
표 전 교수는 새누리당사 앞에 모인 취재진과 시민들 앞에서 "오늘 국정조사 실시 청원서를 전달했는데, 새누리당이 '못믿겠으니 실제 서명자들을 내놓으라' 하면 전국의 시민들께 부탁해 서명운동을 해 제출할 것"이라며 "일주일 내에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께 서울광장에 모여달라고 청원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표 전 교수는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하면 더 이상의 추가 서명을 받지는 않겠으나 그렇지 않는다면, 자원봉사자들에 협력을 요청해 전국적인 길거리 서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민심을 두고 표 전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접하는 민심은 반반이다. 국정원이 일하는 과정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을런지는 몰라도 합당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믿는 사람이 절반이고, 다른 절반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건으로 대통령이 사퇴해야 한다'고 하는 분들"이라며 "어느 쪽이든 18대 대선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의혹이 부풀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광장에 실제 많은 시민들이 모일 수 있을지에 대해 표 전 교수는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에) 서명한 만큼은 모일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외국에 거주하는 분을 오시지 못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수만 명은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표 전 교수는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내용을 두고 "사건의 육하원칙이 명백히 드러나야 하며,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그 위에 누가 알고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그는 "국기문란, 국헌문란 사건"이라며 "국민의 투표권을 유린하고 국가기관이 한쪽의 후보자를 위해 일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할 일을 대신 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표 전 교수는 "정치권이 할 일이 있고, 시민이 할 일이 있다고 본다. 내가 한 것은 정치권에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헌법과 법률, 제도에 따라 이 문제가 처리돼 시민들이 다시 거리에 나와 경찰과 싸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며 "헌법과 법률을 통해 진상을 밝혀낸 뒤 재발방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열망을 전달한 것 뿐인데 이런 열망에도 절차대로 하지 않는다면 나를 포함한 시민이 나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대해 표 전교수는 "그동안 진상조사특위의 활약은 평가받을 만 하지만 그 외에 야당으로서 민주당이 최선을 다했느냐에 대해서는 우려와 비판의 채찍을 가할 수밖에 없다"며 "맞서 싸우는 것에 대한 역풍과 지지율 추락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던 표 전 교수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서도 "박 대통령도 어쩌면 피해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법 사실을 모르고 잘못된 보고를 받았다면 지난 6개월 동안 사과와 진상규명을 한 뒤 책임자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도 아무 말이 없다. 심지어 황교안 법무장관을 통해 검찰의 수사의지를 꺾어 기소가 파행적으로 이뤄지도록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는 엄중한 책임의 영역에 있다"고 비판했다. 표 전 교수는 "윤창중 사건의 경우 미국에서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사과한 반면, 이 사건은 수사결과가 나왔을 뿐 아니라 훨씬더 엄중한 사건인데도 아무 말도 없다"고 지적했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사건이 지나가는 유행가 같은 것'이라는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새누리당)의 주장 대해 "나는 국정원 사건이 애국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두고 보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국회법 규정상 국정조사 요건에 맞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표 전 교수는 "이미 입법조사처에서 국회법상 재판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국정조사실시는 무방하다는 유권해석을 통해 정리된 문제"라고 답했다.
이날 표 전 교수의 국정조사 청원서 새누리당 전달 과정을 취재하러 나온 취재진 가운데 일간지 또는 지상파 종편 방송사 기자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방송사 ENG카메라는 한대도 없었다. 오마이뉴스, 뉴스타파,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를 비롯해 인터넷 매체 또는 인터넷방송 제작자 등이 현장을 찾았다.
한편, 표 전 교수는 다음 아고라에서 10만 명의 '국정조사 촉구' 서명을 받은 데 이어 19일부터는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번엔 20만 명의 온라인 서명작업에 돌입했다.
표 전 교수는 "헌법이 유린되고 국정원과 경찰이 사적으로 동원되어 야당과 지식인, 시민단체와 국민 다수를 '종북, 적'으로 몰고 척결 대상으로 삼는 '심리전'을 전개하고 대통령 선거에도 고의적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과 증거가 확인된 '국정원 게이트'의 해결없이 어떻게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 국민 단결이 가능하겠느냐"며 "부정과 불법, 불의를 그대로 두고 '무조건 충성하라'는 요구는 스탈린이나 히틀러나 했음직한 독재"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국정조사 실시는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표 전 교수는 강조했다. 이후 대통령이 사과든 사퇴든 국민이 납득할 입장표명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표 전 교수는 요구했다.
한국의 '보수'와 새누리당에 대해 표 전 교수는 "보수의 의미가 '반공과 애국'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 반대편을 '종북, 좌빨'로 내몰고 자기 편의 부정과 불의와 불법, 무례와 폭력을 모두 감싸안는 '비겁하고 저급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오용되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불법과 불의, 부당과 협잡, 편가르기, 집단 이기주의로 뭉쳐있다는 것이 세간의 인식"이라며 "이를 바꾸는 첫 걸음이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