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세 내 생각은 달라. 사실 이런 언행으로 진짜 상처를 받는 것은 대상이 되는 쪽, 욕 먹는 쪽이 아니야. 욕하는 자야말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는거지."
"그렇게 되나요?"
"얼핏 외면적으로 보기엔 반대의 경우만 드러나겠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믿네. 남에 대한 비난과 터무니 없는 증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과 불안함에서 오는거야. 그리고 그것을 폭발시켜 발산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삼는거지."
"그건 이해가 갑니다만. 그렇게 발산한다면 어쨋든 기분이라도 풀리지 않을까요?"
"기분이야 풀리겠지만 그렇게 기분을 푸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처가 생긴것이야 안된 일이네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회피하는 방식으로 두면 덧나는 법일세. 버릇이 되면 더더욱 곤란해지고."
현암이 대답이 없자 박신부는 다시 말했다.
" 다시한번 말하네만, 처음에는 비난을 받는 대상이 기분상하겠지만, 진정 위험한 것은 그런 이유 없는 비난에 중독된 사람들이야. 사람은 누구나 모자란 점이 있고 결핍된 부분을 자니고 있네. 허나 그걸 치유하여 건강해지느냐, 또는 모자란 점을 채워 앞으로 더 나아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사람이 크게 되는가, 아니냐가 결정되겠지."
"그건 그럴 테죠"
"사람들 스스로 마약을 거부하는 이유가 뭔가? 마약이야말로 사람에게 좋은 기분을 주는 것인데 말야. 그러나 그렇게 쉽게 쾌감을 얻다보면 거기에 중독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고 결국은 타락하게 되기에 법으로까지 금지한 거야. 그런데 이런 행위는... ... .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는, 그저 비난을 위해 남을 헐뜻는 행위는 마약보다 더 문제라 생각하네. 이런 쉽고도 확실한 효과를 주는 비난으로 그런 감정을 속이게 되면, 치유의 기회, 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막게 돼. 결국은 자신은 아무것도 못하면서 남만 욕하고 모든것을 대안도 없이 비난만 하는 존재로 타락하겠지. 현암군, 인간의 타락 중 가장 무서운것이 무엇이겠나? 욕망? 도덕? 나는 정신의 타락이라 생각하네."
"무섭네요"
"스스로는 그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게 더 무섭지. 아마도 상태가 심해지면 당사자는 자기합리화에 익숙해져서 자신은 항상 정당한 비판만 해 왔다는 변명이나 해 대겠지. 세상과 통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게 되는거야. 힘든 일,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조금만 생겨도 자기 합리화와 비난으로만 대응하는 인간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그렇게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키고 나면, 필연적인 일이지만, 그때에도 그들은 더더욱 격렬하게 세상을 원망할 거네. 자신은 항상 옳고, 항상 옳아야만 하니까."
현암은 한숨을 쉬었다.
"너무 심하게 생각하시는 것 아닐까요?"
"글쎄. 내 분명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욕설이나 비난 등의 철없는 행동을 하는 본인에게 가장 큰 피해가 간다고 말했네. 자업자득이니 사회 문제까지는 안 되겠지만 확실히 쌍방에 모두 피해자는 생기겠지. 비난당한 사람은 물론 아무것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인생을 망치는... ... . 그것도 별생각도, 큰 죄의식도 없이 행한 자기 행동에 의해서 말일세."
"말씀이 조금 어렵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욕을 먹는 대상보다 욕을 하고 있는 당사자가 훨씬 위험하다고 봐. 욕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정신이 침식당하고 좀먹어 들어가고 있는 거지. 물론 정당한 근거에 의한 비판이라면 이런 분석이 통용되는 것은 아니네만. 그리고 나는 이들의 행동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냐... ...뭐랄까, 치료가 필요한 일이야. 정신과적인 치료 말이네."
이우혁 작가님의 퇴마록 외전 中 박신부와 현암과의 대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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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단체나 특정인물을 겨냥한 게시물이 아닌 소설속의 대화를 독자입장에서 공감하여 공유하고자 함 뿐임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