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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976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830
    IP : 221.155.***.18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10/27 19:38:56
    http://todayhumor.com/?lovestory_69768 모바일
    [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예순 번째 이야기



    1.gif

    배한봉, 아름다운 수작



    봄비 그치자 햇살 더 환하다
    씀바귀 꽃잎 위에서
    무당벌레 한 마리 슬금슬금 수작을 건다
    둥글고 검은 무늬의 빨간 비단옷
    이 멋쟁이 신사를 믿어도 될까
    간짓간짓 꽃대 흔드는 저 촌색시
    초록 치맛자락에
    촉촉한 미풍 한 소절 싸안는 거 본다
    그때, 맺힌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던가
    잠시 꽃술이 떨렸던가
    나 태어나기 전부터
    수억겁 싱싱한 사랑으로 살아왔을
    생명들의 아름다운 수작
    나는 오늘
    그 햇살 그물에 걸려
    황홀하게 까무러치는 세상 하나 본다







    2.gif

    도종환, 세월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3.gif

    이성선, 외로운 사랑



    나는 다른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풀잎과 마주앉아서 서로 마음 비추고
    남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함께 꿈꾸며
    별을 바라 밤을 지새는
    시인이면 족하여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사랑한다
    그와 내가 둘이서
    눈동자와 귀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사랑의 뿌리까지 영롱히 빛내며
    저 하늘 우주의 울림을
    들으면 된다
    세상의 신비를 들으면 된다
    그의 떨림으로 나의 존재가 떨리는
    그의 눈빛 속에 내가 꽃 피어나는
    그것밖에는 더 소용이 없다
    그렇게 별까지 가면 된다








    4.gif

    정하해, 내 사랑, 그러하거든




    사랑하는 사람을 가졌거든 
    그 사람의 손을 한 번 잡아 보아라 

    그 속에는 무수한 길들이 
    나있는 걸 느낄 것이다

     
    오롯이 걸어가는 길 하나 
    만져지거든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흉장 속으로 
    걸어가는 그대라고 
    생각해도 좋으리


    한 세상 살면서 
    내 전부를 주고도 아깝지 않을 
    사랑하는 사람 하나 가졌거든 
    그 사람의 손을 잡고 
    걸어보아라

     
    어정거리는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미쳐 몰랐던 애절함이 거기서 
    묻어날 테니까


    그리하여 
    이승에 머무는 동안 
    세상의 용서는 아무일 아닌 듯 
    일어날 것이다


    바로 그 한 사람의 사랑으로 인하여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백 년에 한번 피는 꽃이 아름다워 지는 이유

     
    그것이 그대 아닌가







    5.gif

    백인덕, 오래된 약




    비 오다 잠깐 갠 틈
    책장 사이 수북한 먼지를 털자
    어디다 쓰는지 알 수 없는
    알약 몇 개 떨어진다

     

    언제
    어디가 아팠던가? 무심한
    손길이 쓰레기통 뚜껑을 열자
    스멀대며 퍼지는 통증 한줄기

     

    약은 몸에 버려야 제격
    마른침으로 헌 약을 삼켜버린다
    그 약에 맞춰 몹쓸 병이나 키우면
    또 한 계절이 붉게 스러지리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ouprofile.php?mn=315970&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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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27 19:45:16  175.213.***.48  봄쿠도메  2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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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4/10/28 00:29:10  114.204.***.242  회색마법사  8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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