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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9740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5
    조회수 : 1016
    IP : 221.155.***.18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10/26 20:42:07
    http://todayhumor.com/?lovestory_69740 모바일
    [BGM] 사랑의 시 - 쉰 여덟번째 이야기



    6.gif

    신진호, 눈 오는 날



    잊으라 한다고
    잊혀지나요
    잊지 말라 하여도
    잊혀지듯이
    잊으라 한다고 
    잊혀지나요

    풀이 나무가 되고
    나무가 바위가 되고
    아득한 세상
    높은 산맥마저
    슬픔에 녹아
    바다로 넘쳐도

    수많은 전설
    그 진실마저
    가엾은 날개를 접고
    거리에서
    바다에서
    눈물로 죽어가도

    잊으라 한다고
    잊혀 지나요
    잊지 말라 하여도
    잊혀지듯이
    잊으라 한다고
    혹시, 잊혀질까요







    7.gif

    채수영, 사랑 한 마디에 가슴 울렁이는



    쏟아지는 햇볕으로 집을 짓고 
    킬킬 모여 앉았던 추억은 어딜 갔나 
    인생은 행복하기 그지없다 해도 
    갈 곳 있어 어디 아득한가 

    사랑 한 마디에 가슴 울렁이는 
    푸른 날들의 자취 
    살찐 이름에 매달려 끝내 
    고백을 미루었던 
    삶이여 

    이제 긴 그림자에 이끌리는 
    너의 손짓에 내 고백은 
    가락이 메마른데 
    흔들리는 마음에 실리워 
    어딘가를 찾아가는 
    솟아 오는 햇살에게 이름의 
    행선지를 묻노라






    8.gif

    양현근, 아느냐 애인아




    산다는 것은

    성긴 올을 날실 씨실로 엮는

    한 폭의 모시적삼같은거라며

    수묵화로 채워지는 화선지같은 거라며

    기다림이 걸리던 옷장에는

    귀환을 꿈꾸는 홀씨

    외눈의 포자만 무성한데

     

    세상이

    한 잔의 고운 포도주로 넘칠 수만 있다면

    가슴에 거짓말을 품지 않아도 좋을 텐데

     

    넉넉한 사랑으로 채울 수 있다면

    벌판엔 온통

    풀빛 아닌 것이 없을 텐데

     

    익숙하지 않은 하늘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

    오오, 마른 입술 열며

    그리움은 제 이름으로 저기 오고

     

    아느냐 애인아

    큰 언덕너머 온통 너의 이름뿐이던 것을

     

    보느냐 애인아

    사랑을 가늠하는 내 젖은 세월을

    투정하듯 걸어둔

    저 나부끼는







    9.gif

    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10.gif

    정호승, 까닭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 빗자루로 눈길을 쓰시는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눈물도 없이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고이 남기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도 쓸쓸히 노래 한 소절로 태어나서

    밤마다 아리랑을 부르며 별을 바라보는 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ouprofile.php?mn=315970&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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