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참 좋아하던 녀석이었습니다.
이렇게 깡총 자세를 잘 취하면서 귀엽게 노는 아이였고..
주인한테 놀아달라고 투정도 부리며..
떡볶이 훔쳐먹다 저한테 걸려서 이렇게 씻겨주고 포획당했는데도 저 장난끼 가득한 표정 하며..
어릴때 모습도 참 이쁜 토끼였습니다.
2년전 누나가 공릉역에서 토끼 한마리를 사왔습니다. 제가 그 얼마전, 5년간 키워오던 앵무새가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너 마음이 아파서, 토끼를 들이는거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또 떠나면 어떨까, 그때 많이 힘들어했거든요. 단지 제 이기심때문에, 처음엔 이 아이를 멀리 했습니다.
그런데 와서 곧잘 적응도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아직 어미 품에서 젖먹으면서 커야할 나이에 왓으면 많이 불안하고 우울하기도 할텐데, 정말 철이 든 토끼구나... 그러고 이뻐해주기 시작했습니다.
"토랑아~" 라고 부르면 귀를 총깃 세우면서 달려오고, 저한테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며 머리를 들이밀고, 머리를 살짝 만져주면 기분좋다고 눈도 감아주고... 하던 그런 아이였죠..
그런데 작년에, 어머니께서 토랑이를 더 못키우겠다고, 동네 유치원에 가져다 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가 저녁늦게 돌아와서 그 사건을 듣고 바로 유치원에 갔었죠. 근데 유치원에 가니, 토끼를 이미 토끼 농장에 보냈다고 하더군요.. 유치원에서 키우던 토끼들이 우리 토랑이를 괴롭힌다고 해서요..
토끼농장이라고 하니.. 불현듯, 우리 품에서 어려서 자라났던 토랑이가, 텃세도 못이기고 가서 힘들었을텐데 그 많은 토끼들 있는데서 힘들어서 어떻게 보내냐며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꼭 데려와야지 해서, 다음날 동물농장을 찾아가서 토랑이를 데려왔습니다.
그 많은 토끼들중에 토랑이를 단 한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우리 애기였어요. 그 많은 토끼들중에, 우리 애기가 보였고. 우리 애기도 나를 잊지 않고, 와서 반갑다고 두 발로 선 자세로 저를 올려다 봅니다. 자세히 보니 좀 말랐습니다. 겨우 얼마밖에 안되었는데.. 이렇게까지 마를수 있나 정도로.. 사람은 동물을 버려도, 동물은 사람을 못버리나 봅니다. 계속 기억하나봐요.. 정말 펑펑 울면서 토랑이를 다시 집에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도 "토랑이는 어릴때 엄마품에서 떨어져 나와, 우리를 엄마처럼 가족처럼 생각한다. 나도 엄마 버릴수 없듯이, 토랑이도 나 못버리고, 그러니 우리도 토랑이 버릴수 없다. 계속 키우자" 라고 했고.. 어머니도 동의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쌩쌩했습니다. 케이지 근처에 가면 반갑다고 두손들어 인사하고, 1층과 2층을 분주히 왔다갔다 거리면서, 몸 분장도 하고, 그 모습을 보고 학교를 나갔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돌아오니, 역시 저녁밥을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저녁밥을 사료를 주니 역시나 좋다는 듯이 바로 먹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토랑이의 모든 상태가 평상시와 같아서 아무 걱정도 안했습니다.
그런데, 약 1시간 후에 분명히 깨끗이 비어있어야할 사료통이 거의 그대로 있습니다. 살짝 이상해서, 토랑이를 살펴보았는데, 살짝 숨을 입으로 쎌룩 쎌룩 거리는게 보였습니다. 토랑이 상태가 안좋은거 같아 걱정이 되서 계속 지켜보기로 했고, 지금은 10시라 병원문도 닫았으니, 내일도 상태가 안좋으면 병원에 데려갈려고 했었습니다.
한 11시쯤, 어머니께서 급히 저를 부릅니다. 토랑이가 몸 한쪽을 기대어 케이지에 축 처진체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너무 긴급한 상황처럼 보였습니다. 토랑이를 즉시 케이지에서 꺼내서 제 방 침대로 대리고 가 잠시 앉혔습니다. 근데 힘이 없습니다.. 곧 픽하고 쓰러질것 처럼 하더니.. 방향을 돌려 제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눈도 감지 못한채 그렇게 쓰러졌습니다.
첨엔 어떻게든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입으로 숨도 불어주고 심장 소생술도 열심히 했습니다. 약간씩 토랑이 몸이 움찔 거려서 희망이 있을줄 알았고, 어머니께 지금 동물 24시간 병원을 하는곳을 찾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어머니께 전화를 거는동안 저는 계속.. 토랑이를 바라보면서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주변에 24시간 하는 동물병원이 있는데 수의사가 토끼는 못봐서 다른 병원으로 가는게 좋다고 말하셨다고 합니다. 세상에 동물 치료하는 수의사가, 응급조치도 못할까.. 그러면서 어머니께 부탁해서 카페에 들어와 토끼 전문 24시 병원을 찾아보고, 저는 계속 응급 조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도도 확보해주고, 입으로 숨을 불어넣고, 가슴 마사지를 하며, 토랑이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20분여, 드디어 토끼를 응급 소생할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하니.. 20분정도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병원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떠나보내는게 순리라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얼얼했습니다. 아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아인데.. 그 아이가.. 갑자기.. 이럴수..
집에서 택시를 타도 30분거리인지라, 와도 치료를 해 줄수 없다고 합니다.. 이제 정신차리고 보니, 눈앞에 토랑이가 들어와있습니다. 나를 바라본채 눈마져 감지 못하고, 숨이 멈춘 토랑이..
더이상 힘들게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토랑이를 제 무릎에 눞여 평소에 토랑이가 좋아하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귓가에 "토랑아.. 사랑해... 넌 내 인생의 최고의 친구였어.. 많이 아프진 않았지?... 잘가.. 꼭 행복해야돼.." 라고 말했습니다. 예전에 어디선가, 죽고 난후에 귀가 가장 마지막으로 신경이 죽어서, 소리가 들린다는걸 들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힘이 점점빠지고, 따뜻하던 온기마저 차갑게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토랑이가 2살간의 짧은 삶을 마무리하고 떠났습니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다가.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냥 꿈인거 같았습니다. 현실이 아닌거라고 깨어나면 토랑이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눈물밖에 안나왔습니다.
토랑이를 묻어주고 오는데, 다음주 부터 장마가 시작이라는 일기예보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비가 오고 나면 씻겨져 내려갈텐데... 혹시 우리 토랑이 편히 쉬지 못하는건 아닐까.. 깊게 파 묻어주고, 토랑이가 평상시에 좋아하던 간식.. 그리고 내 마음을 담은 편지와 함께 흙을 덮고.. 잘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토랑이가 만약, 우리가족 품에 들어오지 않고, 어미 품에서 계속 자랐으면 어땟을까요? 사람의 얄팍한 상술로 가격표가 매겨지지 않고, 엄마, 아빠, 가족들 있는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랐으면.. 더 행복했겠죠..
토랑이는 나에게 많은 행복을 줬는데, 나는 토랑이에게 행복을 준 사람이었을까요? 내가 토랑이에게 한 행동들 하나하나가.. 다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토랑아..
난 너와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어. 죽음이라는게 참 슬퍼.. 당장 토랑이를 볼 수 없고, 토랑이랑 같이 놀수도 없잖아. 그래서 지금도 많이 슬퍼. 하지만 토랑아 너는 슬퍼하지 마렴.
내가 너를 좋아하고, 앞으로도 많이 기억하고, 평생 잊지 못할거야. 넌 내 기억속에서 평생 살아있는거란다. 그러니, 저 무지개다리 건너 행복한 곳에서, 잘 지내고 있으렴. 행복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