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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971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818
    IP : 221.155.***.18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10/25 20:01:24
    http://todayhumor.com/?lovestory_69717 모바일
    [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쉰 여덟번째 이야기



    1.gif

    김사인, 노숙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2.gif

    장석남, 옛 노트에서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3.gif

    이병률, 장도열차




    이번 어느 가을날

    저는 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편지를 띄웠습니다

     

    5시 59분에 도착했다가

    6시 14분에 발차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

    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4.gif

    김정희, 조문객



    장대비가 쏟아지자
    공터 웅덩이 앞에 모여 있던 아이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순식간 빗소리와 나만 남았다
    발길이 어떤 힘에 이끌린 듯 웅덩이로 흘러갔다
    물을 베고 누운 개
    엉겨 붙은 잠 한 덩어리가 둥둥
    떠 있었다
    생(生)을 놓지 못하는 미련줄인 듯
    저승과 이승의 사잇문을 가로막은 사슬인 듯
    놈의 모가지를 죄고 있는 붉은 노끈자락이
    서늘했다
     
    누가
    저 젖은 날개를 말리고 딱딱해진 말들을 녹이고
    유서 같은 어둠을 벗겨 불어터진 넋을 어루만져줄 것인가
     
    시선을 거두어 돌아오는 길
    노끈이 내 발목을 감으며 따라왔다
    빗길이 온통 붉었다
    그 위에
    시구문(屍軀門)을 빠져나온
    한 송이






    5.gif

    반칠환, 웃음의 힘



    넝쿨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현행범이다
    활짝 웃는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ouprofile.php?mn=315970&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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