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적 망동을 일삼는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가 자신들의 행동반경을 ‘인터넷 공간’에 국한시키지 않고 오프라인까지 진출해 행동화 하는 등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윤창중 사건’을 처음 외부에 알린 ‘미시USA’를 ‘일베’ 회원이 해킹했다고 주장한 바 있고,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가 주최한 5.18민주화운동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을 훼손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일베’ 망동, 게릴라식 행동화까지 ‘게릴라식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한 사진을 ‘DJ컨벤션센터’ 주변 설치물에 모욕적인 글과 함께 게시하고 ‘인증샷’을 찍거나, 대형 할인마트 가전 매장의 고객 시연용 스마트TV와 컴퓨터에 사진을 올린 뒤 이를 촬영해 ‘일베’에 게시했다.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베’의 동시다발적 ‘5.18훼손’은 ‘일탈’의 범주를 넘어서 ‘역사 테러’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일베’ 회원에게 국정원장이 초청장을 보냈다. ‘일베’ 회원 일부가 오는 24일 열리는 국정원 안보 특강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일베’ 회원 초청이 ‘국가 안보 수호를 임무로 하는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라고 주장하며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둘러댄다. 111콜센터 우수신고자를 초청해 위로하는 행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일베’ 회원을 초청한 게 아니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는 정황이 한 둘 아니다. ‘일베’ 회원이 111콜센터에 집중 신고한 시점은 국제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가 북한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한 후 회원 명단을 공개한 직후다. 회원들에 대해 신상털기를 하며 일부 내용을 국정원 콜센터에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일베 특별히 초청한 것 아니다”, 그렇지 않은 정황 ‘수두룩’ ‘우리민족끼기’ 회원에 대한 신상털기가 ‘일베’에 의해 자행됐다는 걸 국정원이 모를 리 없다. 관련 기사가 며칠 간 언론에 차고 넘쳤는데도 몰랐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 시점에서 ‘우수신고자’를 선정할 경우 ‘일베’ 회원이 다수 포함될 거라는 점도 익히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일베’ 회원을 겨냥해 초청한 게 아니라는 국정원의 주장은 사실과 크게 달라 보인다. 국정원이 ‘일베’ 회원들을 타깃으로 초청을 한 거라면 얘기는 복잡해진다. 5.18 정신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폄하해 논란이 된 ‘일베’의 망동을 국정원이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영령들을 모신 관이 즐비한 광경을 홈쇼핑 장사판로, 관을 택배 물건에 비유해 “홍어 포장 완료” “택배 장사 잘 된다”며 고인들을 모독하고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저들이다. 안보정신이 투철하다며 초청까지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국이나 유럽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경천동지할 일이겠지만 정치 개입을 주업으로 해온 대한민국 국정원이라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 2월에 열렸던 국정원 안보특강에서 일부 강사들이 “5.18 당시 북한 간첩이 내려와 있었다”는 발언을 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진보 인사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국정원 쇄신’은 헛소리, 얼굴만 교체됐다 ‘국정원 쇄신’은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처럼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국정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그러겠노라고 국민 앞에 맹세한 바 있다. 그러기에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MB의 국정원’ 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을 줄 알았다. 허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 놈이 그 놈’, 달라진 게 없다. ‘쇄신된 국정원’이라면 이런 판에 ‘일베’를 국정원에 초청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는 입을 닫고 있다. 국정원이 안보를 빙자해 5.18 훼손을 방관하거나 우회적으로 부추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못 본 척이다. 하기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게 막은 박승춘 보훈처장을 유임시킨 게 바로 박 대통령 아닌가. 청와대의 묵인과 방조가 없다면 국정원이 이러지 못할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박근혜 사람’으로 박근혜 후보 대선 캠프에 국방안보특보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이명박의 원세훈’이나 별 다름이 없다. 그가 원장에 취임한 직후 80% 이상 자리가 교체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해 측근을 영입하거나 요직에 앉혔다. 김규석 국정원 3차장은 군 복무 시절 남 원장의 오랜 부하였던 관계로 서로 가까운 사이다. 김 차장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 참여한 친박 성향의 인물이기도 하다. ‘남재준의 국정원’과 박근혜 정권 남 원장의 측근과 육사 출신이 국정원에 대거 포진하자 국정원 내부에서는 “이게 국정원이냐, 육군본부냐”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해진다. 사람은 대거 교체됐지만 야권 인사와 시민단체를 종북으로 규정하는 ‘종북 몰이’는 ‘MB의 국정원’ 때와 변함이 없다. ‘반값등록금’ 주장을 ‘종북세력의 공세’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반값등록금 심리전’ 문건 작성에 관여한 국정원 간부가 현재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추 국장은 2011년 6월 국정원 국익전략실 사회팀이 작성한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라는 문건의 보고 책임자였다. 또 중간 책임자급이었던 함모씨는 영전해 국정원 감찰실에서 근무 중이다. ‘반값등록금’은 새누리당의 공약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이 공약을 이행하겠노라고 약속했던 사람이다. 겉으로는 공약인 양 내세워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뒤로는 ‘좌파공세’라며 국정원의 심리전 대상으로 삼아 여론을 흩트리려 했다니 황당할 뿐이다. 새누리당의 ‘좌클릭’은 표를 구걸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게 또 다시 입증된 셈이다. 국정원 ‘일베’ 두둔, 이러니 날뛰는 거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법을 어기고 국내 정치에 개입한 추 국장을 민정수석으로 발탁했고, 국정원장은 여기에 가담했던 함모씨를 내부 영전을 통해 요직에 앉혔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내팽개친 국정원 간부가 처벌을 받기는커녕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다니 이 또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국정원이다 보니 이 판국에 ‘일베’를 초청할 수 있었던 거다. 국정원이 ‘일베’의 황당한 책동에 동조하지 않는데도 그럴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민간인 사찰, 야당과 시민단체를 종북으로 낙인찍는 작업 등에 대해 적극 지지를 보이는 ‘일베’가 저들의 눈에는 기특해 보였나 보다. ‘일베’에 대한 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도 ‘일베’ 초청을 밀어붙였다. 이것은 국정원이 ‘일베’의 망동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정원이 ‘일베’의 탈선적 책동에 동조할 뿐더러, 초청 등의 방법으로 우회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니 ‘일베’가 날뛰는 거다. 재미있는 그림, 청와대-국정원-‘일베’ 재미있는 구도가 그려진다. 국정원장의 뒤에는 박근혜 정권이 있고, 국정원 내부는 ‘남 원장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극우 망동 사이트인 ‘일베’는 국정원과 박 정권을 지지하고, 국정원은 암암리에 ‘일베’와 교감하고 있다. 청와대, 국정원, 일베...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답은 무척 간단하다. 수학 문제 푸는 것에 비유한다면 더하기 빼기 수준일 테니 말이다. <상단 그림: 김용민 화백의 만평 '출생의 비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