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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묘비명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최옥, 부를 수 없는 이름
어쩌면 너는
내 앞에서 잠시 눈 뜨고 간
서러운 꽃잎이었는지 모른다
혼자 왔던 길, 혼자서 돌아갈 길을
바람 속에 감춰두고
그렇게 너는 잠시 다가와서
내 어둠을 밝혔는지 모른다
널 바라보며
잠 못 들고 뒤척일 때
어쩌면 너는 내가 지칠 새벽을
조용히 기다렸는지 모른다
네가 하고 싶었던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끝내 하얗게 눈물로 날리고
어쩌면 너는
내가 하염없이 붙잡고 놓지 못 할
견고한 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임유란, 여기도 그대입니까
그대가 아름답다 하여, 내게
그 겨울바다는 그대입니다
그대가 그리웁다 하여, 내게
그 아팠던 시절도 그대입니다
그대가 떠나라 하여, 내게
헤어짐도 그대입니다
이제 더는 말이 없는 이여
더는 나를 부르지 않는 이여
그대가 가슴으로 흐느껴 부를
나의 이름, 이 텅 빈 자리
혹시 여기도 그대입니까
이정희, 그리움
바닥 보고 싶어
눈물을 흘렸다
하늘을 보고 싶어
고개를 들었다
네가 보고 싶어
너를 내 눈에 담았다
나호열, 당신에게 말 걸기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예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 속에 마음을 묻은
다, 예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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