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KBS노조 분들께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려 하십니다.
관심과 성원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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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정녕 '정권의 개'가 되려 하는가
우리는 이틀 전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을 맞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애통함을 금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고인이 민주화운동과 정치개혁, 남북통일 등에 가장 크게 기여한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비통함을 더하고 있다. 국민들은 고인이 지역주의에 정면으로 맞섰고 권위주의를 몸소 타파했으며 사회 수구 기득권층과 싸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지난 사흘간의 KBS의 방송은 전국을 뒤덮고 있는 '추모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관영방송'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KBS 방송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뉴스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프레임의 문제이다. 어제(일요일) 저녁 9시 뉴스는 톱뉴스로 '국민장 거행하기로', '이어서 대통령 첫 화장', '국민장 어떻게 진행되나?' 순으로 10꼭지를 간 뒤 11번째 꼭지에서야 '봉하마을 13만 명 이상 조문'을 내보냈고 전국 추모 열기와 네티즌 추모 물결 등 '추모 민심'은 서거 뉴스의 제일 말미인 24번째 꼭지와 25번째 꼭지에 배치했다. 16번째 꼭지에 '거리 분향소 시민 발길 이어져'를 배치했지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찰의 치졸한 추모 방해 공작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아 현장을 찾았던 많은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급기야 빈소에서 취재가 거부되는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뉴스의 프레임은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작금의 '추모 민심'은 기득권층이 득세하고 사회적 약자들이 뒷전으로 물러나는 현실,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오만한 권력이 독주하는 상황 속에서 층층이 쌓인 반감과 울분이 통곡과 오열로 변한 것이다. 그런데도 KBS는 이 같은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는커녕 보수언론과 동일한 프레임으로 정권보호와 안위를 위한 뉴스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이 같은 프레임 속에서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자살'이나 '사망'으로 격하시킴으로써 망자의 명예를, 권위를 훼손하고 고인을 사랑했던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 '검찰 수사 도중 숨진 인사들은?' 이란 듣기도 민망한 보도를 통해 한국 정치사에 큰 업적을 남긴, 수뢰혐의가 대법원에 의해 확정되지도 않은 고인을 다른 자살한 유력인사들과 동일 선상에 올려놓는가 하면 현 정권을 비판하는 조문객의 인터뷰를 고의적으로 빼는 등 상상할 수 없는 보도를 해 공영방송을 훼손시키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는 철학 없는 편성과 늦장 대응이다.
서거 다음날인 24일 PD들은 오락물인 '해피선데이' 대신 이미 제작해 놓은 다큐 3일 '대통령의 귀향 봉하마을 72시간'을 내보낼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편성 수뇌부들은 영화 '일번가의 기적'을 방송하는 어이없는 일을 벌였다. 첫날에도 '해피투게더 스페셜'과 '천하무적 토요일', '연예가 중계' 등을 방송해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또 PD들을 봉하마을 현장에 보내 기획제작물을 준비시켜 놓고도 정작 방송은 내보내지 않았다.
KBS는 지난 '용산참사' 부실 방송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큰 외면을 받았다. KBS노동조합은 사측에게 엄중 경고한다. 만약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방송에서 KBS가 또 다시 국민들로부터 '정권의 나팔수'나 '관영방송'이라는 오명을 받을 경우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KBS는 지난 1990년 이후 가열찬 투쟁을 통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 왔고 영향력과 신뢰도에 있어 국내 최고의 언론사가 됐다. 우리는 공영방송의 시계 바늘을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되돌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분명하게 천명하는 바이다.
2009년 5월25일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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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사측 수뇌부들은 즉각 사퇴하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들의 추모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봉화마을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 마련된 분향소 등 전국 곳곳에서 서민 대통령의 서거를 비통해하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KBS는 '추모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모현장에서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오늘 오후까지도 KBS중계차가 분향소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작금의 현실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사측 수뇌부들에게 묻는다. 그대들은 KBS가 지금 받고 있는 비난의 본질을 아는가? '추모민심'의 본질은 "KBS가 방송을 보는 시청자에게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전달해 달라"는 그야말로 소박한 바람이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 차원의 거대한 담론이 아닌 서민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들의 비통함을 제대로만 전달해달라는 민초들의 외침인 것이다.
우리는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방송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조합원들의 절규를 연일 접하고 있다. 이를테면, 보도본부장이 현장 조문객들의 정부를 비판하는 인터뷰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고 실제로 인터뷰가 교체돼 보도됐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방송사고까지 이어지면서 보도본부 수뇌부들의 역할과 능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어제 9시 뉴스에서는 ‘추모보도’ 첫 꼭지부터 갑자기 하단 밴드가 나가지 않는 어이없는 방송사고가 계속됐다. 또한 추모행렬을 가로막는 경찰의 치졸한 추모 방해 공작에 대해서는 적극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정치권 인사 조문 발길 이어져’라는 관급 리포트는 9시 특집 뉴스 중에 두 번이나 내보내는 비정상적인 편집도 이어졌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인간미를 보여주는 ‘자서전으로 본 노무현’ 리포트는 뉴스 제일 마지막으로 처리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편성본부장과 제작본부장 역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서거 첫 날과 이튿날 KBS의 1,2TV 편성은 그야말로 철학과 원칙이 없는 편성으로 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특히 서거 이튿날인 24일 황금시간대인 7시부터 9시까지 KBS1,2TV는 영화와 쇼, 오락으로만 채워지면서 주말 9시 뉴스 시청률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쟁사에 역전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더구나 제작본부 수뇌부들은 PD조합원이 만들려던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KBS스페셜을 취소시키는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사측이 '추모정국'을 최대한 자제시키려는 정권의 의도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방송을 이어가려 하는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런 헛발질 속에 KBS9시 뉴스가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고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조짐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병순 사장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방송과 관련해 문제점이 드러난 사측 방송 책임자를 즉각 경질하라. 이 사장은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KBS뉴스가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기막힌 현실을 직시하고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2009년 5월 26일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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