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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959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866
    IP : 221.155.***.18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10/20 23:34:25
    http://todayhumor.com/?lovestory_69595 모바일
    [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쉰 세번째 이야기



    1.gif

    임철우, 아름다운 기억의 서랍




    왠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저마다의 애잔하고 누추한 기억의 서랍 하나쯤은

    누구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법이다

     

    막상 열어보면 으레 하찮고 대수롭잖은

    잡동사니들만 잔뜩 들어있는 것이지만

    그 서랍의 주인에겐 하나같이

    소중하고 애틋한 세월의 흔적들이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서랍 속 먼지 낀 시간의 흔적들과

    꿈, 사랑, 추억의 잡동사니들까지를 함께 소중해하고

    또 이해해주는 일이 아닐까

     

    추억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고

    그러므로 그걸 지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모든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2.gif

    라슬. K. 감자토프, 나를 애태운 것은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눈이란 녀석이 민감한 너의 가슴 위
    바로 그곳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거

     

    나는 바람의 급습을 탓하지 않는다
    단지 나를 애태우는 것은
    하루에도 수없이 그 바람이란 녀석이
    한길에서 너를 자유롭게 껴안을 수 있다는 거








    3.gif

    박연준, 예감




    거짓말하고 싶다

    내 눈은 늘 젖어 있고

    나는 개 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캄캄한 새벽

    짖어대는 개들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금붕어처럼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고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벽에 이마를 대고 말하고 싶다

     

    발밑에서 부드러운 뿌리가 썩고 있다

    축축한 냄새를 피우며

     

    나는 흙 속에 잠겨 썩은 뿌리를 관찰하는

    조그마한 딱정벌레

    이제 곧 한 세계가 질 것을 예감한

    높이 1센티미터 슬픔








    4.gif

    이진우, 사랑




    네 몸에 쓰네

    내 모든 것







    5.gif

    허수경, 불취불귀



    어느 해 봄 그날 술자리였던가
    그 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없는 봄 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 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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