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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우, 아름다운 기억의 서랍
왠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저마다의 애잔하고 누추한 기억의 서랍 하나쯤은
누구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법이다
막상 열어보면 으레 하찮고 대수롭잖은
잡동사니들만 잔뜩 들어있는 것이지만
그 서랍의 주인에겐 하나같이
소중하고 애틋한 세월의 흔적들이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서랍 속 먼지 낀 시간의 흔적들과
꿈, 사랑, 추억의 잡동사니들까지를 함께 소중해하고
또 이해해주는 일이 아닐까
추억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고
그러므로 그걸 지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모든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라슬. K. 감자토프, 나를 애태운 것은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눈이란 녀석이 민감한 너의 가슴 위
바로 그곳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거
나는 바람의 급습을 탓하지 않는다
단지 나를 애태우는 것은
하루에도 수없이 그 바람이란 녀석이
한길에서 너를 자유롭게 껴안을 수 있다는 거
박연준, 예감
거짓말하고 싶다
내 눈은 늘 젖어 있고
나는 개 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캄캄한 새벽
짖어대는 개들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금붕어처럼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고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벽에 이마를 대고 말하고 싶다
발밑에서 부드러운 뿌리가 썩고 있다
축축한 냄새를 피우며
나는 흙 속에 잠겨 썩은 뿌리를 관찰하는
조그마한 딱정벌레
이제 곧 한 세계가 질 것을 예감한
높이 1센티미터 슬픔
이진우, 사랑
네 몸에 쓰네
내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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