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님들.
지난번 글이 베슷흐까지 가게 되어 나는 매우 기쁘다네. 흐헹헹~
암튼 이번 썰도 백퍼센트 레알임.
이등병 시절, 자대에 배치되어 노란딱지를 어깨에 달고 개긴장 상태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음.
지난번 글에 쓴 것처럼 난 산꼭대기 소규모 부대의 상황실에서 근무했는데,
악마같은 선임 3명과 천사같은 선임 1명이 존재했음.
이번 썰은 그 천사같은 선임이었던, 조상병과의 썰임.
당시만해도 군대가 많이 최신식으로 뚝딱거리며 개조되던 시절이라
열악하지만 우리부대에도 피씨방 비스무래한게 있었음.
넓직한 곳에 운동기구와 당구다이와 피씨 6대가 있는게 전부였음.
(즉 피씨방+당구장+헬스장이 하나로 퓨전된 희한한 곳)
피씨방이라해도 인터넷은 당연히 안됐고, 가능한 게임은 스타뿐.
즉, 스타 3:3이 우리가 즐길 수 있도록 허락된 최대한의 유흥이었음.
우리 부대는 상병 꺾여야 헬스도 하고, 스타도 하고, 당구큐대라도 쥐어볼 수 있었는데,
예외적으로 선임이 후임을 대려와서 시켜주는 경우엔 할 수 있었음.
암튼 하루는 그 조상병이 나에게 말을 걸었지.
"갑환아~ 너 스타할 줄 아니?" (말투가 겁나 순딩이 말투였음)
"이병! 김갑환! 조금 할 줄 압니다!!"
"그럼~ 나랑~ 스타하러가자."
이렇게 난 갓 상병꺾인 조상병과 스타를 하러 갔음.
오...그곳은 무서운 병장들이 한쪽에선 담배를 피며 당구를 치고, 한쪽에선 근육을 키우고 있는
그야말로 거친 남자들의 공간이었음.
안그래도 난 갓 들어온 찌끄레기 이등병이라 그 공간에 발을 들였다는 것만으로도 넘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음.
"갑환아~ 너 내가 선임이라고~ 일부러 봐주거나 져주면 안되~?"
"네 알게쑴다!!"
그렇게 조상병과 나는 로스트템플에서 1:1 을 시작했음.
나는 플토, 조는 테란.
내가 군생활은 처음이지만, 그래도 선임인데 분위기상 져줘야 할 것 같았음.
그렇다고 억지로 지는 티가 나면 안되고, 최대한 게임의 재미를 살려주다가 역전패 당하자. 그렇게 마음 먹음.
난 일부러 단축키를 안쓰고 마우스로만 게임을 진행함.
진짜 조상병이 마린반부대만 들어오면 언제든 내 본진이 개박살나도록 준비를 했는데, 공격을 안옴.
난 질럿2마리 뽑아놓고 건물만 올리다보니 닼템까지 뽑았음;;;
이 때 알았지. 아 이 인간 스타초보구나...
암튼 내가 계속 본진에서만 있기 뭐해서 닥템 하나를 조상병 본진쪽으로 어택땅했음.
아아...예상대로 이분은 마린과 화이어뱃과 메딕과 벌쳐와 시즈탱크...
모든 유닛을 순서대로 뽑아놓으며 테란유닛 컬렉션을 만들고 계셨음.
그리고 당연히 스캔도 없고 터렛도 없었음.
아...내가 이분의 scv에 칼질 한번 하면 마음에 상처입으실 거 같은데...
결국 본진 깊숙히 들어갔던 닥템은 칼질한번 안하고 다시 돌아왔음.
조상병은 아마 왔다간거 몰랐을거 같음;;;
그냥 질럿 소수, 드래군 소수 뽑아서 공격갔다가 져주고,
조상병의 "자 갑환아~ 이제 나 공격간다~?" 라는 한마디에 쳐들어온
마린, 파뱃, 메딕, 벌처, 시즈업글안한 탱크, 레이쓰에 허무하게 졌음. (게임 끝날때 내 미네랄은 10000정도 됐음.)
"와~이겼다~ 갑환이 너 스타 잘 못하는구나?"
"이병 김갑환! 긴장해서 그런거 같슴돠!"
....
그리고 이 조상병이 오래간만에 승리를 맛봐서 그런지 한판 더하자고 함.
스타초보에게 일부러 져주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경험해서 난 싫었음.
근데, 우리말고 다른 PC에서 게임하던 무리도 마침 그 타이밍에 게임이 끝남.
그래서 3:3 매치가 성사됨.
나, 조상병, 통신반 상병 VS 암튼 무서운 병장팀
맵은 헌터.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당시 스타맵은 로템, 헌터, 무한맵밖에 없었음...)
아깐 일부러 져줬지만, 지금은 한편이 된 이상 어떻게든 조상병에게 승리를 안겨줘야겠다 생각이 됐음.
내 안에 잠재되있던 절정의 실력을 봉인해제하여 최고의 경기력으로 승리해야겠다! 다짐함.
난 테란, 조상병은 플토, 다른 한명은 뭐했나 기억도 안남.
암튼 난 조상병의 옆자리에서 "조상병님 무조건 질럿만 뽑아서 모으십쇼" 라고 말했음.
안그러면 이분 질럿, 드라군, 셔틀, 옵저버...캐리어 나올때까지 컬렉션 만들 사람임.
상대팀은 초반에 한명 엘리시키자는 작전이었는지, 초반 러시에 통신반 상병은 거의 박살남.
다음 타겟은 당연히 나였고, 난 벙커, 마인으로 꾸역꾸역 한타를 막아냄.
내가 잠시 신경쓰지 못한 조상병은 게이트웨이 1개에서 질럿을 약 20기 정도 생산한 상태임....
난 드랍쉽 2개에 마린,메딕 등을 태우고가서 3시의 상대편 저그하나를 박살냈고
(당시의 난 임요환에 빙의하여 신의 컨트롤를 시전함)
남은 병력을 끌어모아 9시의 다른 상대에게 공격을 감.
"조상병님! 9시로 공격가십시요!"
"어~그래. 어디?"
"9시요. 9시"
근데 어리버리 조상병 아까 내가 박살낸 3시로 병력보내고 있음.
"아씨 9시! 9시!"
난 다급함에 이성을 잃어버림.
".......어 그래 알았어 갑환아..."
".............."
그 다음에 스타가 어찌 됐는지 기억도 안남...
옆에 서서 구경하던 수 많은 병장시키들이 맹수의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던 건 기억남.
"어? 야~ 이등병이 선임한테 막말하네? ㅋㅋㅋㅋ"
"너 이시키 빠져가지고..."
아마 이런 대화가 오갔던거 같은데 난 귀에 들어오지도 않음.
스타가 끝나고 BX에서 아스크림을 사주며 조상병은
"괜찮아~ 뭐 그럴수도 있지~" 하며 날 위로해 줬고 난 연신 '죄송함돠'만 수십번 반복했다.
"근데...너~ 아까 나 봐준거였니?"
..........
"죄송함돠! 죄송함돠!!"
"ㅋㅋ 그래 괜찮아~ 재밌게 놀았으면 됐지 뭐~ 그나저나 내일 일요일인데 너 나랑 같이 교회가볼래?"
그렇다.
조상병에게 스타는 단지 여흥을 즐기기 위함이 아닌, 후임을 주님의 품으로 이끌기 위한 전도 방법이었다.
그렇게 난 조상병과 매주 교회를 가게 되었다.
오유님들도 교회 다니세요~
끝.
이 아니라....난 부대에서 초반부터 존내 찍혀서 이등병 생활 힘들었다. 젠장...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