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필자는 임요환 선수의 팬도 아니고 홍진호 선수의 팬도 아님을 밝히며...
지난 주 최연성과 박정석의 경기를 지켜보며 경기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
정말 99프로게이머오픈 부터 시작해서 이때까지의 경기중 가장 명경기가 아니였나 할 정도로 두 선수의 경기는 정말 대단하고 놀라웠다...
그 경기를 지켜보고 난 후 또 하나의 4강 빅매치인 '임진록'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설레였다...
첫 경기... 임요환 선수가 8배럭을 올리면서 여차하면 치즈러시로 치고 나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였고...
홍진호 선수는 평상시 테란전에서 쓰던 익숙한 빌드인 12드론 투해처리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스포닝풀은 비교적 타이밍이 늦었고...
임요환 선수는 홍진호 선수의 본진을 정찰하자 마자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마린 2기와 SCV 다수를 이끌고 치고 나왔다... 결국 홍진호 선수는 입구쪽 해처리를 포기하며 해처리를 취소시켰고... 게임의 흐름은 임요환 선수쪽으로 넘어간 상태...
홍진호 선수는 경기를 어떻게든 뒤집어 보려 했으나 초반에 당한 피해가 있었던지라 뒤집기에는 역부족... 결국 GG를 선언...
두번째 경기... 홍진호 선수가 그나마 가장 해볼만 하다는 레퀴엠...
그러나 두번째 경기 역시 자리운이 좋지 않았고... 앞서 있었던 1경기의 치즈러시가 머릿속에 남아있던 홍진호 선수는 그전 경기보다는 비교적 더 안정적인 10드론 앞마당 확장을 선택했다...
그러나 임요환 선수는 1경기와 같은 8배럭 빌드를 택했고... 결과는 1경기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 홍진호 선수 허탈한 GG를 선언했고...
홍진호 선수의 표정을 보건대 3:0 승부가 예상되는 분위기였다...
세번째 경기... 머큐리...
임요환 선수... 아예 맘을 먹은듯 이번에도 역시 8배럭으로 나왔다...
과연 이번에는 홍진호 선수가 어떻게 나올것인가 궁금해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또 다시 12드론 앞마당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아'하는 자그마한 탄식이 흘러나왔고... 경기는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임요환 선수는 망설임 없이 치즈러시로 치고 나왔고 홍진호 선수, 이번에는 막아보겠다는 듯이 드론을 컨트롤 하면서 마린을 잡아내는데 필사적으로 힘썼지만 역부족... 벙커는 완성되고 말았다...
3경기 동안 아무것도 못해본 홍진호 선수...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하지만 아무런 해답이 없었다... 결국은 GG를 칠 수 밖에...
이때까지 수많은 '임진록' 명승부를 지켜보아 왔지만... 이번만큼 임요환 선수가 간단하게 압승을 거둔적은 없었던것 같다... 그만큼 임요환 선수가 치밀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는 것...
임요환 선수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빌드를 써서 승리하면 일부 게임 팬들의 비난이 쏟아질거라는걸... 많은 사람들이 '시시하다' '비겁하다'라고 말할 것이라는걸... 그러나... 임요환 선수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고 결국은 승리를 따냈다...
홍진호 선수... 왜 끝까지 앞마당 확장을 고집했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든다... 물론 저그가 테란을 상대로 앞마당을 먹고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앞선 두경기에서 똑같은 전략에 똑같이 당했다...
3번이나 똑같은 전략으로 나올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일까... 마지막 경기에서 한번쯤은 5드론이나 7드론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였다... 어쨌든 홍진호 선수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고... 맵운으로 보나 자리운으로 보나 전체적으로 불운한 경기였던 것임에는 틀림없다...
본인도 물론 이번 4강 '임진록'의 경기 결과와 내용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꼈다... 박빙의 승부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3:0이었고 세경기 모두 벙커러시로 끝났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고 결국 마지막에 승리한 자가 웃는 것이다... 팬들에게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는것 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승리다... 프로의 세계에서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물론 승리만을 위해 비겁한 수를 써서 이긴다면 그것은 비난받아 마땅할 일이다... 그러나 임요환 선수는 비겁하게 이긴것이 아니다... 임요환 선수는 자신이 이기기 위해서 정당한 방법으로 승리를 따낸 것이다... 팬들이 보기에 재밌는 경기도 선수가 자신의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비록 오늘의 경기는 실망스러웠지만... 아직 3,4위전이 남아있고 결승전이 남아있다... 지금 어제의 게임이 어땠느니 임요환 선수가 비겁했느니 하면서 유치한 편가르기 놀이 하는것 보다 앞으로 있을 3,4위전과 결승전을 기대하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진정한 게임팬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요환 선수와 홍진호 선수... 영원한 친구이자 라이벌... 올드 게이머로서 은퇴하는 그날까지 스타리그에서 활약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빈다... 임요환 선수에게는 잘했다고... 홍진호 선수에게는 힘내라고 한마디 하고 싶다...
쓰다보니 글이 무척 길어졌다... 죄송하다... 그리고 긴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