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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런일이 없으면 좋겠으므로 음슴체.
12주 하루 앞둔 임산부임. 개월수로는 4개월차에 들어가지만 아직 배가 눈에 띄게 나오는 시기가 아님.
배에 포동포동 하게 붙은건 애기를 보호하고자 배나 하체 주변에 몰린 지방층임..(뭐 내살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슬프니까 패스)
여느때와 같이 개미처럼 일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임. 나는 진격의 고양..시에 살고 있으므로 버스가 늘 만차임. 다행히 맨앞에 자리가 있어 룰루랄라 앉아서 오고 있었음.
근데 이제 사람들이 몰려 타는 정거장쯤 되자 어떤 할머니께서 타시는 거임. 솔직히 좀 속으로 고민했음..어쩌나..하지만 주변에 학생들 및 아저씨들도 많이 앉아 있었기에 내가 일어나야 될까 해서 가만히 앉아 있었음.
할머니가 타시고 앞에서 몇자리 둘러보시는데 아무도 일어나는 사람들이 없었음..물론 서있는 사람들도 많았음.
그 순간 운전사 아저씨가 "거 앞자리 앉아 계시는 분들 할머니한테 자리 양보 좀 합시다!" 라고 하셨음. 설마 나한테 하시는걸까 해서 가만히 봤더니 정확히 날 쳐다보면서 " 앞자리! 할머니한테 양보좀 하자구요!" 하심..
당연히 아직 배가 나오지 않으니 모르실수도 있겠다 싶어.."저..임산부에요.." 그랬더니 아저씨 반응이 음..정확하지는 않지만.. 무슨 임산부냐?! 이런 반응이었던거같음. 그래서 다시 조그맣게 "저 임신했다구요..임산부에요" 했음.
그때 비웃음섞인 아저씨의 표정을 잊을 수 없음. (괜히 서러운 마음에 내가 그렇게 느꼈다고 생각하고 싶음. 아저씨의 행동은 경로우대적 입장에서는 아주 바람직하므로.) "아니 임산부가 무슨.." 여기까지만 들었음. (혹시나 그자리에 있었던 분이면 자세한 정황을 얘기해주기 바람.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섭섭하게 아저씨를 오해한 것일수도 있으니..)
순간 다 나만 쳐다보는거 같고 민망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해서 얼굴 빨개지며 일어났음.
옆에 서있던 아가씨가 "그냥 앉아 계세요.." 하는데도 난 그 민망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아니에요.." 하면서 자리를 양보해 드렸음.
일어나 보니 내 자리 뒤. 40대 아저씨. 그 옆. 20대 학생. 다들 앉아 있었음. 할머니께서 타시면서 한번씩 지나가셨던 자리임.
그후 사람들이 많이 타는 정거장들을 거쳐 약 30분 넘게 서서 가는 동안 입덧이 다시 올라오고 땀이 바짝바짝 나는데 사람들 사이에 혹시나 크게 부딪힐까 배 가리고 갔음..물론 그후에 자리가 나도 아저씨들, 학생들이 밀치고 앉았고 자리는 없었음.
내리자마자 신랑한테 전화해서 서럽다며 펑펑 울었음..
호르몬 때문인지..예민해져서 인지.. 참 쪼잔하게 별게 다 서러워짐.
임산부 카페 다니며 대중교통 이용할때 서러움 얘기할때 난 설마 그렇겠나 싶었는데 내가 직접 겪어보고 나니 이 서러움 말할 수가 없음..
버스가 지하철보다 양보 하기 어려운 건 분명함..이해함. 나도 임신 하기 전에는 그랬을 것임..
그래도 임산부도 어르신들과 마찬가지로 (초기든 중기든 만삭이든) 약자로 조금씩만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음..
그리고 임신이 자랑은 아니지만 (뭐 자랑이라면 자랑일수도 있겠지만) 부끄럽고 감춰야 할 민망한 현상은 결코 아니지 않음?
조금씩만 배려해주는 멋진 세상에서 우리 아이 키우고 싶음..
그리고 난 우리아이에게도 당연히 그렇게 가르칠거임.
흠..어떻게 끝내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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