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음슴으로 음슴
저는 군 보직중 희귀하고도 희귀하고도 또 희귀한 헬기승무원 보직임
헬기소리 듣고 9할은 공군임? 하고 물어보는데 육군 헬기병과임 이거때매 맨날 두세번 설명해야함
암튼 원래 헬기병과는 지원병이거나 항공관련쪽 전공자가 가는데 고딩때 딴 기능사 자격증으로 한번 찔러봤는데 덜컥 되버려서 그냥 가게됨
문제는 그때당시 전공이 만화,영상 .... 여차저차 자대 배치 후 넌 대학에서 뭐전공임? 해서 그림 전공했습니다! 했는데 다들 놀람...
대대 병사가 100여명 이었는데 그 중 행정관련 본부중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정비병들은 전부 공계열이거나 항공계열....
공돌이들 사이에 예체능이 느닷없이 끼어버린거...행정관련 본부중대도 인문과나 마찬가지로 공계열이 부지기수였고
전 대대를 통틀어 있어서는 안될 존재처럼 전혀 관련 없는 전공자가 떡하니 대대에 자리잡게됨
이등병땐 상병장들이 와서 야 이거 이렇게좀 그려줘, 이거 그려봐, 저거 그려봐 가 계속되었음
참고로 본인의 그림실력은 그림전공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의 실력임 진짜...처음엔 포토샵,페인터,플레시만 잘 다구로 그림은 잘 못그립니다!
라고도 해봤지만 '닥치고 만화 전공이니까 만화도 그릴줄 알거 아냐 그려봐' 를 시전해주셔서 닥치고 그림
하지만 천연 공돌이인 그들의 눈엔 선 하나만 그려도 오........하고 졸라맨만 그려줘도 역시 그림전공하는애는 졸라맨도 다르다...라는 수준이었음
그때당시 슬리퍼에 흰색 테이프로 주기를 세겼는데 상병 이상이 되면 테이프 사이즈가 커져 디자인을 세겨넣을 수 있었는데
어떤 선임의 슬리퍼에 발로그린 디자인을 새겨준 후 바로 소문이 퍼져 한동안 슬리퍼 디자이너로도 활동함
추석때 연날리기를 했을떄 연에 디자인을 새겨넣어야 했는데 우리중대는 당연히 나 당첨...
뭐하지 하다가 호식이었나 그 호랑이 얼굴이 있길래 좀 변형해서 완전 날카롭게 큼지막하게 그려넣음
주변 사람들은 보더니 오오오오 쩐다 하고 있고 평범한 가오리연에 내 그림 한장 그려져 있었을뿐인데 디자인 1등...
초반 이등병 일병 초반 신병모드일때 그런일이 많았지만 이내 익숙해지자 잠잠해지고 걍 평범하게 군생활함
나중에 짬좀 먹고 상병때 즈음 부대에서 안보포스터 경연을 한다고 함
중대당 2개씩 제출 이었는데 분대장이 나 그림전공자 라고 하면서 너가 2개 만들어서 제출해 를 시전해주심
마침 심심하기도 했고 삐대기에도 적절하기에 바로 콜 하고 굉장히 공들인 포스터 1개를 제작함
그리고 이거저거 탱크랑 헬기랑 미사일 이거저거 사진 짜집기 해서 한 10분만에 만든 포스터 도 제작 해서 2개를 제출
각 부처에서 포스터들을 수집한 후 심사한뒤에 최종 10선인가 뽑아서 투표로 진행됬는데
내가 만든게 최종에 올라갔다는거임 ㅋㅋㅋㅋㅋㅋ 올 잘하면 나 포상이닼ㅋㅋㅋㅋ 하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공들여 만든 포스터일줄 알았음 ㅋㅋㅋㅋ 근대 인트라넷에 올라온걸 보니.... 5분만에 짜집기 해서 만든게 최종에 올라간겈ㅋㅋㅋㅋ
심지어 최종투표에서 어떤 소령이 올린거였나 계급땜에 장교표가 그쪽으로 쏠려 1표차로 1등 못하고 우수상 수상을 해버림
그래도 2박3일 당첨ㅋㅋㅋㅋ당시 휴가를 나간 상태여서 원스타한테 직접 표창 받는거였는데 불참함
휴가 복귀하니 내 자리에 원스타 표장이뙇! 초록색 고급 책자가 뙇!내 이름이 뙇 !
나 포상이다!!휴가나간다!!! 하고 완전 날뛰고 좋아하고 난리남 5분만에 만든 포스터가 나에게 이런 행운을 주다니 하면서 휴가땃다는 생각에
휴가복귀후유증도 없이 신나함ㅋㅋㅋ
근대 어느날 느닷없이 대행보관이(상사) 미쳐가지고 지금까지 있었던 포상휴가 개념을 모두 없에버리고 모두 외박으로 대체한다는거...
안그래도 부대특성상 포상휴가가 별로 없는데 안그래도 없는걸 안내보내주겠단거....
가서 따지고 항의하고 난리가 났었는데 완전 똥고집 막나감 심지어 니들이 휴가로 올려봐라 어짜피 내보내주는건 나니까 내가 승인 안하면 그만이다
중대장이고 대장이고 승인이 나도 휴가 내보내는건 내가 안내보낸다고 하면 못나간다 해볼태면 해봐라 식에 완전 막나가라 배쨰라 식
결국 위대하신 원스타 장군님이 하사하신 2박3일 포상이 한낱 상사나부랭이의 권력 남용으로 외박으로 바뀌게됨........
그리고 이건 진짜 레전드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어서 아무리 호소해도 알아주는 사람 없는 나만 억울한 희대의 사건이 발생함
어느날 정비고로 날 찾는 전화가 와서 급하게 행정반으로 오라는 연락이 왔음
전달 받고 행정반으로 갔는데 대행보관이 어디처에 김상사 에게 가봐라 라고 해서 김상사에게 찾아감
김상사가 날 보더니 너가 그림전공한 애임? 해서 맞음 했는데 갑자기 브리핑을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부대가 헬기부대이다보니 무사고 비행시간을 기록하는데 그게 만단위인가 5천단위로 끊어서 기념식을 함 기념비도 세움
근대 얼마 뒤 무사고 비행 2만5천이었나 해서 기념비를 세운다는거임 첨엔 그게 나랑 뭔상관이지? 했다가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지면서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왔음 설마설마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 기념비 제작 디자인을 해달라는거......................
원래는 시간대별로 돌판을 위에 쌓는식으로 헀었는데 다른 디자인이 필요하다며 나에게 종이와 펜만 주고 셈플 몇개 알려주고 그럼 그려봐 를 시전
처음엔 맨붕의 연속이었다가 마음을 다 잡고 부대마크인 독수리 따와서 독수리 간지나게 그려넣어주고 보여준 저질그림을 세밀하게 그리는데 집중함
그중 후보가 비석같은 안이 있었는데 진짜 긴 동그라미 그려넣고 세부디자인 하라니 이게 그냥 창작이지.....하고 ㅅㅄㅂ 거리면서 그리기 시작함
비석그림이라 정면 샷으로 그리면 너무 2d같은 느낌줄거 같아서 입체감 있게 비석 그림 디자인함 진짜 돌같이 명암 넣고 돌에 한땀한땀 글자 새겨넣고
비석디자인 완전 세밀하게 다완성함
다그렸다고 하고 어떤 담당자 소령이 와서 보더니 음....잘그렸군 수고했어 이제그만 가봐 ... ? ?
실컷 부려먹더니 걍 가라고 해서 막사 복귀하고 얼마뒤 무사고비행 행사가 거행됨
장교가 참석하는거라 병사나부랭이는 찌그러져 있었고 행사가 끝난뒤 그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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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디자인한 돌인데.............????
내가 그린건대.....?
돌 모양 하며 가운데 글자나 다 내가 한건데.............????????!!!?!?!??
왠지 저작권을 빼앗긴 이 기분..... 도둑맞은거같은 이기분....
적어도 내 디자인을 가져다 썻으면 나에게 감사인사라도 하던가 포상하나라도 주던가 언급이라도 해주던가
그날 이후로 아무런 언질 하나 없었었는데 떡하니 내가 그린 디자인이 있으니 얼마나 어이가없고 분통이 터지겠음
선임이나 간부한테 하소연 해봤자 들어주는 사람 하나없고 심지어 안믿는 눈치고 나 혼자 억울해 미칠거같았음 ㅋㅋㅋ
진짜 포상이라도 주면 완전 좋아서 날라다닐텐데 감사 인사도 없고 쓴단 소리도 없었고 암말도 없다가 이리 뒤통수를 맞았으니 ㅋㅋ
그제서야 병사나부랭이의 인권따위는 아무대도 없구나.....라는걸 느낌
전역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 비석이 내가 디자인했다는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나마 믿어주는게 동기....
그 사건 후로 장교는 자기 득만 취하려는 하이에나 족속이란 인식이 박혀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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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를 어찌 해야하지...
그림전공자는 절대 그림전공인거 숨기는게 제일 좋음
본전도 못찾을 확률 99.9999999999999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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