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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오유 눈팅er 28살의 젊은 청년입니다.
몇일 전, 저에게 참 드라마같은 상황이 하나 펼쳐졌지요.
때는 일요일 오후, 일본에서 신나게 놀다가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는 상황.
절차대로 출국심사를 밟고 있었지요.
열심히 여권사진과 난 동일인물임을 어필하며 꿈벅꿈벅 심사대에 대기 중,
눈에 들어오는 핸드폰 하나가 보였죠.
분명 여긴 도쿄 하네다 공항 이미그레이션인데 한국의 옵X머스 기종의 핸드폰이 떡! 하니 놓여져 있더군요.
순간 많이 스치는 생각들,
이거 분명 한국으로 출국하는 손님이 여기에 깜박했겠구나.
내가 이걸 여기 그냥 놔두는게 맞는건가? 아님 내가 습득해서 전화올 때까지 기다려서 주인을 찾아줘?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제 별명이 오지라퍼였어요.
제 선택이 무엇이었는가는 잘 아시겠죠?ㅋㅋ
아 물론 거기에 폰을 그대로 놔두면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터라 일단 가방에 넣었습니다.
귀국하면 전화가 오겠지, 하며 일단 비행기에 탑승.
저는 복도와 창가쪽 좌석의 가운데 낀자리에 탔었어요.
근데 창가쪽 승객이 안오는거에요.
해외 나가보시면 알겠지만 창가쪽 자리는 미리 선점하지 않는이상 탑승하기가 힘들어요.
근데 비행기 이륙 5분전인데도 안오는걸 보니 '아하 이자리 안오는건가?ㅋㅋ' 하며 전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때, 한 여성분이 헐레벌떡 비행기 안으로 들어오시더라구요.
자리의 주인이셨어요. 에이 아깝다. 창가쪽 앉아서 갈 수 있었는데....ㅋㅋ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정권에 들어 승무원 누님들이 나눠주는 음료를 마시고 있던 그 때!
느지막히 탑승하신 그 승객분이 승무원분께 '분실 폰을 찾으려면 어디에 문의를 해야하나요?' 라는 질문을 던지시더군요.
어라?
이거 뭔가 있는데? 혹시 아까 그 폰이?
가방에서 폰을 꺼내며 보여드렸죠.
'혹시 이 핸드폰 주인 맞으세요?'
그 여성분은 정말 반쯤 울며
어떻게 찾으셨냐고, 이 폰 찾느라고 두시간을 헤매다 왔다고 너무 놀라셨어요.
아, 참고로 제가 습득한 것 때문에 더 헤매신게 아니냐는 생각도 하실수 있겠네요.
저도 이미그레이션을 늦게 받은터라 저 때문에 많이 헤매시진 않았을 거라고 나중에 말을 해주시더라구요.
여튼 그 여성분과 저는
그 넓은 하네다 공항에서
그 많은 심사대 중
하필 그 심사대에 놓여진 폰을
오지랖 떤다며 주워간 제가
옆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이 상황이 너무 재밌는거에요.
여튼 꼭 식사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으시다며 제 번호를 받아가셨고
3일 정도가 지난 아직까지도 연락을 계속 하고 있네요.
고민 게시판에 올린 이유는 지금부터에요. 서두가 좀 길었네요.
전 그 여성분이 마음에 들어요. 저보다 나이는 좀 많고 아직 그 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해요.
근데 이상하게 자꾸 끌려요. 뭐하고 있나 궁금하고 메시지도 막 보내고 싶고 확인 안했나 했나도 궁금하고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무지무지 궁금하고 막 그래요.
근데 고민이 되요.
우선 그 분과 저는 사는 지역이 좀 거리가 있어요.
물론 이런 상황은 보다 더 깊은 관계가 진전이 되면 고민해도 될 상황일 수 도 있지만
여튼, 거리도 좀 그렇고...
내가 과연 그 사람을 마음에 들어서 그런건가
아니면 그분과 저, 둘 사이에 생긴 조금은 드라마틱한 그 상황때문에
내가 그저 휩쓸려 가고 있는건가.
음,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되요.
사실 그 분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여튼 한번 더 만나서 밥 먹기로 하긴 했어요.
그 사이에 전 짬짬히 메시지도 보내고 하면서 연락을 먼저 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으아.... 혼란스러워요.
제가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저 핸드폰 하나 찾아준거 뿐인데 자꾸 만나자고 보채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전 앞으로 그분과 조금 더 만나보고 싶고 대화도 나누고 싶고 그래요...
그냥 내 마음 가는대로 하는게 좋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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