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맨' 최구식, "노무현은 무식, 이해찬은 꼴통"
막말 공세에 또다시 여야 격돌, 대정부질의는 '실종'
[프레시안 최서영/기자]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국회 대정부 질의가 12일 오전 대정부 질의자로 나선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막말로 파행을 겪고 있다.
최구식 "거꾸로 가는 나라일은 노 대통령이 아는 것이 없어서"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최구식 의원(경남 진주갑, 46)은 "나라일이 거꾸로만 가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는 것이 없어서이고, 이해찬 총리는 인간성이 결여된 데다 전체를 아우를 능력이 없다"며 "요즘 언어습관으로 하자면 '무식하다', '꼴통이다' 정도만 해도 괜찮은 편일 것"이라고 막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최 의원은 "노 대통령은 관습헌법을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 했고, 혼란스럽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이 역시 잘 모른다는 말 아니냐"며 "정권 핵심에 무능하고 무지하고 경험이 없는 386이 있으니 현 정권 들어 궤변과 말장난이 부쩍 늘어났지만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나 당당하고 용감하다"고 쏘아붙였다.
최 의원은 또 전 직장인 조선일보를 의식한 듯, 여당이 언론개혁한다고 만들어놓은 언론관계법은 5공시절의 언론악법보다 더 심하다"며 "권력자가 언론을 자기 손바닥에 가진 나라는 독재국가"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최 의원이 질의 없이 대정부 비판발언만 하자, 김덕규 부의장이 "발언의 자유가 있긴 하지만 본래 취지에 맞도록 정책에 대한 질의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제지에 나섰지만 최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준비해온 연설문을 계속 읽어나갔다.
"국민들의 인내에도 한계있다..이해찬 총리도 사퇴하라"
그러자 잠시 후 최 의원의 마이크가 꺼졌고 회의장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왜 마이크를 끄냐"고 항의하는 고성을 질렀고, 남경필 의원등은 항의를 위한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했다. 이에 김 부의장은 "양당 대표의원끼리 협의한 후 의사발언을 받겠다"고 일축하고 최 의원의 질의를 재개시켰다.
최 의원은 그러자 김승규 법무부 장관에게 "사과할 때 '사의를 표한다'고 말한 적 있나.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 본적은 있냐"며 이해찬 총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고, 김 장관이 "총리의 말씀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답하자 최 의원은 "'조선동아 까불지 마라'고 말한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나. 김 장관은 관습헌법의 존재를 언제부터 아셨냐" 등의 질문을 계속했다.
최 의원이 "참고 있는 국민들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이해찬 총리도 국민과 나라를 위해 사퇴하라"는 말로 발언을 끝마치자 마자 회의장 곳곳에서는 야유와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는 고성이 나왔다.
그럼에도 김 부의장이 "대정부 질의 도중 의사진행발언은 교섭단체 수석대표끼리 협의한 후 신청해야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한나라당 의원 4-5명이 급기야 단상으로 뛰쳐나와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반말하지 마!","내려와!" 막말, 고성...본회의장 아수라장
의원들은 "왜 마이크를 끄냐. 의장이 의사진행을 이런식으로 방해하는 거냐", "지난 번 총리한테는 한 마디도 못하더니, 왜 권력의 눈치를 보냐"고 외치며 '부의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부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실랑이가 20여분 계속되는 동안 의석에서는 우리당 의원들의 "내려와! 내려와야 사과할 것 아니냐!", "사과하긴 누가, 왜 사과하냐"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나왔고, 단상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반말하지 마! 입 다물어!"라고 외치는 등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곡절 끝에 발언대에 선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의장이 일방적으로 동료의원의 발언을 중단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마이크 끄라는 지시를 안했다고 했다가 곧 말을 바꾸는 의장은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 윤리위 제소도 검토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남 의원은 또 "지난 번 이해찬 총리가 극히 오만하고 당략적인 발언을 했을 때, 의장은 제지는 물론 한 마디 언급도 않더니 왜 오늘 최 의원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제지하나.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라"고 성토했다.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은 "2주일간의 공전도 국민께 면목없는데, 야당은 여전히 색깔론과 인신공격, 과장된 정치공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의장은 당연히 이러한 사태에 대해 주의를 환기할 의무가 있고, 더군다나 의장의 권위를 무시할 때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의장을 옹호했다.
이해찬 "제 고향서 '사의'는 '사과'보다 더 격조있는 표현"
김 의원은 발언을 마치고 들어가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으라. '에이씨'가 뭔가. 이 따위로 무식한 게 어디 있냐"고 외쳤고,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똑바로 안하니깐 그렇지!", "무식하니깐 무식하다고 그러지"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야당 의원이 행정부에 어떻게 물어보든 무슨 상관이냐"며 흥분을 참지 못했으며, 논란의 불씨가 된 최구식 의원은 김영춘 의원의 발언을 들으며 "그래, 내가 색깔론 했다. 내가 색깔론 했어!"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덕규 부의장은 "매끄럽지 않은 대정부 질문에 대한 환기과정에서 진행을 잘 못한 것은 사과한다"면서도 "그러나 의장은 의원이 국회법에 위배되거나 취지에 맞지 않는 말을 할때, 제지하거나 중지시킬 수 있다. 대정부 질의는 어디까지나 본래 취지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해찬 총리는 이와 관련 "원활한 국정을 위해 사의를 드린만큼 원만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사의'라는 표현은 제 고향인 충청도 청양에서는 '사과'보다 좀더 격조 있고 정중한 표현인데, 진의를 왜곡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최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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