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두달 남짓 남겨둔 학생임에도 매주 무한도전은 꾸준히 챙겨보는 자칭(?) 애청자입니다.
오유 자체를 밥먹다시피 들어오지만, 베오배 게시판 쭉 훑어보고 댓글, 게시글은 일주일에 한 두번 남길까 말까 한 프로 눈팅러입니다.
글 댓글을 안 남기는 이유는 글솜씨가 부족한 것도 있고, 조그마한 꼬투리만 잡혀도 본인의 의도, 하고자하는 말과는 상관없는 콜로세움이 열리고 극딜과 여론몰이(?)를 당하는 모습을 종종(점점 더 빈도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봐 와서 지레 겁을 먹은 것도 있습니다.
평소 무한도전을 재밌게 보고 "사람들도 재밌게 봤겠지??무슨 글 써져있는지 눈팅하러가야지~" 하고 무도게로 들어오면 여지없이
'재미가 없네요'
'황광희 노잼...' '퇴출해라'
'~때문에 저만 불편한가요?'
등의 전혀 생각치도 못한 (부정적인)게시판과 댓글들에 당황하며 베오베 게시판으로 대피했었습니다.
음...그랬던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의 무도게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당황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본인은 시험을 앞 둔 학생이고, 때문에 본방사수하기 힘든 입장입니다.
그래서 제가 무도를 시청하기 전에 무도게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남긴 게시글들이 가득한 상태죠.
원래 스포를 극혐하기 때문에 방송을 보기 전에 게시판을 보지 않지만,
지난주 활약했던 광희가 오늘도 활약을 했을까!?라는 생각에 게시글 제목들만 대충 훑어봤습니다.
그러다가 한 분이 남기신 '오늘 결말 별로네요' 어쩌구 하는 글 제목을 보고 '또 불편하다고 글 남기러 왔네 ㅉㅉ' 라고 생각하며 무도를 시청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검거된 멤버들이 경찰에 협조하는 모습, 유재석과 광희의 만남, 최종 장소의 밀고와 광희가 시민을 대역으로 만들고 카메라맨으로 변신하는 모습까지...정말 심장 쫄깃쫄깃해지면서 왠만한 스릴러 저리가라 할 정도로 긴장하면서 지켜봤습니다. 광희가 헬기를 타고 이륙하는 것을 보면서 "크 결국 광희가 한 건 하는구나...고생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뒷자리에서 나타난 경찰 분에 의해 모든 긴장감과 재미가 허무하게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러고는 무도를 보기 전에 무도게에서 봤던 게시글이 이걸 보고 그런거였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글의 내용을 보기 위해서 다시 무도게로 들어갔고, 댓글들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글쓴이는 단순히 "결말 때문에 아쉽네요.." 정도로 글을 쓰셨는데,
'프로불편러가 또...'
'매사 그렇게 진지하세요?'
'어휴 ㅉㅉ'
'왜ㅋㅋㅋ?난 재밌기만 했는데 ㅋㅋㅋ?'
류의 댓글들이 있었고, 게시자분은 결국 글을 삭제하셨더군요.
다른 분들의 게시글과 그 댓글들을 봐도 대부분의 여론이 저랬습니다
오유 분들, 특히 무도게 분들,
평소의 '덮어놓고 불편'한 글들에 진절머리가 난 나머지,
평범한 감상평과 건전한 피드백조차 모두 "프로 불편러"로 낙인찍어버리고
색안경을 쓰고 보시는 건 아니신지 궁금합니다.
노래, 영화, 소설 등의 모든 장르에서 처음과 끝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본론이 아름답고 우수해도 처음이 구리면 그 작품은 읽혀지지도 않을 것이며, 끝이 구리면 사람들은 구렸던 그 끝만 기억에 남기게 되기 때문이죠.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 어차피 다 잡힐 건데 왜 멤버들은 저렇게 열심히 뛰어다니고 광희는 빗속에서 한시간동안 비를 맞으며 숨어있었을까요. 맥도날드에서 신용카드 긁어 햄버거 사먹고 일찍 잡힌 박명수가 현명했던 걸까요.
'부산 경찰이 놓치는 결말이면 부산 경찰이 좋다고 하겠다고 했겠냐?'
-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 더 그럴듯하게, 더 극적으로 잡을 순 없었을까요. 헬기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곳에서라도 극적으로 잡아갈 순 없었을까요. 대역까지 준비했던 광희의 노력을 좀 더 활용할 순 없었을까요.
'예능인데 뭘~난 재밌게 봤는데 왜 그러냐'
- 재밌게 본 것도 하나의 감상으로 받아들여주길 원하시는 것처럼 마무리가 허술하다고 느끼는 것도 하나의 감상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물론 저도 근래의 무도 중에 손에 꼽을 만큼 재밌게 봤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조차, 프로 불편러의 논리와 똑같은 걸까요?
서로의 '다른' 생각과 의견을 '틀렸다'고 섣불리 단정짓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의견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댓글로 적어주시면 찬찬히 읽어보고 댓글 남기겠습니다.
덧) 음...하고 싶었던 말을 다 쓴 건지, 오해의 소지가 없게 썼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평범한 게시글 하나 쓰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다시 저는 평범하게 눈팅러로 돌아가야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연초에 얼굴 붉힐 일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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