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줏어들은 이야기는 절대로 아닌 제 이야기입니다.
들어주는 분이 많으면 계속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까지 시간날 때 풀어보겠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고민하던 문제이기도 하구요.
이런 이야기 남에게는 처음 하는거라 좀 힘들기는 하지만
혹시 제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이 있을지 자문도 구할 겸 이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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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다가 조금 벗어난 외곽지역의 새 아파트를 구해서 8년전 이사를 했습니다.
항상 번화가 주택가에서만 살아서 약간 신도시 느낌이 나는 시골길을 달려 출퇴근하는게 처음엔 기분좋았었습니다.
한적하니 사람 잘 안다니고 차도 별로 없는 시골길, 아파트는 가까운 전철역과 차로 15분~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
전철역 근처는 반짝반짝하지만 그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완전 깜깜해지는...전형적인 신도시 초기 아파트단지라고나 할까요.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잘 다녔는데
일도 일이고 그 사이 직급이 좀 오르다보니 야근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밤 늦게 그 불빛없는 조용한 길을 혼자 운전해 오는게 일상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야간운전시 귀가길이 이유없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야근때문에 심약해져서 그런가하고 억지로 무서움을 참아가며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가곤 했는데...
그런데 무엇보다 20분 가량의 시골길 중간에 있는 대전차 장애물?을 통과해서 지나갈 때마다
허리에 힘이 꽉 주어지면서 뒷목에서 정수리 끝까지 털이 바짝 서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습니다.
쌍팔년도 광고가 덧씌워진 누더기같이 흉한 페인트 광고물이 있어서 더 흉흉해 보이는 그 곳.
계속해서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 애써 무시하고 지나갈려고 해도
딱 그 지점에서만 계속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음악을 엄청 크게 켜놓고 지나가보기도 하고
아예 그 지점 훨씬 전부터 DMB를 켜서 잊어볼려고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그 지점에서만큼은 정신이 번쩍 들면서 모골이 송연해지고 어떤 냄새를 맡게 됩니다.
냄새...사실 이 것 때문에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어릴 적부터 뭔가가 죽은 장소를 지나갈 때 저만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냄새,
분명히 타는 듯한 냄새인데 코로 느껴지는게 아니라 코 위쪽 눈썹사이의 미간으로 강렬하게 느껴지는 현상이
어떤 특정한 장소를 지나갈 때마다 느껴졌고, 나중에 알고보면 꼭 그 장소는 뭔가가 죽은 장소였다는거...
집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인데
그 시골길이 5분 정도 절약하는 길이기도 하고
그리고 성격상 한번 정한 길은 주구장창 그 길로만 다녀야 하는 이상한 성격이라
그냥 흔한 로드킬이 일어난 장소겠지 여기고 섬뜩한 기분이 들더라도 꾹 참고 계속 다녔습니다.
그러던 6년째 되던 어느날
평소처럼 음악을 아주 크게 켜놓고 새벽 3시쯤 된 시간에 집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그 문제의 대전차 장애물 지역을 지날 즈음 어째서인지 헤드라이트가 팍 꺼졌습니다.
주위는 불빛 하나 없고 사람이나 차도 안다니는 깜깜한 밤에 라이트가 꺼지는 상황.
오토로 설정되어 있는 차라 조도에 맞춰 자동으로 온오프가 되는데
대전차 장애물 10m 앞에서 꺼지자마자 한치도 안보이게 되어 차를 거의 오른쪽 기둥에 쳐박을뻔 했습니다.
살짝 굽어있는 도로라 자주 다니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반파 정도 당할 지경?
겁에 질려 핸들 꺾었으면 정면충돌로 즉사할 정도...
아슬아슬하게 라이트 꺼진 상태에서 기둥에 안쳐박고 통과해 나왔을 때
'아. 살았다' 하고 다리에 맥이 풀리자마자 다시 라이트가 켜졌습니다.
마치 고의적으로 라이트를 누가 껐다가 다시 켠 것 같은 상황. 불과 10초도 안되는 사이에...
거기서부터 10분 정도 더 가야 집이 나오는데
겁에 질려 쏜살같이 5분도 안되서 집에 도착...
며칠 지나서 쉬는 날
도저히 이래서는 제정신으로 못다니겠다 싶어서
그 대전차 장애물 있는 도로명을 인터넷으로 샅샅이 검색하게 되는데
역시나
그 장소는
사건이 일어난 자리였습니다.
묻히기 쉬운 지역신문에 난 작은 기사였는데
내용인즉슨
이부근에 땅을 좀 가지고 있던 남자가
신도시 발표나고 하루아침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거머쥐게 되어서
으례 졸부들이 그렇듯 조강지처 버리고 멋지게 새출발할려고 했는데
이 여자가 합의이혼을 안해주자
한밤중에 마누라를 불러내어
화해를 가장한 외식 겸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계획했던대로 그 대전차 장애물 지점을 통과할 때
술취한 마누라가 벨트를 안멘 것을 확인하고는
전속력으로 기둥에 차를 쳐박았더라는거...
첫 충돌로 부인이 즉사하지 않자
반파된 차를 어찌어찌 후진시켜서 재차, 3차에 걸쳐 박았는데도 부인이 안죽자
마지막엔 직접 손으로 머리를...
제 차의 라이트가 꺼져서 쳐박을뻔한 그 오른쪽 기둥이 돌아가신 그 장소
나중에 한낮에 그 장소로 가서 갓길에 차를 대어놓고
기둥을 자세히 살펴보니
귀가길 오른쪽편 기둥 쪽만 콘크리트 속 철골이 삐져나올 정도로 심하게 깎여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이런 일이 좀 있어서
배워둔대로 간단한 천도제를 치뤄주고 왔는데
그 뒤로는 그 냄새가 그 곳에서 사라졌고
집으로 오는 길도 더이상 무섭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그 대전차 장애물의 광고물이 너무 오래되어 혐오감을 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돌아가신 분이 그런 모습을 싫어할까봐
구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근처의 군부대에서 관리한다고 했고
군부대에 연락을 해봤더니 담당하는 사람도 없고 자기들도 모른다고 해서
아직 그 장소는 그렇게 흉칙하게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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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일어난 이 일 말고도
아주 어릴적부터 계속 경험해왔던 일이라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이상한 느낌이 드는 곳에서
"여기 사람이 죽은 곳이였죠?"
라고 물으면 지금껏 틀려본 적이 없습니다.
직접 귀신을 보거나 흔한 가위도 한번 안눌려보고 살아와서 천만다행이지만
저같이 이런 냄새? 느낌?을 맡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