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합니다. 그리고 눈물이 나네요. 그리고 왜 하필이면 오늘인가 싶기도 합니다. 제가 미루고 미루다 나간 하필 오늘인가싶어 유치하게 원망스러운 마음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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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상은 했습니다. 필리버스터 때 처럼 선거라는 명제 앞에서 결국 치킨런 게임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차피 정청래의원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봐야 백의종군 아니면 무소속 출마 둘 중에 하나였을것이고 당장 현재 흔들리고 있는 당과 당원, 지지자들에게 깊은 호소를 함으로서 정청래의원 표현을 그대로 빌자면 자신이 "제물"이 되어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고 반전시키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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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청래의원은 저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그간 상식과 정의 그리고 민주적 절차를 요구해왔던 많은 지지자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과 지워지지 못할 아픔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정청래의원 자신의 백의종군 선언에서 김종인 대표를 비판하고 당에게 정당한 요구를 해왔던 사람들을 승리라는 공식 안에 가두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승리에는 관심없고 분열과 책동이나 일삼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 취급을 정청래 의원으로부터 당한 기분이기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불공정 공천이라는 명제가 마치 자신 혼자만의 멍에인 것 처럼 상징화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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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게 상식과 정의 그리고 민주적 절차를 요구했던 지지자들은 정청래이기 때문이 아니라 더민주이기 때문에 요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정청래의원이 나는 백의종군 하지만 정말 당을 사랑하는 당원들은 그리고 지지자들은 탈당하지 말고 더민주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이 당에게 쓴소리를 멈추지 말아달라고 말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비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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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하고 원통합니다. 다시한번 제가 바래왔던 상식과 정의가 짓밟힌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절망은 하지 않습니다. 정청래의원이 지금 당장은 원망스럽지만 그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 또한 정통 민주화 세력으로서의 더민주를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분명히 더민주에는 불공정 공천이라는 부정이 해결되지 못하고 김종인의 전횡이라는 불편한 반민주적 작태가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빛나고 혈기넘치는 상식과 정의로 우리를 대변해 줄 보석같은 의원분들이 있기 때문에 잠시 분하고 원통하고 절망스럽지만 다시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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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오늘을 기점으로 여론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겁니다. 정청래의원이 기대한 만큼의 긍정적인 반전이 이루어질지는 솔직히 저는 모르겠습니다. 반드시 정청래의원이 내린 결단과 선택이 다수의 여론에 긍정적인 반전을 이뤄내서 비판적이고 건강한 단단한 당원결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지만 아마 당분간은 여론은 혼란스러울 겁니다. 필리버스터 때 처럼 시간이 좀 필요할 겁니다. 저도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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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이곳 오유시게에서 말해왔지만 건강한 더민주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습니다. 총선승리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습니다. 지금 당장 당을 비판하는 사람이나 당을 믿자고 하는 사람이나 목적은 강한 더민주를 만들어낸다는 하나의 목적입니다. 그러니 건강한 토론을 하시되 비판하는 사람을 분열론자로 몰지마시고 마찬가지로 믿자고 하는 사람을 맹신도라고 매도하지 마시고 열린 마음으로 토론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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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워낙 예민한 시기이고 하수상한 시절입니다. 하지만 토론을 함에 있어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혹은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다고 무조건 상대를 요원이나 분탕으로 매도해버리시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그것은 절대로 여론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격은 하시되 신중하시고 토론은 하시되 상대를 존중하면서 의견교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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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와이프와 술이나 한잔 하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가슴 한켠으로 "내가 더민주다"라는 슬로건을 새겨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