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4년 전쯤이었나? 전역하고 무서울 것도 없던 시기였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통틀어서 다 같이 나온 친구들하고, 다들 전역도 비슷하게 해버려서는..
여름도 되고 심심해서 다들 놀러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달에 2,3번씩은 그냥 되는 애들끼리 모이는데, 많이 모이면 10명정도, 적게 보여도 4,5명은 모입니다.
그 때 모임에는 한 10명정도 모였는데(시험도 끝났다고 해서), 놀러가는 데 찬성하는 인원수는 딱 8명이었습니다.
뭐 재미난 거 없을까 하다가, 폐교같은 곳 가서 캠핑이나 하는 게 어떻냐. 좋다! 무섭지 않냐. 괜찮을 거다!
늘상 그렇듯, 이런저런 얘길 하면서 대충대충 계획 짜봤습니다.
어느정도 사이즈가 나오더라고요. 캠프파이어도 한 번 하고, 고기도 꿔 먹고, 노가리도 까다가 폐교에서 총싸움이나 하자는 게 어떻겠냐.
페인트탄같은거 말입니다. 그건 어떻게 구할꺼냐? 대여한다. 그런 곳 알아보면 있다.
돈은 어떻게 구할꺼냐? 몸밖에 없는데 부자인놈들은 돈 알아서 회비 걷을꺼고 없는 놈들은 몸으로 때워서 일해서 낼만큼 내라.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더라고요.
맨날 총무보는 놈이 결국 이것저것 짜왔습니다. 하긴, 대학 들어가고, 놀 것도 좀 놀아보고, 군대도 갔다오니
애들도 이제 행동력이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도 드는 사이 이미 계획이 기획이 되고 기획이 구성이 되니까 일사천리더라고요.
폐교는 근교에 차타고 15분 정도 가면 있는 흔히 시 옆에 붙어있는 면단위 소재지에서 있는 초등학교였습니다.
(전북익산 근교에 있는 춘x면라는 곳이었습니다)
어차피 출발하는 건 4시쯤.. 그리고 가서 밥도 먹고 하는데 주민분들이 뭐라 하진 않겠지? 라는 생각이었고,
공무원들도 와서 단속하진 않겠지? 경찰들이 오진 않겠지?? 했는데 그렇게 크게 노는 것도 아니었고
별 다른 말은 없더군요(7시까지)
이정도면 되겠다 싶어서, 또 밥도 많이 먹고 고기도 많이 먹었고, 이제 좀 놀아보자 싶어서..
근데 하늘을 보니 아직 밝더라고요.
이러면 안되는 데 싶어서 일단 근처에 가서 술을 더 사오고~ 장비도 좀 정리하고, 노가리좀 까다보니
훌쩍 9시 가까이 되더군요.
이제 됐다 싶어서 4:4로 들어갔습니다.
페인트탄은 노란색이었고, 어차피 솔직히 좀 총싸움좀 하는데 한 방 맞고 끝나는 건 재미없으니까 10발 맞으면 자진해서
캠프파이어 장소로 나오기로 했습니다.
4:4로 팀을 나누고, 이제 서로 거점을 정하고..
이제 시작을 했습니다.
전멸전입니다. 10발씩 맞으면 나오는거에요. 자진으로. 안나와도 상관은 없겠지만 안나오고 뻐팅기면
규칙이 없어지니 재미가 없어지겠고, 나중에 또 친구들끼리 벌주도 좀 만들어서 먹어야겠죠?? 라는 심정으로
장난반 작전반 해서 시작했습니다.
재밌더라고요.
막상 폐교에 딱 들어가면 문이 다 잠겨있을 것 같은데.. 들어가면 칠판에 낙서도 많고요
빈 사물함도 있고 책상도 좀 있고 그런 곳도 있는가 하면,
어떤 교실은 시멘트 바닥에 그냥 빗물만 있는 곳도 있습니다. (빗물인지 먼물인지 하여간 물 있어요)
준비한 폭죽을 불붙여서 던집니다. 시선이 분산되죠. 저기서 한명이 나옵니다. 2명이 일점사 해봅니다.
웃는소리도 나고, 지원 지원! 엄호 엄호! 별 희안한 소리가 다 들립니다. 그리고 10방 맞은 사람들도 서서히 나오고.. 전 5번째로 나왔습니다.
친구 4명이서 노가리 까고 있더라고요.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이 최후 승자이자, 그 팀이 속한 곳이 당연히 이긴 것이겠죠?!
6번째 나오는 놈.. 한 15분 더 있다가 7번째 나오는 놈.. 드뎌 1:1 남았습니다.
한 5분 있다가 1놈이 나옵니다. 이제 마지막 한놈만 나오면 되는데
2분쯤 있다가 똥씹은 얼굴로 나옵니다.
사실 폐교 안에서 캠프파이어 장소가 보이긴 해도 몇 명이 있는지 정확히 세볼만큼 뚜렷히 보이진 않았고요,
또 애들끼리 떠드는 한편 안쪽에선 총싸움 상태라서.. 하여간 안에선 바깥에 몇명이 남는진 잘 안보입니다.
그래서 다 끝나면 말해주기로 했는데 7번째 놈 나오고 얘기하드라 시간이 좀 지났던거죠.
야 슬슬 나와라~~ 해서 애가 나오는데 똥씹은 얼굴인겁니다.
-왜 아직 안끝났잖아.
-먼소리야 ㅋㅋ 다 나왔어.
-아냐 한명 남아있어. 나 2발 더 맞았어. 한명이 미끼였고 한명이 뒤에서 조준하던데?
-?? 너가 쏜 거 10번 다 맞아서 나 나왔어(7번째놈)
-먼소리야. 볼래? 하고 등쪽에 조끼를 보여주는데..
노란색 페인트 탄이 전부인데
빨간색 페인트탄이 3발 있더군요(2발맞았다면서)
7명은 다 노란 색인데.. 걔만 빨간색 페인트탄 3발 있더라고요.
사실 페인트탄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누가 숨겼을수도 있지만..
잘보이라고 형광노란색 쓰던데.. 하여간
졸라 식겁하고 대충 짐싸서 ㅋㅋㅋㅋ
술취한 상태에서 콜택시 불러서 그냥 다 왔습니다.
나중에 심각하게 다시 얘기를 하긴 했지만 검증은 하지 않았어요. 누군가 장난일수도 있고,
근데 그런 장난이 아니라면? 그 빨간색 페인트탄은 뭐냐??
아니 페인트탄이 맞냐?? 라는 식의 논쟁까진 갔지만..
하여간 그 때 이후로 폐교에서 놀거나 하자는 말은 안나옵니다.
ㅎㅎ.. 오랜만에 옛생각나서 써봤네요. 그럼 다들 좋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