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날 저녁에 보고 온 사람입니다.
제 개인적인 평점은 7점입니다만
뭐 제 의견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군함도에 대한 비판 중 정치적인 시각의 비판에 대해 딴지를 걸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군함도에 대한 비판 중 대다수의 여론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군함도라는 주제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아니라, 그 소재를 빌려다 액션 블럭버스터를 만들었다.
국뽕 마케팅이다.'
여러분,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을 살고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들은 상업적입니다.
여러분은 돈이 있어야 먹고 입고 잘 수 있고
여러분은 분명 어떤 직장에 종사하고 있을 겁니다.
영화를 아무리 비자본주의적인 태도로, 순수하게 만들어봤자
티켓을 받고 파는 순간 어차피 모든 영화는 상업입니다.
이미 2차대전을 다룬 수많은 영화가 있고, 그 중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는 아마도 명작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쉰들러 리스트를 비상업적인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까?
쉰들러 리스트는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고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습니다.
2차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해서 비상업적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어째서 군함도를 소재로 한 영화는 상업적이어선 안됩니까?
어째서 군함도를 소재로 했으면 더 진지하고 무겁고 사실적이어야 합니까?
이것은 작게는 국수주의적인 관점이고 크게는 소재 선택에 대한 검열입니다.
즉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까지 이어집니다.
여러분, 그냥 '나는 좀 더 진지한 접근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와
'군함도를 이렇게 접근해선 안된다'는 전혀 다른 시각입니다.
연출이 아쉬웠다, 각본이 아쉬웠다, 라고 평을 해야지,
군함도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 피해자의 아픔을 달래주지 못했다, 라는 것은 이미 영화적인 평이 아니라 정치적인 발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영화는 상업적입니다.
피해자의 아픔은 정치적으로 달래줘야 하는 것이지, 예술에게 맡겨놓은 것이 아닙니다.
영화는 영화적으로 재미있거나 감동적이면 그 뿐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거친 녀석들'을 보세요.
히틀러는 과장되어 있고 유태인 특수부대의 행위들은 극히 폭력적입니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위험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영화적으로는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필름입니다.
그것은 곧 좋은 영화입니다.
국뽕 마케팅... 이란 것이 정말로 있다면
당연히 욕해야겠죠. 영화를 영화적인 재미로 봐야지, 왜 애국심으로 봅니까?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영화적인 재미로써 평가해야지, 애국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군함도라는 소재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마시구요,
군함도를 소재로 썼으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그런 발상은 아예 하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에서 딱 한 걸음 남겨두고 계신 분들이
최근 들어 우리 나라에 참 많은 것 같아서 저는 정말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그런 분들에게는 자기 자신들이 지금 '영화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다' 라는 자각조차
없다는 사실입니다.
영화는 아쉬웠습니다. 유치한 연출이 군데군데 있었고
각본도 치밀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대 제작비가 걸출한 감독을 만나면, 보통 심각한 망작이 나오는데
이 정도라면 상당히 운영을 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평점 테러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명량'이 1700만 관객수를 달성했다는 데서 이미 우리나라에 국수주의 주의보가 켜졌다고 생각합니다.
'군함도'가 욕을 먹는 이유는 사실 같은 이유입니다.
국수주의적으로, 이런 한맺히는 소재가 저런 '액션 블록버스터'에 쓰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여러분에게 이 영화는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니어야 했던 것입니다.
... 그것은 곧 예술에 대한 검열 의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