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생 코찔찔이였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에 나는 공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고 항상 학교의 친구들과 뛰어 놀기에 바빴다.
어렸을 때라서 그랬는지 나는 친구들을 가리지 않고 사귀었기 때문에 다른 학년의 아이들이나 다른 반의 동갑내기들과도 금방 친하게 되어 함께 놀곤 했다.
보통 우리들은 10여 명씩 모여서 축구나 숨바꼭질이나 얼음땡 같은 놀이를 하며 놀았는데 그렇다보니 저녁 때까지 학교에 있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우리는 10명이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나는 그날 새로 발견한 나만의 비밀 공간에 몸을 숨겼고 예상대로 술래가 된 녀석은 나를 찾지 못했다.
계속해서 나만 술래에서 제외되자 눈치빠른 몇명이 나를 따라 다니며 같이 숨으려 들었는데 나는 비밀장소를 들키기 싫어 빙 둘러 가거나 다른 곳에 숨어서 그 공간을 사수했다.
그러나 몇판 더 지나자 한놈에게 결국 들키고 말았는데 그 놈은 처음 보는 녀석이었다.
"어? 넌 몇반 누구냐?"
나는 비밀 장소를 들킨 것보다 뉴페이스에게 더 관심이 끌렸고 녀석과 대화를 시도했다.
"나 3학년 2반 노영수"
영수라는 녀석은 옆반인 2반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 녀석은 안경을 쓰고 교정기를 하고있었는데 마치 도라에몽에 진구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나는 새로 알게 된 영수와 금방 친해졌고 숨바꼭질이 끝나고 얼음땡을 할 때에도 붙어 다니며 뛰어 놀았다.
놀다보니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며 저녁시간을 알렸고 친구들은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영수와 함께 마지막까지 남아서 공을 가지고 놀다가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영수는 신기하게도 나와 집도 같은 방향이었다.
때문에 우리는 웃고 떠들며 함께 걸어갔다.
나는 새로 알게 된 이 녀석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도 자주 같이 놀려는 생각을 했다.
함께 걷다보니 우리는 어느새 집앞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때 갑자기 영수가 공을 놓쳤고 공은 반대쪽 인도로 굴러갔다.
"어? 내가 주워올게"
나는 별 생각 없이 반대쪽 인도로 달려갔다.
빠앙-!
횡단보도를 중간 쯤 지났을 때 경적이 크게 울리며 눈부신 빛이 나를 화악 비추었다.
순간 놀란 나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차를 피했고 무사히 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는 공을 잡고 영수가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는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 치사하게 혼자 갔나?"
결국 나는 별 생각없이 혼자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 학교에 온 나는 3학년 2반에 들어가 영수를 찾았는데 이상하게도 2반의 아이들은 영수를 모른다고 하면서 오히려 나에게 그게 누구냐고 물어왔다.
그날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도 영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어제 그 횡단보도에 다시 섰을 때 나는 영수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영수는 횡단보도 중간에 서있었는데 차가 지나가도 피하지 않고 계속 그대로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자동차들은 영수의 몸을 그대로 통과하여 지나다녔고 영수는 반 투명한 모습으로 아지랑이 처럼 흔들렸다.
녀석은 굉장히 아쉽다는 눈빛을 하고 한쪽 입고리를 말아 올린 채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는 무언가 속삭이듯 입술을 달싹거렸는데 내 귀에는 그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울렸다.
"니가 술래가 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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