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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882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1065
    IP : 183.97.***.15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9/16 20:23:39
    http://todayhumor.com/?lovestory_68825 모바일
    [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스물네 번째 이야기



    1.gif

    조병화, 지루함



    기다림이 없는 인생은 지루할 거다 
    그 기다림이 너무나 먼 인생은 
    또한 지루할 거다 
    그 기다림이 오지 않는 인생은 
    더욱 더 지루할 거다 

    지루함을 이겨내는 인생을 살려면 
    항상 생생히 살아 있어야 한다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그 무엇을 스스로 찾고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산다는 걸 잠시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모습을 
    항상 보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2.gif

    강진규, 아파트와 사람 



    사람 위에 사람 살고 
    집 아래 집이 있는 
    포개어 살면서 
    남남이 낯선 얼굴 
    속마음은 싸맨 채 
    더듬이만 세운 달팽이집 

    마음의 문 겹겹이 잠그고 
    오는 길손 확인하며 
    저마다 갇혀버린 
    아득한 섬 하나 

    한줄기 물을 나눠 먹고 
    또 한줄기 불을 같이 켜도 
    마음은 아득한 사막 
    언제나 너무 먼, 거리의 고통






    3.gif

    반기룡, 우물 



    마당 한복판에 
    우물을 팠습니다 
    그대가 
    목마를 때 살며시 와 
    목 축이고 가라는 배려였습니다 

    어느 날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그대 모습이 
    생생하게 
    박혀 있었습니다






    4.gif

    문정희, 아들에게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땐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5.gif

    황금찬, 신문을 사는 마음


    신문을 펴 본다
    그 사면에 내 눈을 모을 만한
    기사가 없다. 그대로 덮어둔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신문을 산다

    변화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사건이 없어 살아오는
    내 생활이 이상하다

    부부 싸움은 변화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애정을 촉구한다고
    남들의 말이다

    나도 다투고 싶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신문을 펴놓고
    말이 없다

    의사가 낮잠을 잔다
    무의미하다
    그러나 환자가 오면 무서워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신문에 사건이 실리기를 바란다
    하지만 큰 사건을 보면
    나는 그 신문을 찢어 버리고 만다

    나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무미건조한 기사 속에서
    또 하나의 기사를 찾는 것이다

    살아가는 것이란
    차라리
    신문을 사는 것이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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