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정치뉴스를 탐독해오신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해 초부터 새누리로부터 꾸준히 개헌논의가 솔솔 피어오릅니다. 그리고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노골적인 발언들도 서슴없이 나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
사실 개헌논의는 국회 내에서 꾸준히 전개되어오던 일종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도를 혁신하기 위한 방도로서 분권형 대통령제라거나 의원내각제, 그리고 이 둘을 적당히 섞은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논의는 굳이 독재적인 박근혜정부가 아니라도 대한민국 정치사에서는 지속적으로 있어왔던 논제입니다.
.
그런데 이번 개헌저지선이라고 표현하는 개헌의 이슈는 현행 소선거구제 개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할 경우 현재 일본 자민당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그 꼴을 보게 될 것이라는 공포, 과거 대한민국 보수정권이 저질러왔던 작태에 대한 공포가 겹쳐 이번 총선의 논제로 떠오른 것입니다.
.
새누리는 이번 총선의 선거구개편에 대해서 정의당이 주장했던 권역별비례대표제를 철저하게 무시했습니다. 사실상 정의당은 원내교섭단체가 못되기 때문에 더민주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으나 더민주는 질질 끌려다니다가 결국 되려 지역구가 더 늘어난 채 선거구는 획정되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새누리가 180석을 차지하고 개헌드라이브를 추진할 경우 많은 분들이 예상하시는 대로 대한민국의 헬게이트가 열립니다.
.
그래서 개헌저지선을 확보한다는 명제는 이번 4.13 총선에서 매우 중요한 논제가 됩니다. 맞습니다.
.
그런데... 작년을 뜨겁게 달궜던 뉴스들을 잠시 보실까요?
----------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57·전남 광양·구례)는 3선으로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국회내 대표적 개헌주의자다.
변재일 의원은 "대통령 중심의 권력 독점, 승자 독식 구조를 깨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4년 중임제보다 내각제·이원집정부제와 같은 권력 구조가 더 적절하다"
“김한길, 최재천, 문병호, 임내현, 황주홍, 박지원, 김동철 등 탈당파 내지 탈당예정자들은 대부분 의원내각제 개헌에 찬성하는 자”
박지원 "호남정치 복원 위해 이원집정제-내각제 개헌해야"
최재천, 탈당·불출마 선언…“정권교체·내각제개헌 헌신하겠다”
윤여준 "의원내각제로 개헌해야"
정운찬 "다당제·내각제 필요…정치참여 결심못해"
손 전 상임고문은 지난해 초 신년 메시지를 통해 “합의제 민주주의는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등으로 개편할 때 제도적으로 완성된다”
-----------------
물론 저 뉴스들은 현 선거구획정안이 확정되기 이전들의 발언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소선거구제 기반의 개헌이라는 역사적 과오를 범할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과거 김영삼의 3당합당과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역사적 시대적 대의보다 "나"자신의 욕망이 저 크게 작동하던 정치인의 모습들을 그 이후에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죠.
.
정치혐오를 말하고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또한 개개인들이 생각하는 대의는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인정해야지요. 하지만 현재의 더민주 공천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주변 정치환경의 흐름을 보고 있자면 더민주 내부의 균형과 견제는 점점 깨져간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기에 더더욱 두렵고 겁이 납니다. 저도 저의 이 불신과 두려움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기를 그 누구보다 바랍니다.
.
하지만 정치는 종교가 아닙니다. 맹신의 대상이 아닙니다. 권력의 탐욕이 늘 도사리고 있기에 늘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꾸준히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대상입니다. 문재인이라서 맹신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김종인이라서 맹신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개인적인 관계에서야 믿고 의지하고 신뢰하는 것에 대해서 개인의 자유이지만 대의민주주의하에서의 정치인이란 권력의 원천인 시민과의 계약관계일 뿐입니다.
.
개헌저지선 확보를 위한 의석확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의석을 확보했다고 해서 더민주가 반드시 개헌을 저지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신뢰는 부당합니다. 더민주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 깨어진다면 개헌저지선 확보 의석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