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대부분의 가정이 그러했듯. 우리집도 안방 혹은 거실에선 다같이 자곤 했다. 아버지가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 아침에는 온 가족이 늦잠을 자곤 했다. 추운 겨울, 전기장판이 깔린 푸근한 이불에 뺨을 부비며 자는 것이 좋았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겨울이었다.
그리고 그 겨울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있었다. 부모님은 항상 나와 동생보다 일찍 일어나셨다. 하지만 일어나 무엇을 하기보단, 두분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곤 하셨다. 잠결에 언듯언듯 들리는 당신들의 조용한 대화는 이상하게도 나를 안심시키고, 더욱 깊은 잠으로 이끌곤 했다.
청주에서 생활한지 일년이 되어간다. 워낙 일과 시간, 당직 시간 이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기에 우리 가족에게도 리듬이라는 것이 생겼다. 당직이 아닌 주말 아침. 떨어져 자면 불안해 하는 둘째를 위해 방바닥 이불 위에서 자던 아내가 아이들 몰래 침대위로 올라와 내 가슴에 안겨 다시 잠든다.
잠에서 깬 당신과 아이들 이야기, 직장 이야기, 여행 계획 이야기.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마져 한다. 그러다 지윤이가 배고픔에 울면 분유를 타먹이고, 그 소란에 소윤이가 깨면, 다같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씻고, 옷을 입히고, 외출 준비를 하고 어디로든 떠난다. 그 곳은 멀리 제주도, 거제도 이기도 했지만 청주의 호수공원 일때도 있었고, 무심천 공원이기도 했다. 계절이 맞고 날씨가 좋으면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을 찾기도 하고, 10분이면 도착할 정북동 토성에 가기도 했다. 날씨가 좋지 않다면 키즈카페라도 갔다. 누군가들 처럼 해외여행 한번 가진 못했지만 차에 짐들을 싣고 어디든 갔다.
언제나 몸이 고단했던 전공의 시절처럼 바쁘게 일년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작년 일년을 알차게 보냈다.
새로운 일년도 어느덧 한달이 훌쩍 지났다. 새로이 시작하는 일들을 아직은 잘 유지하고 있고 새로운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또 열심히 가족끼리 밥 먹고 뒹굴고 싸우고 또 화해하며 그렇게 지내고 있다.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군의관 이 시절을 하루하루 붙잡아 가며 그렇게 지내고 있다.
얼마전 저녁식사를 하며 반주를 곁들였다. 부부 모두 술이 약하기에 소주 한병에 토닉워터 한병을 섞고 거기에 레몬 하나 곁들이면 부부 모두 얼큰하게 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홍이 올라 서로서로 사랑해를 연발하다 아내가 훌쩍이며 한마디 한다.
"행복하다."
누구보다 내 사람, 내 가족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하 수상한 시절이지만,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