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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86778
    작성자 : 마탐
    추천 : 45
    조회수 : 7422
    IP : 203.255.***.87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30 20:38:29
    원글작성시간 : 2013/05/30 18:58:46
    http://todayhumor.com/?humorbest_686778 모바일
    [실화]원룸사시는 분들 무단침입 조심하세요.

     

     

     

    지난해 이맘때 쯤 친구와 함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말에도 주로 고향에 가지 않고 친구와 함께 있었는데 그 당시 갑자기 일이 생겨서 동안 집을 비우게 되었죠.

    친구는 면접을 보러 서울로 갔다가 토요일에 오기로 되어 있었고 저는 오랜만에 고향에 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돌아올 예정이었습니다.

     

    요즘 원룸 현관은 도어락으로 많이 교체되었지만 제가 사는 곳은 열쇠로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야 해요.

    저는 예상보다 일찍 자취방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늦은 점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현관문은 열려 있고 이상하게 집안 분위기가 음침하더군요.

    집에 있어야 할 친구는 집에 없고 이부자리, 베개 위에 토사물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이 친구가 탈이 났나?'하고 화장실 문을 열어봤더니 친구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베란다에 나가봤는데도 인기척 하나 없었습니다.

    친구가 술을 먹고 실수를 했거나 급체를 해서 약국에 급히 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는 전화를 거는 사이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서 아래와 같은 이상한 점을 하나 둘씩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1. 친구와 둘이 살기 때문에 친구가 덮는 이불과 제가 덮는 이불 두 채가 있습니다. 

      친구가 덮는 이불도 아니고 제가 덮는 이불이 빨래통 근처에 널부러져 있음

    2. 토사물을 급하게 치운 흔적 발견. 휴지로 닦아서 쓰레기 봉투에 버린 것과 싱크대 위에 그대로 놓여 있는 것들...

        걸레도 아닌 수건으로 토사물을 닦아 빨래통에 넣어 놓음

    3. 항상 같은 자리에 걸려 있던 샤워타올이 수건걸이에 걸려 있음

     

    이 상황은 친구가 정말 만취해서 벌인 만행이거나 친구가 한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머릿속을 스치더라구요.

    친구한테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고 분명 문이 열려 있다는 건 친구가 집에 들어왔다 나갔다는 건데 별별 걱정이 다 되기 시작했습니다.

    두세 번 다시 전화 걸기를 반복했는데도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자 손이 덜덜 떨리더라구요.

    학교 주변에 번화가가 있어서 술취한 사람이 들어와서 친구한테 해코지를 한건가...

    설령 그럴 리는 없겠지만 친구가 모르는 사람과 술을 먹고 데려왔다가 큰 일을 당한건 아닌가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계속 친구와 연락을 시도하는 동안 그때 마침 친구가 집으로 들어오더라구요. 외출했다가 막 들어온 차림으로요...

    친구한테 집안에 이게 무슨 꼴이냐...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친구는 제가 그런 줄 알았대요.

    분명히 저는 방금 도착했는데...

    그때부터 서로 이상한 점들을 하나 둘씩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일요일 아침에 도착했다가 급한 일이 있어서 대충 소지품만 챙기고 다시 나갔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미 현관 문은 열려 있었고 이부자리 위에 토한 흔적이 있었답니다.

     

    그 순간 진짜 섬뜩해서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노숙자 짓인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어떤 변태가 집에 들어와서 자다가 토하고 나가나

    화장실 문을 통해서 들어왔나 어떻게 들어온거지 온갖 추측이 난무했어요...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주인 아저씨한테 연락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경찰에 신고하는거라 어버버 하고 급기야 울컥...

     

     

    한참 뒤에 경찰 아저씨 두 분이 들어오고 이것 저것 살펴보시기 시작했습니다.

    바깥에서 내부로 침입한 흔적은 없고 문을 따고 들어온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씨씨티비도 없고 용의자도 없으니 경찰아저씨는 주인아저씨한테 화장실에 방범창 달어달라는 말만 하셨습니다.

    그런데 주인집 아저씨가 건물 마지막 층에 사세요. 오늘 아침에 집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핸드폰 하나가 떨어져 있더랍니다.

    핸드폰을 보니까 배터리 없이 본체만 있고 제가 사는 집에 무단침입한 범인이랑 연관성이 있는 지 없는 지 몰라서 일단 경찰아저씨가 가져갔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아저씨가 다시 돌아왔는데 범인을 알아냈다고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합니다.

    알고 봤더니 지난 몇 년 동안 살다가 위층으로 이사간 입주자였습니다.

    술이 많이 취해서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가 핸드폰을 떨구고 방향감각을 잃고 예전에 살던 집으로 가서 열쇠를 꽂고 문을 열려고 했었나봐요.

    그런데 원룸 문짝이 다 똑같이 생긴지라...열쇠 모양이 달라도 여차저차해서 문이 열린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해서 토까지 해놓고 도망갔는데 아침부터 지금까지 쪽지 하나 안 남기고 뭘 했는지 아십니까?

    예쁘게 차려 입고 나타나서 보니 결혼식에 다녀왔답니다.

    이런저런 핑게를 대면서 사과는 하려고 하기는 했다고 하더라구요.

     

    교육대학원생이었던 그 분 진심어린 사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죄송하다고 말하더니

    바로 경찰아저씨한테 이거 기록에 남는지 안 남는지만 궁금해하시고 염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로 벌어진 일이나 저희도 세탁비만 받고 합의 하겠다고 해서 넘어갔는데

    나중에 세탁비로 2만원인가 3만원만 주신 게 유머...

    많은 금액 바란 것도 아니지만 정작 저렇게 세탁비 받으니 더 괘씸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ㅠㅠ

    베개 버리고 이불도 두 채나 더럽혀져서 세탁했는데 말이죠...

     

     

    아무튼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포스러운 일을 겪어보고 경찰에 신고했던 에피소드였네요...

    번호키가 아닌 현관문이 열쇠로 되어 있으신 분들... 혹시 모르니 중간 잠금장치(걸쇠 등)는 자기전에 꼭 걸어두시구요.

    집을 비울 때도 조심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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